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새빨간 거짓말. Prologue
자신을 재무설계사라고 소개하는 그들의 인스타그램에는 재무설계에 대한 정보보다 호화스러운 생활에 대한 사진이 더 많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해외여행 사진, 고급 자동차, 고가의 핸드백. 슈트.
"진짜 재무설계사가 되면 저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마침 재무설계가 필요한 시점이었기에 메시지를 보내 그에게 무료 재무설계 상담을 요청했다.
며칠 뒤, 먼저 도착한 카페에서 그를 기다렸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 즈음 카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핏이 딱 떨어지는 슈트를 입고 깔끔하게 뒤로 넘긴 포마드 헤어스타일. 한눈에 봐도 그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로 곧장 걸어왔다.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목에는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롤렉스시계가 보였다.
몇 마디 인사가 오가고 본격적인 재무설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저축의 효용성, 펀드의 수익률, 주식의 장점, 부동산까지 그는 다방면에서 해박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난 왜 지금까지 이런 것도 알지 못했을까’라는 부끄러움이 커졌다. 그가 말을 이었다.
다음 미팅에서는 제가 제안드릴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를 나서는 뒷모습이 멋있다. 이후 두어 번의 만남을 더 가졌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벤틀리를 몰고 내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와 금융상품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결국 그가 내민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후 그와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3개월에 한 번, 1년에 한 번. 점점 뜸해졌다. 잊힐 때 즈음 계약서를 꺼내 놓고 읽어보기 시작했다. 오래전에 들은 말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창에 그가 제안한 상품명을 입력했다. 원금보장, 수익보장이라던 그의 말과는 달리 다른 내용들이 검색됐다.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도 보였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그와 약속을 하고 다시 만난 자리에서 그는 내 돈을 ‘사업비’와 ‘투자’이 명목으로 여러 곳에 분산해놓았고 이미 원금을 잃은 지 오래였다. 이제야 벤틀리와 롤렉스에 가려졌던 그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그곳엔 20대 중반에 앳된 청년이 있을 뿐이었다. 그가 나에게 말한 내용들은 그저 영업방식을 대본처럼 외웠을 뿐이었다.
2017년 1월 언론에 보도된 기사의 제목이다. 많은 설계사들이 달콤한 말로 계약을 유도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목돈을 덜컥 그들에게 맡긴다.
재무설계는 한 사람의 인생을 조망하고 설계하는 것과 같다. 나의 생활 습관, 패턴, 자산의 형태, 과거와 미래의 정확한 분석 등 총체적으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책에서는 최소한의 금융지식과 그들이 제시하는 포트폴리오의 맹점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재무설계는 한 명의 ‘롤렉스’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적어도 금융과 관련된 경험이 풍부한 사람, 차트 분석 및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을 만들 수 있는 분석적인 학습자여야 하며, 마지막으로 1~2년 만에 그만두는 사람이면 안 된다. 나와 함께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결국 당신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자산을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사회 초년생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
그 답은 쉽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새빨간 거짓말' 책 내용을 발췌 및 추가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브런치북: 그들의 새빨간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