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빌리티 2022년 회고록
그런 말이 있다. 10억 매출을 내본 사람은 어떤 방식이로든 다음 창업을 할 때 그 메커니즘? 혹은 방정식을 알고 있어, 10억 매출을 다시 한번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말. 나는 이 말을 전적으로 공감한다.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방정식은 단순 매출 10억 20억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이다. 투자를 받고 도움을 받는다면 더 큰 그 이상의 매출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고, 다음 창업에서 그 만큼의 매출과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 그 어떤 방정식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년도 7월에 설립된 스테이빌리티는 21년도 매출을 4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7배 이상 성장했다.)
마음속에는 15억 가량의 매출을 4명이서 내본 경험이 있는 대표자가 있었기 때문에 2년 안에 10억 매출을 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시작한 22년도 새해에 가장 큰 목표는 스테이빌리티가 벤처기업으로서의 도전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IR을 위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IR 자료 만드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던 나는 주변의 많은 도움을 통해서 2주일 만에 IR 자료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그럴듯한 자료로 말이다. Cold Mail부터 DemoDay, 지원사업 가릴 것 없이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진행했던 1~3월은 인생에서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기간이었다.
IR 자료를 돌리기 시작하고 약 1달 만에 우리는 메이저급 벤처투자사를 만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회사의 매력을 더 어필하지 못하고 벤처 회사와의 이별을 고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유별장’보다는 ‘스테이 브랜드 혹은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가는 것에 집중을 했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IR 자료를 보면 이걸로 어떻게 투자사와의 미팅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겨울 옷을 옷장에 넣기에는 이른 시즌
미국을 함께 여행했던 동생을 통해서 IR 컨설팅을 서울 강남에서 받게 되었다. 지금의 ‘혁신의 숲’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님을 만나 뵐 수 있었다.
그때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건축회사라면 이 모델을 적용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 같다는 조언.
<PACASO>
그렇게 동생이 먼저 1월부터 여러 번 알려줬던 PACASO의 사업 아이디어를 무시해 왔었다. "잉? 공유별장?"
그때 느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단순하게 텍스트로 전달하는 것보다 사람 얼굴을 보면서 전달받게 되었을 때의 효과는 다르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는 해당 미팅이 끝나고 다음 투자사 미팅이 있는 잠깐의 시간 동안에 우리의 환경에 적합한 형태의 ‘건축이 가능한 공유별장’이라는 자료를 단 3시간 만에 만들어 그날에 있던 다른 투자사와 미팅을 진행했다. 결과는 당연히 좋지 못하였다. 급조한 자료이기도 하였고, 우리 스스로 설득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개인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한 "그럴 것이다"라는 증명되지 않은 결론으로 인해 신뢰를 얻지 못하였다.
그렇게 대표님과 나는 대구 본사로 내려가 IR 자료를 전면 수정하였다.
그런데 아직 시장이 우리가 만든 새로운 가설에 동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은 여전했다.
다른 경쟁사가 비슷한 형태로 진행하는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별장은 별장다워야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필요한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싶은 것을 산다”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 당시 회사에 말하지 못하였지만 우리가 만드는 모든 공간은 1박에 최소 50만 원에서 100만 원 하는 공간을 전문으로 만드는 팀이자, 상업적 공간을 만드는 팀이다 보니 개인의 소유욕을 자극할 별장은 완전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햇다. 그리고 이 개념을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정말 별장을 가지고 싶어 하는가? 그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서 <별장을 소유하는 가장 현대적인 방법>이라는 이름의 공유별장 설명회를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하겠다고 컨텐츠를 노출했고,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약 784명이라는 사람들이 별장을 조금이라도 고려하고 원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계획했던 설명회는 유튜브 라이브로 내보내려고 했지만 방송 장비의 문제로 라이브로 진행하지 못하였지만 그날 밤새 작업한 편집 영상으로 대체가 되었다.
그 후로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서울 위워크에 한 달가량 회의실을 빌리면서 상담을 진행했다.
많은 전문직 직업을 가지시거나 사업을 하고 계신 분들이 상담처를 찾아와 주셨다.
