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정도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1. 서울에서 가장 멋진 곳은 을지로, 광화문, 삼청동, 시청 등 종로 일대다. 평일에 가도 웨이팅 1시간이 기본인 지옥의 핫플레이스는 아닌데 썰렁하지도 않다. 어느 쪽을 봐도 종로만의 개성이나 오래전부터 서울을 지켜온 벽돌과 돌, 나무의 조합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가격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맛있는 식당이 다양하다. 광화문에는 반찬이 환상적인 수육 집과 오래된 파스타집이 나란히 있고 을지로엔 포차와 팬시한 바가 같이 있다. 삼청동과 시청에는 뭐니 뭐니 해도 미술관이 있다. 지나치게 붐비지도 비싸지도 않은 전시가 사시사철 열린다. 카페나 맛집에 지친 보행자에게 소리가 울리는 높은 천장과 깨끗한 흰 벽은 우아한 안식처가 돼준다.
2. 때로 일은 그냥 일이다. 직장에서 너무 열내지도 상처 받지도, 상처 주지도 않도록 상기해야 한다. 열기가 가시면 분명 후회한다.
3.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매장 안에 화장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건물 공용 화장실이 아닌 개별 화장실이 붙어 있으면 화장실 청소나 막힌 변기도 알바 몫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피하는 게 좋다.
4. 파스타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요리다. 파스타의 생명은 짭짤한 면수와 마늘이다. 마늘을 아끼지 않을수록 맛있다. 소스는 굳이 만들지 말고 오뚜기 걸 산다.
5. 이 세상에 욕 안 먹는 사람은 없다. 애써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 게 장수에 좋다. ‘좋은 사람’은 상대적이다. 진짜 좋은 사람은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심지가 좋은 사람이다. 누가 누굴 욕하고 누가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지 신경 쓰였던 때가 많았다. 생각해보면 가장 잘나고 착한 사람도 어느 순간에는 불호의 대상이 되고, 어떤 식으로든 욕을 먹는다. 욕을 안 먹는 사람이 있다면 욕 안 먹는다고 욕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활동을 하는 인간이라면 욕은 본성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욕먹을까 봐 무서워하지 말고 알려고도 하지 말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화장실에 가야 하는 걸 알지만, 디테일은 알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6. 20대의 소비는 대부분 실패로 이어지는데 그 실패들이 현명한 소비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7.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건 맞는 친구를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나는 20대 후반에서야 요가라는 친구를 찾았다. 다이어트나 몸만들기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도 좋다. 정말로 우울함을 쫓기에 몸을 움직이는 것만 한 건 없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고 씻어내려야 한다.
8. 해외여행하다 맛집을 찾을 땐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말고 yelp라는 앱을 믿어보자. 가격대도 상세히 알려주고 98%의 확률로 실패하지 않는다.
9.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 꼭 먹어야 할 것은 없다. 하지만 도시에 가면 대중교통, 미술관이나 영화관, 공원은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지방으로 가면 호텔에 묵지 말고 에어비앤비를 고르고 자전거를 빌려 시장에 가자.
10. 좋아하는 것보다 견딜 수 없는 걸 골라내야 한다. 자기 일이 안 힘들다는 사람 못 봤다. 어떤 세계나 고군분투가 있다. 좋아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는 ‘고군분투’를 고르는 게 좋은 감정만 보고 한 선택보다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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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영양제 먹어서 손해 볼 건 없다. 비타민 B는 피로 해소에, 마그네슘은 수면에 좋다.
12. 게을러서 학사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학사경고를 받아도 세상이 무너지진 않더라. 하지만 게으른 사람일수록 학사경고는 받지 말자. 남은 학기 내내 게으를 수가 없어진다.
13. 지하철 1호선은 느리고 3호선은 배차간격이 길고 2호선은 반시계방향이 덜 복잡하다.
14. 비어있는 공간이 마음에 주는 평화를 간과해선 안된다. 물건은 그냥 놓여있는 것만으로도 내 집중력과 에너지를 야금야금 뺏어간다. 나의 경우 물건이 적을수록 삶의 질이 올라가고 좋은 걸 사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가진 물건’이 곧 ‘나’는 아니다.
15. 세일한다고 사지 말자. 안 사면 100% 세일이다.
16. 스리라차는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법의 소스다.
17. 니트는 비싼 걸 사든 100% 울 니트를 사든 두 겨울만 지나면 보풀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2년 정도만 입을 생각으로 최소화하고 맨투맨이나 셔츠 안에 입을 이너에 투자한다.
