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팀장
김 팀장은 일 년 전에 A사에 입사했다. 그는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했다. 미국 다른 대학의 저명한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후과정을 했고 그때 연구한 내용을 인정받아 중견기업인 A사에 신규사업팀장으로 입사했다.
A사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사업은 김 팀장이 연구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이었다. A사의 연구소에서도 지난 몇 년간 비슷한 기술을 개발해 왔다. 김 팀장이 미국에서 일했던 연구실은 상업화에 더 접근해 있었고, 회사는 김 팀장의 경험이 신규사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김 팀장은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평소에는 말도 많이 하지 않고 목소리도 잘 높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직원들과 대화하고 토의하는 것을 즐겼다. 결정할 사안이 있으면 직원들과 의논해서 결정했다. 직원들은 김 팀장의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다. 그는 회사의 다른 관리자들과 달리 소통하는 상사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김 팀장의 의사결정 스타일을 불편해하는 팀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팀원들은 김 팀장이 사소한 사안까지 협의를 거쳐 결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신규사업팀은 고위 경영진에 대한 비정기적인 보고나 재무부서의 자료 요청이 많았다. 이런 사안이 생길 때마다 김 팀장은 전 팀원을 소집해서 누가 그 일을 맡는 것이 좋을지 물었다.
팀원들은 아직 팀이 일곱 명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서 전원이 모여서 의논하고 결정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팀이 커졌을 때도 이렇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생각했다. 고참 직원들 몇이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면 팀장이 결정하고 지시해 달라고 넌지시 김 팀장에게 이야기했다.
# 박 코치와의 대화
“의사결정에 있어서 불편하게 느끼는 점이 무엇인가요?” 박 코치가 김 팀장에게 물었다.
“저는 제가 단독으로 결정해서 직원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고 지시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혼자 결정할 만한 일인데도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은 제가 회사 일을 혼자 결정하는 데 자신이 없었던 것도 있지요. 제 생각에 대해 직원들이 반대 의견을 내면 당황스럽습니다. 그게 불편해서 먼저 직원들 생각을 물어보게 됩니다. 사실 이 사업의 기술적인 면은 제가 전문가인데 말이죠. 지금부터는 제가 결정해도 될 거 같은데 아직은 망설여집니다.”
박 코치가 말했다. “저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중견기업에 상무로 입사했었습니다. 모르는 일은 몰라서, 아는 일은 직원들의 의견을 듣느라 의사결정이 힘들었지요. 그래서 일단 직원들의 의견을 들은 다음에 제가 판단하고 결정하고 지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때 용기를 내기 위해 중얼거리던 주문(呪文)이 하나 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주문이라구요? 말씀해 주세요.”
“‘꼬우면 니들이 팀장하던지...’ 하고 중얼거리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주문은 반드시 속으로 외우셔야 합니다. 절대 소리 내면 안됩니다. 하하하...”
# 리더의 주문(呪文)
동료나 상사가 반대하는 결정을 하거나, 부하를 떠나보내야 할 때 리더는 두렵고 외롭다. 같이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고, 위로해 주는 사람도 없다. 이럴 때 용기를 주는 격언이나 경구를 주문처럼 중얼거리면서 스스로를 토닥이면 큰 도움이 된다. 몇 가지를 소개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The buck stops here.’)
미국의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의 좌우명이다. 트루먼은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와 한국전쟁 참전을 결정하는 등 어려운 결정을 많이 내린 대통령이다. 내가 결정해도 되는 사안을 더 높은 분께 물어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는 둥 부하직원들이 자존심을 자극할 때 이 문장을 중얼거리면 용기가 샘솟는다. 비슷한 말로 ‘이건 내가 결정할게.’ 도 있다. 반대 의견을 아무 말 없이 듣다가 목소리를 깔고 ‘이 건은 제가 결정하겠습니다.’ 하고 읊조리면 더 이상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경영은 컨센서스(consensus)가 아니라 확신(conviction)이다.’
박 코치의 말이다. ‘구성원의 합의’나 ‘사회적 합의’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합의가 필요하다’는 ‘하기 싫다’의 다른 표현이다. 경영은 민주주의에 의한 다수결이 아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반대해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합의가 부족하다’고 반대하는 사람에게 이 말을 하고 나서 위의 ‘이 건 내가 결정할게.’를 덧붙여 보시라.
‘반대하고 따르라.’
박 코치가 존경하는 선배 CEO의 말이다. 결정할 때는 아무 말 없다가 결정되고 나서 ‘맞네, 틀리네’ 하는 사람이 있다. 반대 의견이 나올 만한 사안에 아무런 의견이 없을 때 이렇게 말하면 된다. “반대하고 따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견이 있는 분은 지금 말씀하시고, 가부(可否)가 결정되면 모두 한 팀입니다.”
‘이끌든지 따르든지, 아니면 비키든지.’ (‘Lead, follow or get out of the way.’)
CNN을 창업한 테드 터너가 즐겨 써서 유명해진 말이다. 문장 형태의 경구가 아니라서 대화 중에 사용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포스터로 만들어 벽에 붙여서 회의 참석자의 눈에 띄게 하면 좋다. 굳이 회의나 대화에서 사용하고 싶다면 여러 사람 앞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모두가 자신은 비켜야 할 사람이 아니니 이끌거나 따르겠다고 생각할 테니까. ‘비키든지’를 ‘꺼지든지’로 바꾸면 효과 만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