그래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은 많은 자산적 여유를 가진 자들이 제2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 Needs 보다 Want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로써 "필요한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싶은 것을 산다"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렇게 모은 고객들의 데이터와 피드백들은 우리에게 피와 살이 되었다. 어떤 지역, 금액대, 방의 수, 건축의 퀄리티 등 많은 데이터들이 쌓이게 되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에게 상담을 하는 고객들을 만나면서 서울에 거점을 무조건 둬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사무실 비용이다. 지방에서 서울의 사무실 임대 비용은 너무나도 부담이었고, 최소 1년부터 2년까지는 임대비용을 최대로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디캠프, 마루 180, 프론트원, TIPS 타운 등 비용을 최대로 아낄 수 있는 입주 기관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런 사무실 비용만 아끼더라도 높은 연봉의 고급인력의 인건비로 가용할 수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 아끼려고 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인 탓에 입주기관에 합격하는 것에 큰 열을 올렸고
우리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 입주를 성공했다.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동안은 해당 사무실을 임대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위치도 테헤란로 근처 선릉이었다.(고객들이 너무 좋아했다.) 최소 5명에서 최대 10명이 일하는 공간부터 상담을 위한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은 월에 정말 적어도 400만 원 이상이라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1년에 약 5000만 원 그 이상을 아끼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한테는 너무 큰 기회였다. 최소 한 명의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아끼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것도 아니지만 아끼면 다른 곳에서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지금생각해보면 서울에 올라오기 위해서 여러 입주기관과 지원사업을 지원하면서 우리에게 좋은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정부기관들이 우리의 빈집을 해결하는 모습에 크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부터 대기업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자를 집행하는 GP들의 세계가 굉장히 좁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 계기였다. 그렇게 우리의 소식은 빠르게 관련된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본사가 입주해있는 DASH(대구스케일업허브)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우리 팀을 도와주시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였다. (옛날 같으면 지방에서 스타트업을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옛말이 되었다. 좋은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서 전략적으로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팀들도 많아졌다.)
TIPS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 자리였는데, 우리는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았다.
"이사님 며칠 뒤에 PRE-TIPS 발표를 하게 되는데 스테이빌리티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서 추천하려고 합니다." DASH의 본부장님과 매니저님의 연락이었다.
TIPS는 많이 들어봤다. 기술적으로 Tech 적으로 준비가 된 팀만 된다는 이야기만 들어봐도 어려운 정부사업이었다. 우리는 Tech에 대해서 누구보다 자신 있게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저 이해도만 있는 사람들만 있었을 뿐. 그렇게 대표님한테 무책임할 정도로 ‘이거 발표만 하고 오시죠’라고 대표님한테 등 떠밀듯이 요구했었다. 그래도 매 순간 열심히 하려고 하는 대표님의 열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우리의 스토리가 재미있어서였을까(우리 IR 자료는 정석적인 IR 자료보다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스토리형 IR 자료였다.)
1세대 벤처기업의 상무님께서 우리 발표가 끝나고 바로 오셔서 명함을 전달해 주셨다.
너무 감사한 말씀과 함께..
"대표님, 이사님 저는 사업을 열심히 그리고 잘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지방 창업한 팀 중에 이렇게 준비가 되어 있는 팀은 처음 봅니다.", "저는 두 분의 회사도 회사지만, 두 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리에게 투자를 가장 먼저 하겠다고 말씀해주신 곳이 벤처 1세대 ‘인포뱅크’였다.
그렇게 우리는 천금과 같은 행운으로 첫 번째 투자사가 결정되었다. 그것도 TIPS 합격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상무님의 자신감이 담긴 말씀과 함께 말이다. 우리는 자신이 붙었다. 그 발표 이후로 어떻게 다른 GP들에게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대형 은행, 증권사, 거대 창투사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VC기관(대부분 시리즈 A단계) 그런데 우리는 Pre-A 투자였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다들 우리의 소식을 기다리듯이 우리 스테이빌리티 SNS를 팔로우해 주셨고, 지금도 좋아요도 눌러주시며 지켜보고 계신다는 무언의 액션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의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리드 투자사를 찾는 것이었다.
벚꽃이 지고 초록 나뭇잎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대구는 조금씩 따뜻한 날씨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 우리 스테이빌리티 채널의 DM이 하나 도착했다. 투자사라고 연락을 주신 창투사 한 곳이 메시지를 보내주셨고, 그 메시지를 보낸 곳은 우리의 리드투자사가 되어 주셨다.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정리되어 있다.)
입주기관(디캠프)에 들어가고 약 3개월 동안 SW개발팀 채용과 TIPS에 합격하기 위해서 온 정신과 에너지를 쓴 기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뼛속 깊이 느낀 것이 있다.
1. 잘 된 회사 99%는 자신의 잘남과 실력이 출중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운’이 정말 큰 작용을 한다는 것.