18. 난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싸우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각자 생각이나 의견을 가지게 두고,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
19. 정보성, 자기 계발 성 책은 이북으로 사고 문학 책은 종이책으로 산다. 필요할 때 빠르게 원하는 부분만 검색해서 보기에도 이북이 좋다. 문학 책은 개인적으로 이북으로 읽으면 풍미가 안 산다. 대신에 몇 달에 한 번씩 소장하고 싶진 않은 문학 책을 알라딘 중고 서점에 팔아주면 그 돈을 모아 새 책을 하나 더 살 수 있다.
20.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찾자. 직업적으로든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에서든. 마음속 나침반으로 삼을 사람이 없다면 인생은 너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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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요즘은 여유가 될 때 LP를 하나씩 모아서 듣는 취미를 들였다. 턴테이블로 음악을 들으면 다음 곡으로 넘길 수가 없다. 앨범 하나를 통째로 들으면 숨겨진 스토리가 들린다.
22. 해외여행을 갈 땐 샴푸린스는 챙기지 않고 클렌징 폼 대신 비누를 챙긴다. 용량 때문에 모자란 걸 아껴 쓰거나 공항직원과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고, 얼굴이니 몸이니 손이니 용도 없이도 어디든 공평하게 깨끗하고 향기롭게 해주는 비누. 샴푸와 린스는 도착하자마자 현지에서 싸게 사고 현지에서 나눔 하고 돌아오는 게 편하다.
23. 세상 어디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하다. 예전엔 이민도 꿈꿨었는데, 이젠 한국이 너무 좋다기보다 다녀보니 그럴 만한 나라도 딱히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게다가 한식은 세계 최고 음식이다.
24. 향은 옷차림보다 중요하다.
25. 멀티 태스킹은 다 거짓말이다. 한 번에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하자.
26. 친구들과 꼭 자주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 진짜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어제 만난 것처럼 웃을 수 있다.
27. 존버가 답이다.
28. 과탄산소다는 표백과 소독에 좋고 구연산은 물때 제거에 좋다.
29. 이해해야만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30. 엄마는 딸한테 거짓말을 잘한다. 싫은 척, 아닌 척 해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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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하루 한 시간 나만 생각하는 시간이 행복을 보장해준다. 그 시간엔 좋아하는 것만 한다.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뜨거운 물로 목욕하고 나를 가꿔주는 것.. 맛있는 걸 먹으면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것.
32. 아무리 피곤해도 잠은 9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 9시간 이상 자면 머리가 아프고 피곤이 더 오래간다.
33. 냉장고 꽉 채우지 말자. 어차피 다 못 먹는다. 버려지는 음식물에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
34. 특별한 사람을 만나 특별한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끼리 만나 서로를 특별히 사랑하는 것임을.
35. 세상에는 사기꾼이 생각보다 많다. 꼭 돈 뜯어내는 사람만 사기꾼은 아니다. 아무나 믿지는 말되 무턱대고 미워할 준비도 말자.
36. 습관으로 만들고 과정을 지키자. 결과는 내가 바꿀 수 없다. 나는 과정만 지켜내면 된다.
37. 준비 너무 길게 하지 말고 시작하기. 시작할 자격 같은 건 없다.
38. 작업이나 공부할 카페를 고를 때: 화장실이 안에 있는 곳, 디저트가 메인이 아닌 곳, 통유리 창이 있는 곳, 콘센트가 많은 곳, 대중가요를 틀지 않는 곳, 바로 옆에 교회나 주점이 없는 곳.
39. 손이고. 펌보다는 이색 저색 파격적인 염색을 해 보는 게 좋다.
40. 내가 나를 믿어주고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믿거나 사랑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내가 못할 건 없고 내 잘못은 없다고 암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적어도 나는 내 실수와 싫은 면모도 애정으로 돌아봐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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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멋진 남자는 추운 도시에 많다.
42. 운전할 때 커브를 돌며 도는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을 더 주시해야 한다.
43. 보험은 실손의료보험(실비보험)만 들으면 된다.
43. 세상에서 가장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은 미국 서부다. 독일 아우토반이 아니다.
44. 꽃은 쓸모가 없어도 좋은 선물이다. 때론 뻔한 게 진짜다.
45. 마음속에 울림을 주는 글귀를 하나씩 품고 살아야 한다.
46. 좋아하는 대상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47. 인생은 서른부터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