강아지 방 만들어주기
집에 도착하고 강아지를 어디서 재울까 고민했다. 거실에 두기에는 강아지가 너무 작고 이리저리 돌아다닐 것 같았다. 그렇다고 침대에서 같이 자기엔 무리였다. 강아지가 자다가 내 몸에 깔릴지도 모르고 배설을 할까 봐 걱정도 되었다. 결국 내 방 베란다에 강아지 집을 만들기로 정했다. 베란다에는 전자 피아노와 책들이 놓여있었다. 잘 쓰지 않았기에 바닥에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우선 베란다 바닥 구석구석을 다 걸레로 닦았다. 강아지를 더러운 곳에서 살도록 두고 싶지 않았다. 내 첫 번째 강아지인 만큼 최대한 잘 키우고 싶었다.
베란다에는 히터와 보일러가 작동하고 있었지만 제법 쌀쌀한 바람이 들어왔다. 추운 데서 재우지 말라는 여주인의 말을 떠올렸다. 강아지가 혹시나 추위에 떨어 자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나는 베란다를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피아노 밑에 쿠션과 담요를 넣어 잠자리를 만들고 옆에는 물통과 밥통, 배변판을 두었다. 이만하면 되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자 강아지를 베란다에 넣었다. 강아지는 낯선 곳에 들어가자 땅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걸어 다녔다. 베란다를 충분히 돌아다니며 익숙해지자 강아지는 담요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그 모습마저도 너무 귀여워 계속 보고 싶었지만 잘 시간이기에 베란다 유리문을 닫았다. 유리문을 닫자 강아지가 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손을 흔들어 내일 보자 하고 인사를 했다. 강아지가 발로 유리문을 긁으며 나오고 싶어 안달을 부렸다. 강아지가 짖자 잠시 커튼을 닫고 외면했다. 커튼을 닫자 강아지가 점점 조용해져 갔다. 강아지가 제대로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살짝 커튼을 열어보았다. 강아지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커튼을 제자리에 두었다. 나를 보자 강아지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다행인 건 아직 새끼이고 낯설어서 그런지 큰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강아지가 시끄럽게 짖어 주민들의 신고가 들어올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나는 강아지에게서 관심을 끄기가 무척 어려웠다. 조금만 더 같이 놀다가 재워야지 하고 다시 유리문을 열었다. 강아지가 내 쪽으로 와 손을 핥았다. 내가 베란다 안으로 들어가자 강아지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나를 따라왔다. 나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깐 같이 놀았다. 베란다 바닥이 잘 안 닦인 모양인지 발바닥이 금세 시커메졌다. 나는 다시 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았다. 강아지가 내 걸레를 쫓아다니며 물고 잡아당겼다. 난데없는 강아지와의 걸레 쟁탈전이 벌어졌다. 약간의 씨름 끝에 걸레를 되찾을 수 있었다. 강아지가 자꾸 장난을 치는 바람에 바닥을 닦기가 힘들었다. 나는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장난기 많은 강아지의 모습이 좋았다. 그래도 청소는 해야 했기에 잠시 강아지를 베란다 밖으로 내보냈다.
걸레로도 바닥은 쉽게 깨끗해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진공청소기를 사용해 먼지를 빨아들이고 몇 번이고 걸레로 바닥을 훔쳤다. 할 만큼 했다고 여겨지자 나는 다시 강아지를 베란다에 들여보냈다. 약간 피곤해진 탓에 강아지를 베란다에 둔 채 침대에 앉았다. 강아지가 다시 유리문을 발로 긁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시 유리문을 열고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유리문을 닫고 손가락을 창문에 갖다 대자 강아지는 혓바닥으로 유리문을 핥기 시작했다. 애교가 굉장히 많고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나는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온 걸 후회하지 않았다. 강아지는 나랑 놀다가도 재미가 없어졌는지 다시 잠자리로 돌아가 누웠다. 그러다가 내가 다시 창문을 열면 내게로 뛰어오곤 했다. 나는 그 행동을 몇 번을 반복하다가 그만두었다. 이제 정말 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는 강아지를 내버려두었다. 그렇게 강아지가 온 첫날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