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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기 Mar 06. 2020

나의 일본 야구 답사기 -메트라이프 돔

돔이면서 돔이 아니다? 2019년 08월 07일의 이야기

 "메트라이프 돔" 1979년에 개방형 야구장으로 지어져, 1999년에 뚜껑을 덮어 돔구장으로 변모한 야구장이다. 야구장 주변에 호수가 있어 안개가 자주 끼었고, 사상 초유의 안개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뚜껑을 덮어 돔구장으로 만드는 계획이 수립되었고, 1999년 뚜껑이 덮어져 돔구장으로 변모했다는 것이 메트라이프 돔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다.

 나는 메트라이프 돔을 전철을 통해 방문했다. 도쿄에서 세이부 철도(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의 모기업)를 통해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야구장 바로 앞에 역이 있긴 하지만 열차가 자주 있지 않고, 사이타마현 내의 주요 중심가가 아닌 변방에 위치하고 있다. 야구장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구단의 각종 시설들이 위치하고 있다.


외관은 우주선

세이부큐조마에 역

역에서 나오면 메트라이프 돔이 바로 보이고 그 주변으로는 티켓 부스와 구단의 상품을 판매하는 팬샵이 위치하고 있다. 야구장의 첫인상은 우리가 흔히 보는 UFO의 느낌이었다. 은색 지붕이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침 날씨도 흐린 탓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티켓을 구매했다. 내가 구매한 좌석은 포수 후면의 내야 지정석인데, 가격은 3000엔으로 내야석 중에서는 저렴한 축에 속했다. 개인적으로 야구장에 갈 때 포수 뒤쪽의 내야석을 선호하는 편이다. 야구장이 전체적으로 눈에 들어오고, 시야가 탁 트여서 야구를 보기에 가장 편안하다. 그래서 미리 조사한 대로 좌석을 구매했고, 야구장으로 들어갔다. 메트라이프 돔은 크게 2개의 입구가 메인으로 1루 입구와 3루 입구로 나눠져 있다. 나는 3루(메트라이프 돔은 3루에 홈팀의 더그아웃이 위치한다) 입구를 통해 입장했다.

메트라이프 돔 전경
메트라이프 돔 내부 통로의 스타팅 라인업

야구장인가 공원인가

메트라이프 돔 내의 통로

 메트라이프 돔은 언덕이었던 곳의 땅을 파고 내려가서 만든 구장이다 보니, 야구장이 지면보다 아래에 위치한다. 우리나라의 문학야구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메트라이프 돔의 특이한 점은 크게 2개의 입구가 외야 쪽에 위치해있고, 외야에서부터 걸어 올라와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야구장을 둘러싸고 있는 통로가, 야구장의 가장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포수 후면 쪽 좌석을 구매한 사람들은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그 통로의 주변에는 다양한 매점들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위치한다. 따라서 야구장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은 매점을 지나쳐 올라가야만 한다. 이러한 특이한 구조가 구단의 식음료 및 매점 사업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하게 느껴졌다. 또 야구장을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마치 공원 가운데 야구장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렁찬 매미 울음소리가 야구장의 시끄러운 소음을 뚫고 들려왔다.

메트라이프 돔 내의 통로와 매점들
메트라이프 돔 내부 전경

돔인데 너무 덥다

 어렵게 내 자리를 잘 찾아왔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안 그래도 푹푹 찌는 날씨에 야구장 안은 굉장히 습하고, 열기가 가득했다. 메트라이프 돔은 돔이지만 외부와 완벽히 차단되지 않아서, 공조 시설을 가동하는 효과가 한정적이고, 야구장 내부로 스며든 열기가 잘 빠져나가지 않아서 굉장히 더웠다. 알고 보니 야구장 필수템이 부채와 목에 거는 수건인 것 같았다. 많은 관중들이 목에 수건을 걸고, 부채질을 하면서 야구를 보고 있었다. 옆자리의 할아버지도 연신 부채질을 하며 보냉팩 속에 든 차를 마시고 있었다. 경기는 시작되었고 점점 경기의 열기는 뜨거워지는데 해가 졌는데도 더위는 가실 줄을 몰랐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다양한 특별 좌석들이 눈에 띄었다. 내야에는 광활한 파울 존 내에 불펜과 익사이팅 존을 설치했고, 포수 뒤쪽의 내야석에는 음식들을 배달해주고 편안한 소파형 의자를 제공하는 좌석이 있었다. 또 내야의 상단 좌석은 테이블석으로 개조했고, 응원석은 외야에 위치해 있었다. 외야에는 좌석도 있지만 잔디로 되어있어 자유롭게 앉거나 일어서서 응원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내부에는 또 일종의 스포츠 펍을 만들어놔서 관중들이 자유롭게 음식을 먹으면서도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사실 메트라이프 돔은 관중 동원면에서 오랫동안 저조했다고 하는데 최근의 좋은 성적과 구단의 노력이 더해져서 관중 동원율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굉장히 더운 날씨였지만 3루측에는 거의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관중이 들어차 있었다.

외야의 응원석

시원한 최신식의 팀 스토어

메트라이프 돔의 팀 스토어 전경

 메트라이프 돔은 지어진 지 오래된 구장이지만 팀 스토어는 굉장히 최신식의 건물이었다. 유리로 된 외관이 멋지게 보였다. 메트라이프 돔과는 조금 안 어울리긴 하지만 구단의 머천다이징 사업에 대한 의지가 돋보였다. 꼭 팀 스토어 내부로 들어가지 않아도 1층에 매점들이 위치해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경기 당일 손님이 많이 몰리는 것을 대비해 품목을 일부 나누어서 판매하고 있었다. 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보니 당연히 경기 전에 손님들로 가득 찼고 나는 경기 중간에 나와서 팀 스토어에 방문했다. 내부는 KBO팀들의 팀 스토어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정말 아기자기하고 캐릭터를 활용한 물건들이 많아서 일본스럽다고 생각했다. 또 특이한 점은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의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당하게 팬 샵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고 꽤 많은 곳이 비어있는 것으로 보아 상품들이 잘 팔리는 것처럼 보였다. 국가대표 브랜드를 이용한 상품들이 팔리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어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팬샵 내부의 '사무라이 재팬' 굿즈 판매대

한여름의 야시장 같은 야구장

메트라이프 돔은 아주 더웠고 시설도 낙후되었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만족스러웠다. 마치 한여름의 야시장에 온 것처럼 다양한 먹거리가 눈길을 끌었고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 찬 통로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러한 분위기가 메트라이프 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야구장은 야구를 보러 오는 곳이지만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정말 좋아해서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런 사람들 만으로 야구장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야구장 자체가 하나의 나들이 장소로 또 데이트 코스로 모임 장소로 이용될 수 있을 때 관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메트라이프 돔을 사용하는 세이부 라이온즈도 저조한 관중수로 골머리를 앓던 구단이었지만 최근 5년 동안 관중수가 꾸준히 증가해서 약 2만 5천 명의 평균 관중이 찾는 구단이 되었다. 물론 세이부의 성적이 상승한 것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야구장 자체를 엔터테인먼트가 가득한 공간으로 만든 구단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늘 축제를 여는 것처럼 활기찬 야구장, 바비큐 굽는 냄새가 또 그 연기가 마치 야시장에 온 것처럼 설레게 만드는 야구장이 바로 메트라이프 돔이었다. 한여름의 야시장처럼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메트라이프 돔 선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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