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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냥 Jul 20. 2016

엄마가 만든 오늘의 식사, '回家吃饭'

청결이라던지 건강, 다이어트 등의 개념이 한국보다 한 발자국 느린 듯한 중국에 최근에 가장 핫한 아이템이 있다. 바로 ‘엄마들(또는 아빠들)’이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배달해주는 回家吃饭이라는 앱. 이 회사는 집에서 요리하는 가정주부들과 점심, 저녁 모두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려는 중국인들 사이를 매개시켜주는 창업 2년이 조금 넘은 스타트업.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진 시대의 흐름을 타 수많은 중국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중. ‘집에 가서 밥 먹자’ 라며 집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 回家吃饭. 이름 하나 정말 잘 지었다.


‘음식을 배달시켜먹는 고객에게는 건강한 만족감을,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들에게는 짭짤한 용돈으로 기쁨을 주는 상호 만족 시스템, 回家吃饭!’


처음 베이징에 왔을 때는 (참으로 무덥다는 베이징의 8월) 물만 달라고 하면 뜨거운 차를 줘서, 

‘아 이 친구들은 정말 건강에 신경을 쓰는구나.. 남자애들도 찬 물을 안 마시려고 하네’ 싶었지만  막상 직접 그들과 부대껴 살다 보니 아직은 ‘건강한 습관’이라는 개념이 잘 서지 않은 듯하다. 특히나 뜨거운 음식을 그냥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먹는다던지 (환경호르몬 잘 모르는 듯),  탄수화물 열량이 엄청난 흰밥만 주구장창 먹는다는 지(중국 와서 잡곡 먹어본 적이 없음. 그리운 잡곡밥이여..눙물) 광주 집에서 소금 대신 사용하는 ‘죽염’은 이쪽 중국애들은 아예 들어본 적도 없단다. 다만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 智林의 경우엔, 월경 중에는 아이스크림이라던지, 콜라 같은 나쁜(?) 음료수, 또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액체류(?)는 절대 마시지 않는 점은 인상 깊음. 


회사 대표인 내 친구 Huhai는 체리 콜라, 피자 등등 서양식으로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건강한 음식을 선호하기에.. 결국 回家吃饭으로 매일 회사에서 점심을 제공하기로 했다. 후하이를 포함한 친구들을 작년 봄 샌프란시스코의 마운틴 뷰에서 만났었는데, Air B&B를 통해 Hacker Home이라는 셰어하우스에서 살면서 요리도 같이 만들어 먹고, 바비큐 파티도 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으로 베이징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이들이 사무실로 쓰고 있는 아파트 거실을 제외한 여분의 방에서 지내고 있고, 10호선 建德门역에서도 멀지 않고 안전한 지역이라서 마음 편히 일에 집중하며 지내고 있다. 나도 한번 먹어보고는 너무 괜찮아서, 한 달 월세에 일부 추가금액을 얻어서 미팅이 없는 날 외에는 거의 날마다 함께 점심을 먹는다. 매일 끼니를 해결하기 골치 아팠던 나, 이 앱이 너무나도 고맙고 반갑다 :)


*사실 이성적으로는 누구나 건강한 음식을 선호한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밝히는 뇌의 문제지..*



 ‘Orgrimmar 가 매일 점심을 쏜다!’


(내 친구들의 회사는 8명의 프로그래머들과 1명의 UI 디자이너로 이뤄져 있는 3년 차 스타트업인데, 주로 B2B를 상대로 ERP 제품들을 만들어 낸다. 그들에 대한 자세한 스토리는 다음에 자세히 다룰 예정. 궁금하신 분은 사이트 참고. http://theskyline.io/)


매일 어떤 음식 시킬지 고민하며 귀찮아하던 친구들에게 후하이의 결정은 넘나 괜찮은 것! 

팀원들이 일주일 씩 돌아가면서 음식을 시키는 권한을 받는데, 요 재미 역시 쏠쏠하다. 9명의 팀원들이 다른 지방 출신인데다 각자 취향도 있어서 ‘아 이 친구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알 수 있다. 참고로 한자를 잘 이해 못하는 외국인인 나로서는 주문하는 행복보다 기대하는 행복을 선택하기로 함.


