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0630 11:19AM 수정 20240630 12:20PM
주말에 비가 많이 온다고 했지만, 인천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삼성의 갤럭시와 애플의 챗GPT 탑재 등 AI 음성통역기가 점차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간혹 시청하는 여행 유튜브에서 스마트폰이 아닌 별도의 AI 통역기로 브라질에서 소통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스마트폰을 켜는 과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내 아동 영어 교육의 최고 권위자인 서울교대 김혜리 교수님과 함께 그림책 읽기와 아동 영어 원서 읽기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김 교수님의 오랜 경험과 지혜는 참으로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 관련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들이 개발한 영어 교육 서비스가 학계의 연구나 영어 전문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충분한 요구 조사를 거치지 않고, 자신들의 기준으로 영어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고, 그 서비스가 왜 학생들에게 사용되지 않는지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는 현실과 이론의 괴리가 아닌, 충분한 검토 없이 만든 서비스를 본인들만 좋다고만 우기는 상황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
초등학교 4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0년 동안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을 해봤습니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는 선행학습금지법이 있어 학생들이 정해진 수준 이상으로 영어를 학습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교육부에서 정한 단어들을 중심으로 학습할 수 있어 원어민이 실제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을 배울 수 없고, 교사들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제약은 교과서에도 반영됩니다.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나라도 아닌데, 가르쳐야 할 것을 정해놓고 이를 벗어나면 안 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10년 동안 영어를 배워도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은 발전을 거듭하여,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상황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통상 교육과정이 7년 주기로 개정된다고 볼 때, 현재의 인공지능 진화 속도라면 10년 후에는 영어 교사나 영어 교과서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 교육이 영어라는 외국어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벗어나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한국중등영어교육학회도 학회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 정채관 교수는 세계적 명문 영국 버밍엄대 공과대학 졸업 후, 영국 워릭대에서 경영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같은 대학에서 응용언어와 영어교육 전공으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선임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영어시험출제연구실, 영어교육센터, 교육과정연구실, 임용시험센터, 교과교육연구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연구실, 학생평가지원센터 등 핵심 부서를 거치며 영어교육과 평가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 2019년부터 국립인천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대학원 영어교육전공 책임교수로서 영미아동문학, 영어교육과정 및 교재개발, 영어말하기평가, 코퍼스언어학, AI 활용 번역, 영어 AI 디지털교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천광역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원격수업지원자문위원회 자문위원과 한국중등영어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학문적 깊이와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들의 영국 유학기: 13인의 이야기」, 「내 아이와 영어산책: 영잘알 부모의 슬기로운 영어 공부법」,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영어교육」 등의 저서를 통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 ckjung@gmail.com / ckjung@i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