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예인 이효리 씨와 동갑이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잠깐 말을 나눠 본 적은 있다.
1998년, 대학교 진학을 위해 상경한 나는 당시 강호동 씨가 진행하던 ‘캠퍼스 영상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때 갓 데뷔한 핑클이 게스트로 참여했고 거기서 효리 씨를 봤다. 그런데 나와 함께 참가했던 선배가 아무래도 아는 사람인 것 같다며 자기 대신 말을 한번 붙여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저기요, 혹시 ○○고 나오셨어요?”하고 물었고 “맞아요.”하고 효리 씨가 대답했다. 그게 다였다.
그런데 그 짧은 대화는 내가 19년 동안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연예인’과 처음 나눠본 대화였다. 그때부터 효리 씨에게 관심이 생겼고 팬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가 혼자 무대에서고, 연기 도전에 실패하고, 예능 무대를 평정하고, 패션의 아이콘이 되고, 이런저런 구설수에도 휩싸이고, 결혼을 하고, 제주로 내려가 소길댁이 되고, 다시 복귀하는 동안,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해서 소대장, 중대장이 되고, 세계 이곳저곳을 돌며 일하고, 죽을 고비를 세 번 넘기고, 결혼하고, 글을 쓰고, 책을 냈다.
그리고 길가는 아이에게 “뭘 훌륭한 사람이 돼? 커서 아무나 돼”라고 하는 효리 씨만큼 나도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는 사람이 되었고, “라떼는 말이야.” 하며 그가 생산하는 복고풍 미디어를 소비하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수많은 방송과 SNS를 통해 연예인들의 일상생활까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증편된 수많은 방송 채널들이 본방, 재방에 삼방, 사방까지 해대는 통에 언제든 채널을 돌리면 효리 씨를 볼 수 있다. 그러니 따로 사는 부모님보다, 동생보다 더 자주 보는 편이다. 20년간 평균 주 1회 이상은 만난 그야말로 ‘오랫동안 옆에 두고 사귄 벗, 친구’다.
나도 연예인의 이미지라는 것이 방송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상품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검증한 그녀의 삶이, 이효리라는 사람이 전부 가짜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효리 씨를 방송에서 보면 오랜 시간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함께한 동질감 느낀다. 그래서 혹시라도 카페나 길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어, 효리야. 여긴 어쩐 일이야? 반가워.”하고 손이라도 잡을 것 같다.
그리고 멋진 어른이 된 그가 자랑스럽다. 내 친구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