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나는 그때부터 너를 좋아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처음 그녀와 벚꽃 축제를 갔던 날을 아직 기억한다. 어느 센터의 회원으로 알고 지내던 사이, 같이 담배 피는 친구,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된 그림 그리기의 스승님. 그 날 이전에는 같이 벚꽃 축제 가지 않겠냐는 회원님의 말이 있었다. 불안정 했던 나는 기약할 수 없어 얼버무렸다.
그러나 당일, 나는 오전에 일어났다. 카톡이 울렸다. 그녀였다. ‘혹시 벚꽃축제 같이 가실래요?’. 그 길로 나는 씻고 나와서 미용실을 들러 무심천으로 향했다. 거기서 만나 근처 카페에서 무심천을 바라보며 그림을 잠깐 그렸다. 카페 사장님은 나랑 친분이 조금 있었고, 사장님은 그녀를 보곤 여친이냐셨지만 우린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사장님이 맞는 것 같다며 웃으셨다.
옷 구경을 하고 마라탕을 먹었다. 인생네컷도 찍고 시내를 많이 돌아다녔다. 이후 그녀가 사전에 오픈채팅으로 구했던 어느 분을 기다렸으나 끝내 오지 않았고, 결국 단둘이 구경하게 되었다. 닭꼬치와 만두를 먹고 어머니께 드릴 인형도 샀다. 벚꽃은 많이 안 폈으나 사진은 많이 남기게 되었다. 이날 찍은 사진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1년 뒤 그녀와 나는 똑같은 곳에서 또 벚꽃 축제에 갔다. 이번엔 그녀와 내가 아닌 우리였고, 친구를 넘어선 사이였다. 이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익숙해진 나였기에, 오전 일찍 만나 같이 카페를 갔다가 무심천으로 향했다.
일기에 일부를 인용하자면, ‘대화에는 작년 벚꽃축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적혀있다. 작년 벚꽃 축제를 회상하는 대화도 했었던 모양이다. 브이로그를 열심히 찍는 여친의 모습이 꽤나 귀엽기도 했다. 이것저것 먹으며 구경하고 사진도 왕창 찍었다. 코인노래방도 갔다.
저녁은 전부터 누나가 가고 싶어 했던 피자 가게로 갔으나 대기 29팀이 있어 포기했다. 그때, 생긴지 얼마 안 된 파스타집을 본 기억이 나서 그곳으로 갔다. 여기도 대기는 해야 했으나 먼저 갔던 곳에 비하면 대기가 없는 수준이었다. 집에 데려다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두 번째 벚꽃 축제도 무사히 다녀왔다.
벚꽃 축제 사이의 1년 그 안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새 우리는 우리가 되었고, 친구의 선을 넘어있는 관계가 된 것이다. 내게는 작년의 벚꽃 축제와 올해의 벚꽃 축제 모두 생각할 때마다 설레는 감정이 드는 기억들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설렌다. 내년의 벚꽃 축제도, 내후년의 벚꽃 축제도, 해를 거듭할 때마다 벚꽃 축제를 갈 것이다. 수많은 벚꽃을 보고 또 잊고 그리워할 것이다. 그리고 처음 간 그 날 본 벚꽃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