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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내미는 도전장, 치열한 장기전의 시작을 알리다.

by 궤적소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게 뻔하다. 하지만 더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내게 남은 선택지는 저 벽에 머리를 부딪혀서라도 깨는 것뿐. 그도 그럴 것이 나는 20년 조금 넘게 살며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게 아는 게 아니며 나중에도 아주 완벽하게 모를 것이다. 독서는 어릴 적부터 좋아했으나 여전히 여기저기 표류하듯 넓고 얕게 읽느라 그 취향 파악은 아직 못했다. 글도 마찬가지다. 잘 쓰는 글을 생각하기 이전에 분명히 해둬야할 일은 내가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아는 일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쓴 글 중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글도 처음 내본 책도 시집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브런치는 내가 보기에도 정보 전달 목적이 주된 글쓰기가 잘 먹히는듯 보인다. 정녕 진퇴양난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시집을 제일 많이 읽고 시를 제일 많이 쓴만큼 나는 시에 관심이 있다. 그냥 관심이 많은 정도가 아니고 시를 사랑한다. 시집에 관한 나의 해석을 담은 에세이를 쓰면 되는 것이다. 이도 정보 전달과 거리는 멀겠지만 말이다. 앞으로는 취향을 좀 더 굳혀서 시집 외의 카테고리를 잡아보려 한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도전장을 내민 이상은 별 수 없이 싸워야만 한다. 기권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단순 완독 기록은 50권 이상이며 독서노트도 열 댓 편은 써왔다. 이제라도 그 기록들을 분석해서 길을 열고, 그 길을 걸으며 앞을 똑바로 응시해야 할 것이다. 내 글쓰기 인생의 반환점은 지금,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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