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가 죽었다. 작년, 아니 아마도 몇 달 전에.
재택근무를 하던 중 등기 우편을 받았다. 고모가 계시던 지역에서 온 우편이었다. 고모가 죽었으니 시체를 인계받거나, 무연고자 사망 처리를 위해 서류를 작성해 보내라고 말이다.
너무나 생소한 서류였다. 모든 글자들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그래도 형제가 몇인데 무연고자 사망자 처리가 말이 되나 싶었다. 아빠에게 서류를 보여주니 큰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큰아빠는 고모가 있는 지역에 살고 계시는데, 이미 고모가 돌아가신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빠가 물었다. 형, 왜 나한테 말 안해줬어?
큰아빠가 대답했다. 네가 처리할 것도 아닌데 말해서 뭐하냐.
난 친가를 아주 싫어해서 그 쪽으로는 머리도 대지 않는 사람이다. 그쪽 사람들 목소리도 듣기 싫단 뜻이다. 업무중이라 잠시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빠에게 전화를 바꿔달라고 했다. 장례는 안하더라도 최소한 화장해서 납골당에 넣는 것까지는 가족이 해야 하지 않나요. 형제잖아요.
큰아빠는 서류나 빨리 써서 보내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물론 약간의 가식을 더해 가봐야 눈물밖에 더 나겠니? 라고 하면서. 그건 진심이 아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제정신이 아닌-고모가 돌아가셔서는 아니다- 아빠를 대신해 서류를 정리해 보냈다. 그리고는 한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무연고자 시체 처리를 검색해보고, 고모가 계시던 지역의 화장장과 납골당을 알아봤다.
잠시 지방에 가있는 엄마에게도 전화를 했다. 고모가 돌아가셨대. 무연고자로 처리 될거래. 전화를 끊고 조금 울었다. 엄마도 전화를 끊고 한참 울었다고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며칠 휴가를 내고 혼자라도 수습을 할까 싶어 알아보다가 포기했다. 운전을 못하니 지방에서는 일처리가 너무 힘들었다. 거기에 여러가지 사정들이 겹쳐 있었다.
며칠 뒤에 고모가 무연고자로 시체 처리가 완료되었다는 서류를 받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덧 없이 마무리 되었구나 싶었다.
가끔 고모의 임종 순간이 어땠을지 생각해보곤 한다. 결국 내가 소름끼치도록 싫어하는 그들과 똑같은 사람일 뿐인 나는 고모가 평화를 찾았기를 바랄 뿐이다.
지독하게 운이 좋지 않았던 고모의 삶이, 노래와 책을 좋아하던 고모의 삶의 마지막이 너무 괴롭지는 않았기를.
고모의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 흘린 사람은 엄마와 나 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모가 가장 많이 괴롭힌 우리 엄마와, 고모를 가장 닮은 나 단 둘.
부디 영원한 안식을 얻으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