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작정 따라 하는 인생 설계 비법
한동안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라.’ 하는 조언들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맞벌이 부모님 대신 TV로 자아를 만들고 주입식 교육으로 꿈을 배운 젊은이들로부터 ‘인생 계획은커녕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하는 볼멘소리가 곧잘 나온다.
20대 초반 불안한 청춘들이 많은 부대에서도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고민을 무수히 접한다. 15년 넘게 부대원들을 상담하는 동안 개발한, 호응도 높은 인생계획 꿀팁을 오늘 방출하겠다.
먼저 가볍게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한 다음, 몸이 좀 풀리고 잡념이 사라지면 차분하게 앉아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의 목록, ‘버킷리스트’를 적어본다. 생각나는 대로 막 적는다. 어떤 가정과 조건 등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다. 초능력자가 되고 싶은가? 불가능해도 적는다. 은행 강도가 되고 싶은가? 불법적인 것도… 일단 적는다. 그리고 그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자. 그러면 뭔가 패턴이나 경향이 발견될 것이다.
연애 100번 하기, 스포츠카 타기, 영화배우 되기, 비밀 요원되기, 스카이다이빙 배우기, 내 이름으로 책 쓰기, 세계 일주하기, 집짓기, 파이터 되기, 스쿠버다이빙 배우기, 외국어 잘하기, 외교관 되기, 선생님 되기, 악기 배우기, 그림 배우기…
위에 제시한 것들은 실제 내가 가지고 있는 버킷리스트다. 내 경우를 보면 다양한 경험과 모험을 좋아하고 세상을 깊게 보다는 넓게 살고자 하는 성향을 볼 수 있다. 나와 달리 여러분은 한 분야의 대가가 되거나, 부자가 되거나, 혹은 유명해지고 싶을 수도 있다. 그 성향이 자신의 기본 지향성이다. 이를 토대로 자기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자.
그다음에는 이 목록을 구조화시키자. 불가능하거나 불법적인 것은 빼고, 종류별로 묶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1. 연애 100번 하기 → 10번 하기
2. 모험 :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비밀 요원되기
3. 넓게 세상 살기 : 세계 여행하기, 외교관 되기, 외국어 잘하기
4. 후 순위 : 스포츠카 타기, 영화배우 되기, 집짓기, 선생님 되기
5. 할 수 있을까? : 좋은 아빠 되기
6. 지속 노력 : 책 쓰기, 악기 배우기, 그림 배우기, 무술 수련하기
그러고 나서 이 목록들을 생애주기와 접목시켜 보자. 어떤 일은 결혼 전에 해야 할 것이고 어떤 일은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해 은퇴 이후에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며 어떤 일은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해서 오랫동안 기획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어떤 일은 직업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인생 계획을 대략 잡아보자.
나 같은 경우 이런 과정을 통해,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이후에 특전사에서 특수요원이 되어 스카이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을 배웠고, 어려서부터 수련한 태권도 외에 특공무술을 배웠다. 또 군 생활하는 동안 국방어학원에서 외국어를 배우고 또 가르치는 교관이 되기도 했고, 세계 이곳저곳으로 파병다니며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그런 도중에 소설을 써서 등단을 하고 책을 썼다. UN에 소속되어 일을 해보기도 했고 이런 경험들을 통해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를 배웠다. 그리고 전역하면 전원주택에서 살면서 단역배우로 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고, 글쓰기를 꾸준히 하면서 학원 같은 데서 아이들 논술 선생님으로 일할 생각이다.
어떤가? 뭔가 어지럽던 일들이 삶의 순간 곳곳에서 이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해보면 생애 전반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배치해서 꾸준히 이벤트를 만들고 재미를 이어갈 수 있다. 또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업데이트하다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인생의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그 기준이 되어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그 기준이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내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실패하거나 성공하거나 오롯이 내 인생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경험자가 보증한다. 혹시 아직 인생계획을 위해 고민 중이시라면 한번 해보시라. 밑져야 본전이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위의 방법은 정신분석학자 라캉의 이론을 토대로 한다. 라캉은 ‘욕망’을 인간이 삶을 이끌어가는 근본적인 힘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 욕망은 채워질 수가 없고 한 가지 욕망의 대상을 갖게 되면 다시 ‘미끄러져’ 다시 다른 욕망의 대상을 찾게 된단다. 우리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하고도 막상 그 학교에 진학하면 요즘말로 '현타'가 왔다가 다시 더 나은 상급학교나 좋은 직장을 위해 또 노력하게 되는 원리다. 우리 인생은 이렇게 욕망의 대상을 하나씩 옮겨가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때 막연히 떠오르는 것을 적으라고 한 것은 낙서를 통해 스트레스의 원인을 밝혀내는 심리학 상담기법에서 가져왔다. 무의식적인 작성을 통해 진심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 이다.
마지막으로 생애주기와 결부시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군에서 하는 작전술의 일부분이다. 군에서는 군사계획을 수립할 때 예상되는 주요 이벤트와 중요 지리적, 시간적 지점들을 고려해 ‘결정적 지점’을 선정하고 이를 연결해 ‘작전선’을 수립한다. 그리고 이 작전선이 작전의 뼈대가 된다. 여기서 착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