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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기 Sep 12. 2020

나의 일본 야구 답사기 – 요코하마 스타디움

베이스타즈, 커뮤니티 볼파크를 꿈꾸다 – 2019년 8월 29일의 이야기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1978년 완공된 구장으로 이후 현재까지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베이스타즈의 눈물 나는 성적과 함께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주목받지 못하는 구장이었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회사 DeNA가 베이스타즈를 인수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졌고, 성적의 향상과 구장 리모델링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관중이 찾는 야구장으로 변모했다.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사직야구장의 모델이 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구장에 방문해보니 그라운드 구조가 매우 흡사하게 느껴졌다.


뛰어난 성적은 최고의 마케팅

경기 시작 전부터 모인 관중들

어제까지 도쿄에 비가 내려서 혹여나 경기가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매우 맑아서 다행이었다. 매우 덥고 습한 날씨였는데, 요코하마 스타디움에 도착하니 바닷가 근처답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더위를 조금 식혀주었다. 미리 알아본 바에 따르면 남아있는 좌석이 없었는데, 현장 구매로 일부 좌석이 풀린다고 해서 야구장에 일찍 가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3시 반부터 티켓 부스가 열리는데 나는 3시에 도착했다. 이미 줄이 꽤 길게 늘어서 있었다. 다행히 직원들이 안내를 친절하게 해 줘서 줄을 잘 찾을 수 있었다. 남아 있는 좌석은 외야석밖에 없다고 해서 홈팀의 응원석인 라이트 외야석을 구매했다. 퍼시픽 리그 1위를 기록하며 98년 일본시리즈 우승 이후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베이스타즈의 인기가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요코하마 브루어리?

티켓을 구매한 이후 입장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주변을 구경했다.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전철역이 두 개나 연결되고, 주변에 차이나 타운까지 위치한 좋은 입지를 가진 구장이다. 특히 야구장 근처는 공원으로 조성되어서 지역 주민들의 휴식 장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공원 내에는 놀이터와 분수대 같은 다양한 놀이 시설이 설치되어서 나들이 장소로도 좋아 보였다. 또 다른 야구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다양한 푸드트럭과 가판대가 관중들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었다.

야구장 주변의 기념품 가판대

특이한 점은 베이스타즈 구단 자체의 맥주 브랜드 매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다양한 수제 맥주를 마셔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베이스타즈 브랜드의 벨지안 에일 한잔을 마셨다. 가격은 800엔 정도로 비쌌지만 맛도 좋았고 컵의 디자인도 구단의 BI에 맞춘 디자인이어서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경기장 안에서도 베이스타즈 브랜드의 맥주가 판매되고 있었고, 수입이 꽤 짭짤할 것 같았다. 이전에 과제를 하면서 밀워키 브루어스가 이름에 걸맞게 구장 내부에 자체적인 맥주 브랜드가 존재하고, 맥주 맛이 좋은 구단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일본에서 비슷한 사례를 만나게 되어서 신기했다.

베이 비어 하우스
베이 비어 하우스의 메뉴

응원석의 뜨거운 열기

응원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

입장 시간이 되어 구경을 마치고 좌석을 찾아 입장했다. 그런데 자리를 찾아서 앉아보니 전광판 바로 옆이어서 시야가 제한되는 좌석이었다. 티켓을 구매할 때 직원이 괜찮겠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 대수롭지 않게 괜찮다고 대답한 결과였다. 좌익수 쪽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외야의 뻥 뚫린 시야에 위안을 삼았다. 내가 구매한 좌석은 베이스타즈의 응원석이어서 베이스타즈의 공격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서 응원을 했다. 나도 앉아있기엔 눈치가 보여서 일어서서 응원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요코하마의 안타가 나올 때면 주위의 일본 아저씨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면서 응원석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변신 중

공사 중인 3루측 윙 데크

나는 2년 전에 요코하마 스타디움을 방문한 적이 있기에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나 천천히 야구장을 살펴보았다. 2년 전에는 좌석의 색이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통일된 느낌이 없었는데 좌석의 색이 베이스타즈를 상징하는 짙은 블루 계열로 통일이 되어서 전체적으로 훨씬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또 양측 외야에 새로운 좌석이 건설되었는데, 1루는 공사가 끝나서 관중들이 입장했고, 3루는 아직 공사 중이었다. 라쿠텐 생명 파크에서 볼 수 있는 윙 데크 구조의 좌석이었다. 시즌 중에도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라고 한다.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리모델링을 통해 전체적으로 통일된 BI로 이전보다 더 고급스럽고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스카이박스와 테이블석

테이블석과 익사이팅석 같은 특별 좌석들은 내야에 위치해 있었고, 스카이박스의 규모는 작았지만 포수 후면의 내야 중앙 최상단에 위치해 있었다. 외야 좌석을 구매했기 때문에 내야 쪽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외야에는 매점이 두 개 있었다. 화장실도 마찬가지로 두 개가 있었다. 조금 부실한 느낌이었지만 재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가서 푸드트럭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익사이팅석과 테이블석

베이스타즈, 커뮤니티 볼파크를 꿈꾸다

작은 야구 상영회

야구장에서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야구장 바로 앞의 공원에서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야구장에 들어가지 못한 많은 팬들이 잔디밭에 둘러앉아 베이스타즈 맥주를 마시면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 마치 예전 영화에서나 보던 야외 영화 상영회 같은 느낌이었다. 야구장 바로 옆인데도 불구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야구장 근처에 조성된 공원

스포츠에서 연고지의 의미는 단순히 야구장이 위치한 도시, 또는 지역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에서 연고지는 구단이 지역 커뮤니티와 상호 교류하며 특별한 유대감을 맺는 여러 가지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연고지와의 깊은 유대관계는 스포츠 구단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며 지역민들의 지지는 야구단의 흥행 성적의 개선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야구장이 단순히 야구 경기가 열리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여가 공간으로써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구단의 방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야구장 근처에 조성된 공원

요코하마 스타디움 근처는 큰 공원으로 조성되어 지역민들의 나들이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베이스타즈 경기가 공원에서 중계되었다. 야구장 자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편안한 여가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는 구단을 향해 베이스타즈는 나아가고 있었다. 베이스타즈의 경기가 매진되는 것은 물론 뛰어난 성적의 지분이 크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커뮤니티 볼파크로써 나아가는 요코하마 스타디움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다.

현장감이 느껴지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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