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3'는 주연 배우이면서 제작에도 참여한 마동석(극 중 마석도 역)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소위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분위기가 읽힌다. 1편(2017년 개봉)과 2편(2022년 개봉)이 각각 누적관객 688만 명, 1269만 명을 기록하자, 흥행 부담을 덜고 본격적으로 코믹·액션 장르에 집중하게 된 듯하다. 덕분에 관객도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됐다.
간혹 코믹스러운 요소를 첨가했지만, 전체적인 틀은 '범죄·누아르' 장르를 유지했던 1편은 실화가 토대라는 사실감까지 더해져 꽤 '재밌는 영화'가 됐다. (물론 세 편 모두 핵심은 마동석의 액션이다) 지금의 범죄도시 시리즈는 흥행 보증 수표가 됐지만, 1편을 제작하던 당시에는 제작비가 넉넉지 않았고, 그만큼 홍보에도 많은 비용을 투입할 수 없었다. 때문에 "온전히 관객들의 입소문만으로 흥행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1편의 흥행으로 비교적 제작비가 넉넉해진 2편은 '지금의 기세'를 놓쳐선 안 된다는 부담이 다소 있었던 듯하다. 때문에 기대 이상이었던 1편의 틀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주인공 마석도 형사의 등장 신(scene)을 비롯해 흡사 탱크 같은 '빌런'과의 마지막 결투가 2편에서도 뼈대가 됐다. 코믹스러운 요소가 살짝 늘었지만, 전반적으로는 1편만큼이나 '범죄·누아르' 장르에 충실한 영화였다.
그런데 3편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흥행 부담이 줄어든 마동석이 본격적으로 '즐기면서' 제작한 영화로 보인다.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무거움'은 덜어냈고, 코믹과 액션은 듬뿍 첨가했다. 1·2편과 다르게 굳이 마지막 신(scene)이 아니어도 호쾌한 액션이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한다. 마동석의 애드리브와 아이디어를 곁들인 '웃음 유발 장치'도 영화 분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심지어 박자감도 적절하다. 지루할 틈이 없다.
처음부터 8부작을 염두에 둔 마동석답게 3편부터는 '익숙함'을 경계한 고민도 느껴진다. 일부 관객의 입장에서는 1편과 2편에서 얼굴을 익힌 조연배우들이 대거 빠지면서 섭섭함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이를 쿠키영상으로 어느 정도 상쇄한 노련함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극 중 '초롱이' 역할을 맡은 배우 고규필이 1·2편의 감초 역할이었던 배우 박지환(극 중 장이수 역) 못지않게 화제가 된 부분까지 고려하면 '3편의 변화' 자체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과거 작품들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토대로 '지능형 빌런'일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던 배우 이준혁(극 중 주성철 역)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20kg이나 증량한 피지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마석도 형사와의 대결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이는 1편의 빌런 '장첸'과 2편의 빌런 '강해상'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개인적 견해로 '풍기는 분위기'만 따진다면 마석도 형사와의 대결 구도는 2편의 강해상보다 3편의 주성철이 밸런스 면에서 더 나았다는 평가다.
'익숙함'을 경계한 마동석이지만, 세 편의 시리즈가 개봉하는 동안 바뀌지 않은 흐름도 눈에 띄었다. 갈수록 '추리'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마석도 형사가 용의자를 특정하는 과정이 점점 더 수월해진다. 범죄의 큰 그림을 파악하는 지점도 그만큼 더 빨라졌다.
다만, 이런 부분은 1편과 장르적으로 교집합이 많은 2편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겠으나, 본격적으로 코믹·액션에 집중한 3편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관객에게 시원한 액션과 웃음을 선사하려는 목적이 큰 영화에서 개연성이 뭐 그리 중요할까.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었고, 범죄도시3는 이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