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식 저 불편해도 괜찮아를 읽고
인권에 대해서 한국사회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윤리와 철학에 대한 많은 책을 읽고 인간에 대한 많은 관심이 생긴 후, 인권을 차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나는 지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 인권에 몰지각한 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라는 우월의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권에 몰지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도덕과 인권에 대해 우월하고 반듯한 감수성을 지녔다.’라고 착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다양한 사례의 주장을 보며, 인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서로 다른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내가 가진 인권에 대한 생각 역시 좁은 견해이며, 오히려 우월의식을 가지고, 인권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알기를 거부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에서 한 가지 사례를 뽑아 저자가 생각한 인권과 내가 생각한 인권에 대한 토론을 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5월 석가탄신일을 기념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인권에 대해 차별을 지양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종교적 신념은 언제나 인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
(1)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따른 차별은 옳은가?
이 책의 6장을 보면 저자는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주제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청년들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집총을 거부했을 때 주어지는 사회적 차별이 옳지 않다고 주장을 한다.
나 역시 그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에 대해 교도소를 보내고 이후에도 취업하거나 대인관계에 있어서 차별을 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에는 일부 동의를 한다. 그렇지만 종교적 신념에 의한 행동이 언제나 인권으로 보호받아야 하는지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또 다른 여호와의 증인 사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2)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위 사례
이것은 시골 의사 박경철의 자서전에 나온 사례이다. 박경철이 지방종합병원에 파견되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총상 환자가 응급실에 후송되어 왔다. 긴박한 상황에서 박경철은 인턴 의사에게 몇 번이나 긴급 수혈을 지시했다. 그렇지만 출혈이 심한 환자에게 인턴 의사는 지시받은 수혈을 하지 않고 상처 부위에 식염수를 들이붓고 있었다. 박경철은 깜짝 놀라 인턴 의사를 밀어내고 직접 수혈을 하여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 후에 인턴 의사를 추궁한 결과 인턴 의사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고, 종교적 신념에 따라 박경철의 지시를 멋대로 거부하고 식염수를 주입했던 것이었다. 인턴 의사는 후에 의사로서의 사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좌천되고 말았다.
(3) 인권을 존중하는 것 vs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
나는 이 부분에서 딜레마가 생겼다. ‘이처럼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위가 환자를 죽음으로 이끄는 행위임에도 언제나 인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와 ‘도덕적 가치와 종교적 신념 존중이라는 인권이 충돌했을 때는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느냐 ‘가 그것이다. 나는 도덕적 가치가 인권보다 보편적이고 상위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인권은 감수성의 대상이 오로지 인간인 것에 비해 도덕은 인간 외의 사물, 상황, 인권과도 같은 형이상도 감수성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주돈이라는 유명한 유학자에 따르면 잡초를 깎을 때 잡초가 느끼는 고통마저 공감할 수 있을 때 도덕성을 회복하며 진정 우리는 타자를 존중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잡초에마저 공감하는 도덕을 행한다면 우리는 인권 역시 당연히 지킬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역은 성립하기 힘들다. 고로 도덕 법칙이 인권보다 이 세계에서 더욱 보편적인 가치로 상위에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턴 의사의 행위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위인가? 보편적인 도덕 법칙이 존재한다는 도덕 의무론의 대가인 칸트에 따르면 당시 인턴 의사의 행동은 도덕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칸트에 의하면 행위의 동기가 ‘자율적인 선한 동기’ 일 때 도덕적인 것이라고 하는데, 인턴 의사의 행동은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이 주체가 되어 선택한 ‘타율적인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 인턴 의사는 ‘의사’라는 지위를 자신의 종교적 신념 실천 행위에 이용했다. 무위의 상태의 환자에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행위를 한 것이다. 만약 이런 사람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를 얻어서 자신의 개체성을 무한히 존중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턴 의사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기 위해 다수의 인권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해도 옳은 일인가?
이는 마치 공리주의처럼 보일 수도 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소수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교리와 법칙 역시 약자가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점은 다수의 인권을 위해 소수의 인권을 침해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개별자의 인권(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위)을 존중하기 위해 타인에게 폭력(생명 가치 침해)을 끼쳐도 되는 것이냐는 것이 쟁점이다.
(4)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위는 언제나 존중받아 마땅한가?