 


<이런 식으로 음식이 배달되어 오는데, 주로 밥을 추가로 시켜 반찬과 함께 먹는다>


요리 하나당 가격은 일반 오프 식당에 비해서 2-3원 정도 비싼 편이고, 요리사 분들에게 부탁해서 더 싱겁게 해달라던지, 기름을 적게 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국에 와서 먹은 음식들 중에 최고로 담백할 정도로 정말 맛있는데 - 내 생각에는 일반 식당들보다 덜 싼(?) 기름을 쓰는 이유도 있는 거 같다. 음식 까다롭기로 유명한 내 위장도 나름 잘 소화해주는 듯.  

<각자 책상에서 먹던 친구들, 이제는 함께 우르르 모여 점심을 먹는다> 

*엄청난 실력을 가진 요 키 큰 백엔드 프로그래머는 주로 집에서 일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거의 매일 출근하는 거 봐서 대표의 점심 제공이 꽤 큰 역할을 한 듯하다 :) * 



<중국은 남자들도 요리를 즐기고 자주 하다 보니 종종 아저씨 요리사들도 이렇게 보인다>  

   

전에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여기 중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크기에 온라인 사업에 대해서 나름 열려 있는 편이다. 심지어 음식 사업까지도 그런데, 한국 요식업 쪽 관련해서 경험 쌓으려고 回家吃饭 에 문의했었다 - 한국 사람도 음식 팔 수 있냐고, 당신네 앱으로 음식 자주 시켜 먹는다고.. 짧은 중국어로 문의했더니 대환영이란다.

 

다만, 내가 사는 아파트는 주방이 거실에 있는데다 친구들이 거실을 오피스로 쓰다 보니 가스를 아예 안 들여와서 요리를 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기존에 썼던 주소를 변경 신청해서 내가 일하고 있는 706 青年空间 카페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아보려 했었다.(기존 한국 식당이 너무 비싸고 맛없기에, 만들기 비교적 간단한 김치볶음밥, 떡볶이, 주먹밥 등등 팔려는 계획했음) 등록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지는 않아 여기에 적어본다.


1) 앱을 통해서 등록신청을 한다.  

2) 주소, 이름, 연락처 등을 기입하면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온다. 

3) 주방사진 2장, 식탁 사진, 집 내부 외부 전경 1장씩, 식탁에 앉아있는 요리사의 본인 사진 총 6장을 보낸다.


<위챗을 통해 직접 사진을 보내는 중, 우다커우의 내가 일하는 카페 사진을 보냈다> 


4) 메뉴 세 가지를 정해서 이름을 적어 보내주고, 사진사가 집으로 찾아올 시간을 맞춰본다. 

5) 사진사에게서 주의사항이 문자로 오는데, 생각보다 섬세하게 고민을 한 듯하다.


6) 사진사는 직접 집에 방문해서 주방이 청결한 지, 음식을 팔기에 적절한 장소인지 확인하고 음식의 사진을 찍어간다. 

7) 그리고 요리할 요리사는 병원에 가서 ‘위생청결 확인증’ 같은 걸 받아서 제출하고, (병원에서 확인증 받기까지 약 일주일 정도 시간 걸림)  음식 사진을 찍어간 후 약 10일 정도 지나면

 집 근처의 고객들의 주문을 받아 바로 팔 수 있다.



 

<사진 위주로 음식을 고를 수 있는 앱 전경, 

饿了吗나 点评 앱처럼 코멘트도 달 수 있고 음식에 별점도 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요식업 관련해서 알아둘 앱이 대표적으로 두 개가 있는데, 饿了吗 “얼러마, ‘배고프삼?’이라는 뜻” , 주로 음식 배달에 관련된 앱. 大众点评 ‘따중디엔핑, “(식당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다’라는 뜻”는 중국에서 가장 큰 음식 관련 앱인데 ‘미국판 Yap’이라고 보면 된다. 이 앱들 관련해서도 다음에 더 자세히 글을 써야 할 듯..

(아고고 글감이 계속 밀리고 있는 중..ㅠㅠ)


<앱을 통해 요리사로 등록하는 과정.. 韩国美女라 써서 죄송..> 



 

사진사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본 결과, 내가 일하는 카페를 통해서는 음식을 팔 수 없다는 것. 아무리 청년들이 모여사는 주거공간이라 해도, 카페는 상업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본인들 앱의 색깔과 맞지 않는다고..

