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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냥 Jun 30. 2016

 Ziroom (自如), 베이징에서 집찾기

세련되게 돈버는 베이징의 부동산 회사, Link Home

중국이 나에게 늘 각인시켜주는 바가 있다면, 핸드폰 앱이 그들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인구수가 많은 만큼, 성향도 각자 다르고 (그래서 게이산업도 엄청 크다고 들었음), 필요한 바가 다양해서 그런지 - 별의별 앱이 다 있다.

보통 사람보다 앱이 많은 편이 아니라는 중국 친구 폰을 보니 자주 쓰는 앱이 60여개 정도. 보통 여성들 같은 경우, 사진을 예쁘게 꾸며주는 카메라 기능용 앱만 해도 10여개 된단다. 심지어 내가 얼마나 잘 잤는지 시간별로 측정해주는 앱도 있다고 들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사업에 있어 비즈니스 모델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이니 만큼 회사들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앱 사용상 에서도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에서는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에, ‘너네가 편리함을 쓰는 대신 나는 이걸로 돈을 번다’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편. 돈 이야기 하기를 껄끄러워 하는 한국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여러가지 분야 중에서 부동산 관련 시장을 장악하려는 회사가 하나 있는데, ‘Link Home’이라고 불린다. 부동산 관련 앱은 크게 세 종류가 있고, 그 중 친구와 집을 알아봤던 앱은 'Ziroom(自如)' 이라는 앱. 중국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수많은 앱을 출시시켜 서로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그 큰 회사가 시장에 내놓은 앱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인기를 끌고 있는 ‘Ziroom’은 적절한 가격과 수준높은 서비스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른 친구들은 이 앱이 가격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참고로만 하고 막상 렌트할 집을 찾을 때는 다른 부동산 앱을 사용한다고 한다. 


<Ziroom 방을 볼 수 있는 화면. 밑에 보이는 사람이 담당직원이고 위챗을 통해 여러가지를 물어볼 수 있음 >


*그렇담 왜 내 친구는 비싼 앱을 쓸까요?*

'이 부잣집 도련님 같으니..' 라고 생각하며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대학시절부터 자취를 해서 이사를 자주했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사람이나 집주인들을 직접 만나 가격 흥정을 해야 했다고. 워낙 순진하고 어리버리하게 생겨서인지 같은 매물 보다 훨씬 월세를 비싸게 내는 '사기 아닌 사기'를 많이 당했다는데.. 그래서 서비스도 좋고, 부동산 주인과 만날 일 없는 Ziroom를 써봤댄다.  그랬더니 여기 직원들은 엄청 친절하고 믿을 만했다는 것. 

'물렁콩 같이 보이면 고생하는 거는 한국이랑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하-


< Ziroom의 모회사인 Link Home. 거리마다 하도 많아서 Watson 같은 가게인줄 알았다>


한국의 직방처럼 부동산과 집을 찾으려는 세입자들 사이에 fee를 매긴다는 발상외에도 여기 부동산 앱들은 재미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Ziroom은 기존에 임대되고 있는 건물이나 방들을 먼저 렌트를 해서 3년간의 계약을 맺는다. 깔끔하게 리모델링 한데다가, 티비나 침대, 책상같은 가구들도 집에 들여놓는데, 이 때문에 집주인들에게는 싸게 임대료를 받고(그 가구들은 몇 년뒤에 집주인 물건이 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는 비싸게 방을 내놓는다. 고객들에게 렌트할 가격을 올리는 대신 상품의 질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1개월 단위, 3개월 단위, 6개월 단위, 1년 단위 등 한꺼번에 렌트비를 낼 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할인도 받고, 매달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어 3-6개월 단위 월세를 선호한다고 한다.


<1년 월세를 미리 내면 정말 저렴해지고, 1년 계약을 지키지 못할 경우 1달분의 월세를 내는 시스템이다>



렌트비가 다른 앱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이 앱을 선호한다. 대부분의 방들은 ‘Furnitured’ 되어 있어 새로 가구를 살 필요가 없고 Wifi 설치는 기본. 뿐만아니라 한달에 두번 집을 청소해줄 아주머니를 무료로 보내주는데, 청소 비용이 정말 저렴함해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이 디테일한 서비스에 찬사를 보내며 앱의 충성스런 고객이 된다.


베이징은 서울시 두배가 넘는 인구에 면적은 28배가 넘기에..(서울인구 1000여만명, 면적은 600 평방미터..작은 도시임에도 불구, 인구 밀도 정말 높군요) 이동시간이 짧지 않아 업무가 더 늦게 끝나는 편인데, 그런 고객들에 맞춰 밤 늦게까지도 집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얼마전에 친구와 함께 집을 두세 군데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회사가 8시 쯤 끝나게 되서 약속한 부동산에 택시타고 도착해도 9시경. 너무 늦은 거 같은데 괜찮냐고 물어보니..괜찮댄다. 10시 넘어서 까지 한다고..결국 늦은 저녁까지 먹고 10시 넘어서 부동산 회사 친구들을 만나 같이 집을 보러 갔다.


(우리가 본 집은 베이징에서 약간 북쪽인 '回龙冠'이라는 지역 - 현재 개발중이기 때문에 집 값이 비싸지 않은편이고 아파트도 대부분 새집이 많다. 주변 웬만한 친구들은 이쪽 방면에 많이 사는 듯 하다. 중관춘이나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쪽인 남쪽은 너무 비싸서 살기 힘들다. 1인 아파트가 평균 월세가 1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젊은 친구들이 양복입고 짠 나타났는데 와우 정말 친절하고 싹싹하고..속으로는 이시간까지 일하는 친구들을 보니 안타까웠다. 옆에 있던 친구는 '이건 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했고, 문득 쉬는 날 없이 일요일도 총알 배송하는 JD.COM(징동, 타오바오에 이은 큰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이 떠올랐다. 중국 대륙은 정말 엄청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 10시반이 넘은 시각, 집 구경하고 밖에 나와 우리들과 이야기 하고 있는 부동산 관련 직원들 >


공실률이 높은 한국과는 달리, 베이징은 방에 대한 공급보다 수요가 높은 편이다. 세계 만국공통으로 부동산 관련 업은 수익이 높겠지만, 베이징은 특히 방이 괜찮다 싶으면 나오자마자 바로 나가는 데다가  한국처럼 '전세' 라는 개념이 없어서 이쪽 업계는 더욱 돈을 많이 버는 것 같다. 계속해서 베이징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에 서울보다 비싼 월세임에도 불구하고 집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공산국가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70년만 부동산을 소유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재산을 대물림 하게 하지 않기 위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부익부, 빈익빈의 차는 쉽게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중국청년들의 고민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다. 결혼하기까지 혼자 힘으로 집을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기에, 부동산 점주들에게 평생 월세를 내고 살아야하는 친구들.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지, 어떤 인생을 살아야할지 고민으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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