2. 잘한다는 것은 절대적이지만 잘한다는 것은 기본이 되야 한 다는 것
10년 이상의 SW 관련 경력과 지식을 겸비한 분이 우리 개발팀으로 합류해주시면서 대표님과 나는 부담을 정말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이건 우리에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TIPS과제를 준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부담이 컸다. 만일 TIPS 선정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더 큼 부담이 생기는 것은 팩트였으니..다행히 투자사는 TIPS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어느 하나의 기회도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과 간절함이 지배적이었다. 아주 아주 간절했고, 그만큼 잘해야했다.
우리는 돈을 버는 건축회사였지만 경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들과 함께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래도 우리는 성장이 필요했기에 자금 수혈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3개월 가량 인포뱅크와 함께 TIPS 합격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노심초사 결과를 기다렸고 1차… 합격 소식과 그리고 최종..합격..소식 까지..
과거에 미리 김칫국 마시다가 최종 결과에 실망한 경험을 너무 많이 경험했기에 좋은 소식이 있어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깊이 잡혀있는 나는 격양되는 모습을 안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팁스 최종 합격 소식은 너무나도 감사했다. ‘세상에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증명서이자 훈장과 같았다. 3개월간의 노력들이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증명한 계기였고 우리의 고정 지출을 정말 많이 아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꾸준히 만들고 있는 공간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우리 공간의 결과물들이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우리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건축 연락은 물론 별장 문의 전화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다. 중간중간에 목소리 톤과 전화하는 공간의 환경과 울림, 물어보는 질문만 들어도 이 사람이 경쟁사인지 고객인지 그리고 우리를 통해서 부동산을 팔려고 하시는 분들인지를 알게 되는 특별한 능력 또한 생기게 되었다. 이건 정말 신기하다.
이제 우리 항해를 위해서 돛을 피고 출발만 하면 되었다. 내년을 위해서 물자도 충분히 확보하였고 출항 준비와 함께 필요한 인력을 채워나가면 되었다. 국내 지역에 만들 우리 공유별장을 위해서 땅을 찾으러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건축 영업에도 열을 올렸다.
스테이 건축 문의와 인테리어 문의는 여전히 정말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보다는 계약을 하는 데에 있어서 부침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SNS 채널은 날이 갈 수록 성장하고 있었고 오늘 기준으로 누적 12만 팔로워가 되었다. (가짜 계정의 비율은 0.4%이다.) 연예인들과 인플루언서 유튜버들이 팔로워를 최근 많이 해주기 시작하면서 좋은 지표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채널의 파급력이 성장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22년 11월 3일 오전 8시 27분(그 순간과 시간들이 기억날 정도이다.) 익숙한 이름의 창업자가 공유별장 문의를 해주셨다. 대한민국 인구 90%가 사용하고 있는 그 서비스의 창업주의 별장 문의..
대표님과 나 그리고 작가님은 차 안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나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의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기도 했고 그만큼 기대치가 올라간다는 것이었기에..지금 이 순간에도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결국 그분께서는 우리 회사의 주주가 되셨다. 그것도 법인이 아닌 개인으로
우리의 원피스를 향한 출항을 알림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사황이 우리 배에 탑승을 하게 되었다.
많은 창업자들의 고민 중에 이것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투자금이 내 돈이라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그런데 투자금은 그렇지 않다.
주변에 투자를 받았다고 하면 ‘축하한다’라는 메시지가 많은데..사실 축하할 것이 아닌 것 같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이 진도준 이사에게 한 말 중에 가장 가슴속에 깊이 들어온 대사가 하나 있다. “꼭~ 이루래이” 투자금은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꼭 이루어야 하는 양날의 검이다.
잘 사용하면 회사의 성공이고 실패한다면 우리 목을 베는 검.
그래서 우리의 내년 23년도를 예상한다면 기대와 두려움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기대와 두려움 그 줄타기는 결국 다 건너가 안전하게 안착하느냐, 아니면 두려움에 패배하여 떨어져 죽느냐 그 두 가지 뿐인 것 같다.
이 회고록이 23년 12월.. 23년 회고록을 작성하며 다시 읽을 때..
그 시절의 고민을 해결하고 새로운 고민을 하는 성찰의 글이 될지, 과거에서 보내는 어떤 힌트의 메시지가 될지, 이루지 못함으로 추억하는 일기가 될지.. 그 누구도 모르지만
우리의 항해가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2022년은 우리에게 아주 큰 기회였고 이제 우리는 내년을 준비한다.
우리의 기대와 두려움이 자신감이 되고 결국 우리의 자부심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2022년 12월 25일
강남역 1번 출구 스타벅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