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부터 샤넬백까지 (재무설계사의 허세)

그들의 새빨간 거짓말. Prologue


noname01.bmp [월 2,000만원의 급여명세서, 벤틀리, 롤렉스, 샤넬. 그리고 20대]


자신을 재무설계사라고 소개하는 그들의 인스타그램에는 재무설계에 대한 정보보다 호화스러운 생활에 대한 사진이 더 많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해외여행 사진, 고급 자동차, 고가의 핸드백. 슈트.


"진짜 재무설계사가 되면 저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마침 재무설계가 필요한 시점이었기에 메시지를 보내 그에게 무료 재무설계 상담을 요청했다.

며칠 뒤, 먼저 도착한 카페에서 그를 기다렸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 즈음 카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핏이 딱 떨어지는 슈트를 입고 깔끔하게 뒤로 넘긴 포마드 헤어스타일. 한눈에 봐도 그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로 곧장 걸어왔다.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목에는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롤렉스시계가 보였다.


몇 마디 인사가 오가고 본격적인 재무설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저축의 효용성, 펀드의 수익률, 주식의 장점, 부동산까지 그는 다방면에서 해박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난 왜 지금까지 이런 것도 알지 못했을까’라는 부끄러움이 커졌다. 그가 말을 이었다.


다음 미팅에서는 제가 제안드릴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를 나서는 뒷모습이 멋있다. 이후 두어 번의 만남을 더 가졌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벤틀리를 몰고 내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와 금융상품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결국 그가 내민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후 그와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3개월에 한 번, 1년에 한 번. 점점 뜸해졌다. 잊힐 때 즈음 계약서를 꺼내 놓고 읽어보기 시작했다. 오래전에 들은 말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창에 그가 제안한 상품명을 입력했다. 원금보장, 수익보장이라던 그의 말과는 달리 다른 내용들이 검색됐다.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도 보였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그와 약속을 하고 다시 만난 자리에서 그는 내 돈을 ‘사업비’와 ‘투자’이 명목으로 여러 곳에 분산해놓았고 이미 원금을 잃은 지 오래였다. 이제야 벤틀리와 롤렉스에 가려졌던 그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그곳엔 20대 중반에 앳된 청년이 있을 뿐이었다. 그가 나에게 말한 내용들은 그저 영업방식을 대본처럼 외웠을 뿐이었다.




[벤틀리부터 샤넬백까지... 재무설계사들의 허세]

2017년 1월 언론에 보도된 기사의 제목이다. 많은 설계사들이 달콤한 말로 계약을 유도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목돈을 덜컥 그들에게 맡긴다.

재무설계는 한 사람의 인생을 조망하고 설계하는 것과 같다. 나의 생활 습관, 패턴, 자산의 형태, 과거와 미래의 정확한 분석 등 총체적으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책에서는 최소한의 금융지식과 그들이 제시하는 포트폴리오의 맹점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재무설계는 한 명의 ‘롤렉스’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적어도 금융과 관련된 경험이 풍부한 사람, 차트 분석 및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을 만들 수 있는 분석적인 학습자여야 하며, 마지막으로 1~2년 만에 그만두는 사람이면 안 된다. 나와 함께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결국 당신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자산을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사회 초년생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


그 답은 쉽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새빨간 거짓말' 책 내용을 발췌 및 추가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브런치북: 그들의 새빨간 거짓말

https://brunch.co.kr/publish/book/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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