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바로잡기
코로나 19가 잠잠해지는가 하더니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으로 대한민국은 또다시 방역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러 관련 기사를 찾아보다 이런 제목을 발견했다. “베트남 국적 30대 확진”. 기사의 내용은 확진판정을 받은 외국인 노동자가 부천 나이트를 방문했고 접촉자는 250여명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기사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평상시에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는데 이런 소식을 들으면 더욱 심해질 수 있겠다’아니나 다를까 그 기사의 댓글에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혐오발언으로 가득했다.
물론 그 사람의 행동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사람 많은 나이트에 놀러간 것은 분명히 비난받아야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기사의 댓글은 그 사람의 행동을 욕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한 사람을 넘어 외국인 노동자라는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담긴 발언들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맞는 것인지 알아보고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에 대해 제시해보려 한다.
요즘 외국인 노동자는 특혜를 받는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숙식 제공과 인상된 인건비를 받는 외국인 노동자가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2018년 이주와 인권 연구소의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월급은 크게 인상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시행 이후 임금이 오른 노동자는 52퍼센트에 불과했다. 임금이 올랐다 해도 전에는 없던 숙식비 공제를 하거나 보너스를 없애는 등의 방법을 통해 최종적으로 받는 월급은 똑같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외국인 노동자가 이러한 부당한 처우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고용허가제 안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사업주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로조건 위반을 했다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지만 그 사실을 입증하는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외국인 노동자는 특혜를 받는다고 보기는 힘들다.
외국인 근로자는 일자리를 뺏는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이 국내 일자리를 잠식하고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률을 저하시키며 근로조건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은 근무조건이 좋지 않은 중소제조업이나 건설업, 농어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그들의 영향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자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고령화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해오던 농촌사회는 인력수급이 부족해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3D업종의 노동력 부족현상을 해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 19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나자 농촌은 노동력 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농번기가 시작되며 일손이 더욱 부족해지자 자원봉사자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많은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본국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국부 유출의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좁은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오히려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이민확대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빠른 고령화를 겪는 한국경제는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근로자는 생산자임과 동시에 소비자이기 때문에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므로 경제의 활성화를 가져온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으로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효과가 꾸준히 늘어남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3가지를 살펴보았다. 부정적 인식이 생겨난 배경이나 자료를 조금만 자세히 찾아보면 사실이 아닌 것이 많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민족적 단일성이 강해 타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화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들로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그들은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이해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인 근로자의 처우가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의 숙소는 이런 컨테이너인 경우가 많다. 이주와 인권 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약 55.4%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임시 가건물에서 산다고 한다. 이런 숙소는 우리가 상상하는, 기숙사라고 불러도 될 만한 그런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다. 우리의 역할은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