앱을 통해 직접 팔아볼 수 없어 아쉽긴 했지만, 그들 말이 맞다. 주방과 식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음식을 팔도록  한다면.. 식당 음식을 배달해주는 기존 앱과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고유한 ‘우리 엄마가 요리해주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 도 중요한 성공 요소였기 때문에..


고생해서 찾아온 사진사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사과하고.. 다음에 새로운 집을 얻게 되면 다시 도전해보겠다고 이야기 나눴다. 사실 한국의 새로운 음식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이 앱을 사용해보려 했는데, 메뉴를 한번 등록한 후에는 변경할 수 없는 정책이 있는 걸로 봐서 공급자보다는 소비자로 남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

담당자가 왕징에 있는 사무실로 한번 놀러 오라고 했는데 - 왕징에 갈 일이 생기면 한번 구경해보고 이 사람들의 비전들 한번 들어보고 싶다. 


‘중국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식도락 서비스- 回家吃饭 - 중국에 와서 꼭 사용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앱에 대한 짧은 소견과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들*


듣기로는 2년 내내 인기 없다가 최근에 와서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하는데.. 문제는 여기 앱의 수익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 개당 음식 팔릴 때마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가입비가 있는 것도 아닌데다, 음식 배달이 필요하면 하나당 2-3원 정도 받고 배달을 대신해준단다. 음식을 담을 용기까지도 그냥 제공해주는 듯. 차라리 이 앱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식재료나 식기를 구입하게 하면 괜찮을 거 같은데.. 아니면 내가 하려는 대로, 실적이 좋은 요리사들을 고용해서 요리 클래스를 열어도 되고! 


*** 글 내용 수정,첨언 합니다 (2016.9.5) ***

 回家吃饭에서 음식을 파는 친구네 집에 초대 받아 갔었는데, 앱의 수익에 대해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메뉴 하나 팔릴 때마다 10%수수료를 회사가 받게 되고 배달을 신청할 경우 음식 가격의 10% 내면 배달하는 사람이 집에 와서 음식을 받아가서 배달해주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용기들도 회사에서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는데요, 보통 200개 단위로 묶어서 판다고 합니다. 단점이자 장점은 집 근처에서만 주문하고 배달한다는 건데, 이웃이모처럼 느끼는 고객들이 많아서 단골도 많다고 합니다 :)


+)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음식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은 없는 듯. 예를 들어 WHO에서 발표가 건강에 좋지 않은 三白식품인 '흰 밀가루, 흰 설탕, 흰밥'인데, 이런 정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계획했던 것처럼 한국 음식 요리 클래스를 열면서 왜 이 음식들이 건강한지 정보를 함께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일요일에 O2O Platform인 多生活에서 한국의 김치 만두를 함께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는데 - 김치가 왜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강식품인지 이야기 나눠보려 한다. 아직 한국 사람이 한국 요리하는 전례가 없대서, 꾸준히 클래스 열면서 오프 온라인으로 요리 관련 사람들 인맥 쌓고 - 

조금씩 건강한 한국음식들 소개할 예정!! 


스물세 살 한국 광팬인 플랫폼 매니저 Wei가 아이디어를 내서, 김치 만두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 응답하라 1988 일부 편을 편집해 함께 만두를 먹으며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기로 했다.


나이가 너무 어려 보일까 염려되어 한국에서 한복도 우체국 택배로 보낸 상태. 재미있는 이벤트를 앞두고 부담도 되지만 (특히 중국어로 이야기 해야한다는 거?!), 어떤 새로운 도전들이 펼쳐져 있을까 싶어 기대된다. 

전라도 아줌마 파이팅~ 加油!!


(요리 클래스 이벤트 관련 링크: https://mp.weixin.qq.com/s?__biz=MzIyMjIzNDkwOA==&mid=2247483807&idx=1&sn=f00f9ce2e4ba882a77671698d3f94988&scene=0&pass_ticket=ErouZGtxHT2u%2BSvO3XWoJffKUNL3X0H%2F8fNhKR6gPz8zSns8R7H9CQtOand Szxf5#rd)



-다음 편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는 '라이브 방송 앱'에 대한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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