나는 종교적 신념을 따르는 행위가 인간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지만 이것이 도덕적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이때의 도덕적 가치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회적 가치가 아닌 더욱 보편적이고 의무로서 마땅히 따라야 할 도덕 법칙이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를 도덕규범으로 상정할 경우 다수에 의한 소수에의 폭력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을 다시 현실로 가져와 여호와의 증인 사례를 살펴보자, 종교적 신념의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여 입대를 거부하는 청년들에게 벌을 가할 때도 나는 도덕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그들을 차별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도덕적 가치와의 딜레마 상황에 따른 결과가 아닌, 미움에 의해 처벌을 하기 위해 차별을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청년들의 인권(종교적 신념을 따르는 행위)보다 하위에 존재하는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차별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일부 동의한다.
그렇지만 인턴 의사가 좌천된 사례에서는 도덕적 가치와의 딜레마 상황에서 생명존중이라는 더 숭고한 가치를 위해 인턴 의사의 인권(종교적 신념을 따르는 행위)이 묵살되고 차별대우받을 수 있음에도 동의한다.
* 즉, 이 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을 따르는 행위를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가에 물음을 던질 수 있고, 방만한 욕심의 행위와 인간의 자연적 권리 행위. 두 점으로 점철된 연속선 위에서 어떠한 인간의 행위가 인권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지, 연속성에 대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이렇게 인권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인권을 존중하는 사람 안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 중 가장 큰 것이기도 하다.
인권에 대한 차별은 나쁘지만, 인권과 관련한 건전한 논쟁과 비판은 인권의 향상을 위해서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이어서 5월 석가탄신일 기념 선물로 부처님의 말씀으로 차별을 벗어나고 인간을 존중할 수 있는 태도를 함양해주는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2. 부처님의 선물 (어떻게 살아야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가)
(1) 부처님의 선물 ‘범망경’
자비로운 부처님은 우리에게 따사로운 5월의 햇살과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휴무일을 주셨다. 세존의 자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선물은 세존의 말씀에 담겨있다. 많은 말씀 중에서 인권 존중의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말씀을 석가탄신일 기념 선물로 나누고자 한다.
초기불교 경전인 ‘디가니까야’를 보면 ‘범망경’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견해의 그물’이라는 뜻으로 인간이 사고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의 견해를 담아 놓은 경전이다. 핵심 내용은 인간의 모든 견해는 경험으로부터 나오며, 경험은 집착이 되고 그 집착은 고통으로 향하기 때문에 경험의 취착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경험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자기 경험에 빠져 진정한 세계를 보지 못하고 자기 경험 속에서 인간은 고독한 가치관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내가 삼겹살을 맛있게 먹은 경험 때문에 삼겹살만을 최고라고 생각하며 항정살과 목살을 멀리하면 삼겹살 만능주의 가치관이 형성된다. 이러한 과정은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며, 이는 곧 애착의 대상을 형성하고 차별의 대상을 구분한다. 더 나아가 이것은 한 사람의 신념체계로 굳어진다.
인권존중 역시 마찬가지다. 자기 경험에서 나타난 소중함만을 갈구하는 사람은 타인을 존중할 수 없다. 남성 기득권 사회에서 남성 위주의 가치관을 습득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 가치관을 형성하지는 않았는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 인식을 받아들이며 살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2) 법정 스님의 선물 ‘무소유’
법정 스님께서는 이를 무소유로써 말씀하셨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기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기에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다는 법정스님의 말씀은 누구도 사랑하지 말라는 것이 아닌, 사랑의 대상에 차별을 두지 말고 이 세상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취착은 갈애의 인연으로 이어진다는 불교의 교리는 우리에게 좁은 견해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다. 또한, 다양한 감수성을 갖게 하여 진정한 사랑과 인본주의 깨닫게 해준다.
3. 결론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인권에 대한 의식을 점검하고 인권 존중에 대한 생각도 다양한 견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저자의 생각에 대해 스스로 토론 주제를 던져보며, 어디까지가 인권의 범위 안에 들어가 존중받을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최근 국제상황을 보면 경기불황으로 인해 다시 전체주의, 국수 주의화되어가고 많은 전쟁들 속에서 인권에 대한 존중이 후퇴되어가고 있다. 이는 나를 중심으로 나와 너로 구분하여 세계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깨어지고 세계에는 폭력이 만연해지고 있다. 이미 지난 역사에서 인류는 나와 너로 구분하는 태도로 많은 아픔을 겪어왔다.(나치즘, 파시즘과 소모뿐인 전쟁들)
자기 경험에 대한 경계와 반성하고 나와 너로 세계를 나누지 않을 때,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타자에게도 고통을 주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서 부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경험의 취착으로부터 벗어나라’라는 선물을 펼쳐보았다. 5월 한 달은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나의 경험에서 벗어나 세계의 다양성을 이해해보며 인권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