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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어른이 Mar 27. 2020

D-98, 없어봐야 느끼는 소중함

냉동실 한 칸, 그 딱 한 칸이 그립다

지금 살고 있는 벨기에 집에 없는 것 가장 큰 두 가지를 꼽자면, 냉동실과 세탁기이다. 

전기세, 수도세를 포함한 모든 공과금이 집세에 포함된 집에 살다보니,

전기세가 많이 나올 것 같은 냉동고, 세탁기, 에어컨이 없다. 

냉장고도 한국 자취방에 있을 법한 작은 냉장고인데, 꼭 필요한 냉동실 한 칸이 없다. 

냉동을 할 수 없다는게, 삶에 이렇게 불편함을 초래하는지 처음 알았다.

먹을 걸 쟁여놓고 싶어도 그럴 수도 없고, 남긴 음식도 다음날까지 꾸역꾸역 먹어야 한다. 

그 덕분에 그 어느때보다도 신선한 식재료로 매일 만든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셧다운 기간에는 장도 자주 볼 수 없으니 여간 아쉬운게 아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칸만 냉동이 되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얼려놓을 수 없으니,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 밖에.

몇 일에 한 번, 냉파(냉장고 파먹기)음식을 선 보이게 된다. 


오늘의 냉파 음식은 비빔밥. 

시금치 프리타타를 하고 남은 시금치, 애매하게 남은 당근, 어제 떡볶이를 먹고 난 후 남은 양파 1/4개, 볶음밥 할 때 쓰고 남은 칵테일 새우. 냉장고 저 편에 쌓인 양송이 버섯. 양념장은 몇 일전 닭갈비를 만들 때 썼던 만능 고추장 양념. 

몇 일 동안 우리가 해 먹은 요리의 역사가 비빔밥 한 그릇에 담겨 있다. 

비빔밥 한 그릇을 쓱쓱 비벼 둘이서 야무지게 먹고, 냉장고도 깨끗하게 비웠다. 

하아, 이번주는 또 뭘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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