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공원묘지에서
지난 설에 시골에 다녀오는 길에 장인어른이 안장되어 계시는 천안 공원묘지를 다녀왔다.
아들에게 물었다.
"저기 산을 가득 메운 무덤을 한 번 봐라. 무슨 생각이 드니?"
진지한 질문에 대답은 늘 싱거운 답변이 돌아오기 마련이지만 그마저도 없다. "글쎄요…"
죽음은 가볍고 삶이 무겁다는 말을 아들에겐 너무 어려울 것 같아 예전에 인생의 선배로 모신 분께 들었던 얘기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무슨 일을 하든 두려워할 필요 없어.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야.
성묘를 마치고 공원묘지 근처의 대구탕집에서 생태탕을 시켜놓고 아들과 소주를 한 잔 했다. 소주를 마시며 아들이 툭 던지듯이 한마디 한다.
"아빠 그런데요,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어린데요."
그래도 아빠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긴 한 거겠지라는 생각에 흐뭇하다.
그래, 난 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아들에게 했구나.
난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