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별 건가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문득 "살아있으니까 재미있게 사는 거지"라는 제목이 생각났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계속 물고 늘어났어요. 사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서 사는 걸까? 아니면 살아있으니까 재미있게 사는 걸까? 난 어느 쪽에 손을 들어야 하는지 생각해 봤네요.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사는 것인지, 요즘은 내 인생에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살아갑니다. 육지로 공도 치러 다니고, 주문을 대량으로 받아오고 삶이 사업의 연장선인지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돈이 벌리는지, 쓰고만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주고 싶은 마음도 많이 듭니다. 오늘 어느 집사님을 만났습니다. 내년부터는 선교를 나간다고 하네요. 자비량 선교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에 문득 나는 잠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슬슬 기지개도 켜야 하고 몸을 풀어야 할 때가 돼 가는구나란 생각이 번쩍하고 듭니다.
이렇게 일에 치여서 살다가 가끔 놀러 다니고, 그러면서도 성장해 보겠다고 노력한답시고 책을 읽고, 글도 쓴다고 합니다.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라 난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 살기로 오늘도 다짐합니다. 남편은 스스로 잘 살아가고 있으니 우린 각자 자신의 세상에서 건강하게 잘 살아가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 냈으니 감사하면서 잠을 자야겠지요. 하나님의 은혜로 내일을 주신다면 그 내일을 즐겁게 살아내면 되는 것이고요.
누구나 오고 싶어 하고, 살고 싶어 하는 곳에서 살게 해 주셨으니 난 즐겁고, 재미나게 살아내면 됩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숙제를 마저 하고 빚진 자의 다하지 못한 것들은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오늘을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이젠 지나온 세월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그만하려고 합니다. 이제까지는 미안한 마음을 많이 가지고 살아왔고, 저자세로 살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합니다. 누구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해주는 말입니다.
이렇게 찬란하게 빛은 나를 비춰주는데 많이 외롭지만 그 외로움을 나타내지 못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누구도 내 편은 없는듯해서 늘 일기를 썼었고, 이젠 그 일기를 다른 쪽으로 써댑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일기를 다시 쓸 때가 올듯합니다. 기대는 늘 실망을 안겨주니 누구에게든 기대는 하지 않아야겠어요. 오늘도 살아있으니까 재미있게 살아냈습니다.
웃지만 쓸쓸하게 보이는 미소입니다. 아직도 읽고 싶은 책이 많아 서점을 하면 좋을지, 도서관 사서를 해야 좋을지 결정 장애가 있는 뉴욕공주입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싫습니다. 말을 너무 잘하는 사람은 말꼬리를 물고 사람을 질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나에겐 이런 말에 관해서 트라우마가 있나 봅니다. 진저리가 쳐지듯 싫다는 생각을 마구 합니다. 남편이 같은 말을 몇 번 하면 "응 거기까지 알아들었으니까 그만" 이젠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편은 웃습니다. 난 잔소리하는 것도 싫어하고, 잘못한 사람한테 계속 지적해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누나를 잘 아는 동생이 "우리 누나는 잔소리도 하지 않는데"라고 합니다. 나를 너무 잘 아니까요.
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복잡한 마음을 날리고 있습니다. 오늘 살아있으니까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날씨는 쌩하고 추웠지만 가슴을 열고 좋은 생각을 마구 먹었습니다. 맑은 사람을 보면 참 좋습니다. 복잡한 뇌구조를 마구 쥐어짜면서 간단한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 말고, 복잡한 일이라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려고 많이 노력했기에 난 단순한 사람이 좋습니다. 죽을 때까지 단순한 사람이 될 겁니다. 단순하게 살 겁니다. 아주 단호한 나의 결심입니다.
이렇게 나를 드러내 놓으면 벌거벗은 임금님 같아집니다. 언젠가 나를 다 드러내 놓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때도 살아 있다면 말입니다. 요즘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가끔 한 분씩 보이 지를 않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 독감예방 접종을 했습니다. 아픈 것은 괜찮은데 그 아픔으로 주변이 힘들까 봐 예방을 하는 겁니다. 범 섬을 향해 갈매기의 날갯짓을 봅니다. 저들도 살기 위해 치열한 날갯짓을 우아하게 보이도록 연극을 하는데 나에겐 딱 걸렸습니다. 갈매기도 힘이 들면 잠시 바닷물 위로 살짝 올라온 바위에서 쉬기도 합니다. 그때 안도를 하는 거지요.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이라 어떤 문제가 생기면 빨리 떨쳐버리지 못하나 봐요. 이젠 빨리 떨쳐버리려 노력합니다. 왼쪽 어깨가 뻐근한 이유는 독감예방접종 때문인가 보네요. 오늘을 주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살아있으니까, 살게 하셨으니까 즐겁게 살아냈습니다. 아직은 젊은가 봅니다. 혈기도 있고, 싫어하는 내색도 하고 철없어 보입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성숙한 어른이 갖춰야 할 좋은 심리 습관"을 읽는 이유가 있어요. 말 그대로 책 제목 그대로 나를 조금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시키고 싶어서요. 본인의 문제는 본인이 제일 잘 아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완독 했을 때 얼마나 성숙해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