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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집착남

by 궤적소년

나 스스로에게 방금 막 붙인 별명은 바로 ‘방법집착남‘이다.

사소한 일까지도 계획하는 건 누구나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계획에 방법을 찾는 일을 넣었고 계획하는 방법조차 스스로 정립하려 해왔다. 그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단연코 ‘독서’이다. ‘독서’의 방법을 정립하려 해왔고,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행했던 것이 독서이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독서와 방법은 도저히 떼어놓을 수 없게 되었다.

우선, 속독을 알려고 했을 적부터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도 들어가고 어플리케이션을 깔아 속독 연습을 시작했다. 그 무렵 <1시간에 1권 퀀텀 독서법>을 접했고 거기서 속독의 기초 뼈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의 나는 많은 연습 끝에 조금은 속독을 할 수 있었다. 이후에 읽은 책 중에는 <꿈을 이루는 독서법>과 <완벽한 공부법>이 있었다. <꿈을 이루는 독서법>에서 밑줄 치며 읽는, 속독과는 결이 다른 독서법을 배웠다. <완벽한 공부법>은 뇌과학에 기초해 공부법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읽은 <1시간에 1권 퀀텀독서법>이 있었는데, <1시간에 1권 퀀텀 독서법>이 빠르고 효율적 읽기라면, <꿈을 이루는 독서법>은 그 반대를 달렸다.

이후 기록하며 독서 하는 방법을 <거인의 노트>에서 배웠고, 저자인 김익한 교수님의 유튜브 채널 ‘김교수의 세 가지’를 통해서도 다양한 기록법에 대해 배웠다.

다음은 궁극적 읽기인 글쓰기였다. 글쓰기는 몇 년 전부터 시와 에세이, 소설을 쓰며 시작됐다. 하지만 독후감이나 서평은 완전히 무지했기 때문에, 나는 블로그와 유튜브를 뒤적여가며 독후감 쓰는 법과 서평 쓰는 법을 배웠다. 이 무렵 책도 하나 빌려와서 읽었는데, 바로 <서평 쉽게 쓰는 법>이었다. 읽고 나서 추진력이 붙은 나는 이 무렵 블로그에 서평 두 개를 써봤다.

지금에 와서는 서평과 독후감을 적절히 섞은 나만의 독서 노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완독한 책 중 하나인 <포커스 리딩>에서는 정독에 ‘천천히’라는 뜻이 없음을 깨달았다. 내 고정관념을 깨는 말들도 봤다. 그중 하나는 양을 축적하면 질이 따라올 것이라는, 내가 가장 강하게 믿고 있던 믿음도 있었다.

가장 최근에 읽은 독서법 책인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을 읽고는 완독에 대한 강박을 버렸다. 그리 하니 오히려 완독한 책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렇게 나는 방법을 찾는 방법에 집착해왔다. 누군가 나의 이 작은 목소리를 듣고, 같이 열정을 불태울 수만 있다면 정말 소원이 없을 것만 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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