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외할머니댁에 다녀왔어.
이솔이는 방학 전부터 왕할머니(증조할머니) 댁에 다녀올 생각에 신나 했지. 이번 방문이 더욱 특별했던 게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사촌 조카들까지 총 출동했기 때문이야.
기획은 할머니들 (엄마, 외숙모, 이모)가 하고 나는 행동대장을 했어. 원래 이솔이만 외가댁에 보낼까 했지만 육아휴직이 아니면 언제 내가 시골에서 조카들과 놀아보겠어. 몸은 고생스럽겠지만 그래도 흔치 않은 기회라 해솔이 까지 데리고 함께 가기로 했지.
네 가정. 아이 7명, 어른 7명 총 14명이 참석하는 큰 행사답게 초대장도 만들어서 보냈어.
엄마&아빠 - 나 - 이솔&해솔
외숙모 - 사촌언니 - 여0, 바0
작은 이모&이모부 - 첫째 언니네 - 0수, 0윤
둘째 언니네 - 0우
이벤트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답게 외숙모께서는 아이들 이름이 적힌 현수막도 제작해 오셨더라고. 현수막도 달고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풀장도 설치하니 정말 여름캠프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외할머니는 우르르 몰려온 증손주들 덕분에 정신이 없으셨을 거야.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시고 행복하셨겠지? 이솔이가 언제 이렇게 컸냐며 함박웃음을 지시는 할머니께 아이들의 방문이 큰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
아주 어릴 적에 만나 서로 처음본거나 다름없는데 만나자마자 즐겁게 노는 아이들 덕분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즐거웠어. 옹기종기 모여 서로 노는 모습을 보니 방학마다 시골에 놀러 가서 놀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더라고. 언니 오빠들을 따라서 부모님도 없이 고속버스를 타고 할머니댁에 놀러 갔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할머니 혼자 10명 넘는 손자들 밥 해서 먹이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언니 오빠들이랑 떡볶이 만들어먹고, 마당에서 잠수 시합도 하고 빨간 대야에 들어가 목욕도 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 언니 오빠들이 할머니집 청소를 하는데, 어린 나는 방해만 되니 그럼 너는 마당 청소를 하라고 해서 얼마나 마당을 열심히 쓸었던지. 언니 오빠들을 따라 하면 나도 언니오빠처럼 클 수 있을 것 같아서 언니 오빠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라 했던 것 같아.
이번에 모인 우리 아이들도 큰 소리 한 번 없이 어찌나 잘 놀던지. 보는 내가 참 흐뭇했어. 제일 깍쟁이가 우리 이솔이인건 좀 충격이지만 ^^ 언니들이 봐주니까 언니들한테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면서 따라다니는 이솔이 덕에 내가 식은땀 좀 흘렸어. 집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이솔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네.
(마지막은 티브이로 대동단결^^)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90 넘게 사신 할머니도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며 손을 내두르셨어. 우리 어릴 땐 방학 기간에 덥기는 했지만 낮에도 밖에서 놀 수 있었는데 이번 여름엔 한낮에는 너무 더워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 예전에 울창했던 대나무숲도 예전과는 달라 보이고 내가 아꼈던 시골의 풍경이 점점 달라지는 것 같아 쓸쓸해졌어. 아이들에게 내가 어릴 적 뛰어놀던 시골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어.
그래도 아이들은 즐겁게 논 것 같아. 매일 풀장에서 물놀이하고,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방아깨비, 메뚜기, 개구리도 직접 잡아보고.(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눈을 질끈 감고 개구리도 잡아보고 메뚜기도 직접 손으로 잡았어... 소름이 돋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저녁엔 집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수건 돌리기 게임도 하고. 정말 꽉 찬 여름방학을 보낸 것 같아.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한참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귀가 웅웅 거렸어. 함께 있을 땐 정신없고 힘들었는데 돌아오니 조카들이 보고 싶네. 조카 중 한 명은 벌써 겨울방학을 기다리고 있다는데 겨울 캠프도 함께 할 수 있으려나..?
(시골에 다녀오느라 연재가 조금 늦었습니다;; 드디어 문명으로 돌아와 급하게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