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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용 Jul 17. 2022

홍콩영화를 딱 10편만 추천한다면...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이들에게

'그 시절' 홍콩영화들은 장르와 상관없이 대체 불가한 매력이 있다. 얼마나 현실적인지, 얼마나 드라마틱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쓸 수 있게 된 표현이지만, 그저 아름다웠다. 어떤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만으로 적지 않은 만족감을 선사했던 시절이다. 동서양이 묘하게 섞인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매력은 앞으로 어떤 국가의, 감독의 영화에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 홍콩영화들이 더욱 아쉽고 그립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처럼.


'그 시절'을 느껴보지 못한 이들에게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홍콩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그 시절의 향수가 깊은 (대가)분들은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리며 감성을 공유하는 정도로 본다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모든 홍콩영화'를 감상하지 않은 데다, 지극히 개인적 견해로 수많은 명작 중 일부만 추려내다 보니 미처 선정하지 못했을 명작들이 마음에 걸린다.


계속 열거하면 끝이 없기에 추천 작은 1990년에서 2000년 사이 제작됐거나, 개봉한 10편으로 한정했다. 


이유를 따로 밝히지는 않았다. 글의 방향이 '추천'에서 자칫 '평론'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를 향한 사심이 큰 영향을 미쳤으며, 가능하면 영화 제작 기술의 발달로 인한 시대적 괴리감이 덜 한 작품을 선정하려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더 오래된 '1980년대 작품'이 제외됐다.


마음속에는 '순위'가 있지만, 이 글에선 순위와 상관없이 나열했다. 참고로 작품마다 달려 있는 '한 줄 소감'은 전체 스토리를 쥐어짜 낸 스포이트 한 방울이 아닌, 개인적 느낌에 불과하다.


1. 동방불패(1992)

감독 : 정소동, 당겨례

주연 : 이연걸, 임청하

한 줄 소감 : 무협의 탈을 쓴 멜로 영화의 미적 쾌감

무협으로만 평가해도 대체제가 없다. 관객들도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 없게 됐다.


2. 황비홍2-남아당자강(1993)

감독 : 서극

주연 : 이연걸, 관지림, 막소총, 견자단

한 줄 소감 : 서극의 황비홍 3부작 중 최고 걸작

이연걸과 견자단만 가능한 액션의 향연...관지림이 가장 아름답게 보였던 영화.


3. 중경삼림(1995)

감독 : 왕가위

주연 : 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금성무

한 줄 소감 : 전설이 된 양조위의 등장 신  

그 몇 초만으로도 나머지 분량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영화는 결국 '보는 것'이라고 깨닫게 하는 왕가위.


4. 서유기-선리기연(1995)

감독 : 유진위

주연 : 주성치, 주인

한 줄 소감 : 주성치의 사랑 철학과 윤회사상이 만났을 때

인간사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후회...적재적소 오마주가 인상적인 걸작. 


5. 화양연화(2000)

감독 : 왕가위

주연 : 양조위, 장만옥

한 줄 소감 : 은은한 감정, 휘몰아치는 기억

'양조위스러움'의 절정을 뽑아낸 왕가위...장만옥의 역대급 명연은 덤. 


6. 아비정전(1990)

감독 : 왕가위

주연 : 장국영, 장만옥, 유덕화, 유가령

한 줄 소감 : 장국영이 최대치로 끌어올린 '왕가위적 감각미'

왕가위의 '녹색 활용법'을 유심히 관찰하는 즐거움


7. 동사서독(1994)

감독 : 왕가위

주연 : 장국영, 양조위, 임청하, 장만옥, 양가휘, 장학우

한 줄 소감 : 왕가위의 정수

OST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영화...왕가위의 사랑(과 시간) 철학을 가장 진중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대표작


8. 신용문객잔(1992)

감독 : 리후이민

주연 : 임청하, 양가휘, 장만옥, 견자단

한 줄 소감 : 극과 액션의 완벽한 조화...임청하의 눈빛으로 화룡점정

악역을 맡은 젊은 견자단 '초절정 고수' 액션이 백미


9. 천녀유혼2(1990)

감독 : 정소동

주연 : 장국영, 왕조현

한 줄 소감 : 홍콩 영화사 '액션 판타지'의 정점

3부작을 묶어서 추천...철학적 메시지는 양조위가 주연한 3편이 가장 인상적.


10. 패왕별희(1993)

감독 : 천카이거

주연 : 장국영, 공리, 장풍의

한 줄 소감 : 영화가 장국영, 장국영이 이 영화 

장국영이라서 완벽하다.


덧붙여 1990년대 작품이 아니라서 넣지 못한 명작들을 추가하자면 성룡의 <폴리스스토리>1편과 2편, 그리고 주윤발&장국영 주연의 <영웅본색> 1편과 2편을 추천하고 싶다. 모두 1980년대에 흥행했지만 홍콩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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