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고야 알게 된 것들
언제였는지 기억은 안 난다.
갑자기였으니 기억 못 할 만도 하지 않겠는가.
그날도 특별할 건 없었다.
친구랑 통화 중이었고, 밤이었다.
부산 가자고 한 게 21시 넘어서였던 거 같다.
그렇게 우리는 역으로 가서 ktx를 탔다.
아무런 계획도 목적도 없었다.
그냥 갔다.
0시가 넘어 도착했고 잡아둔 숙소 또한 있을 리 없었다.
그 어두컴컴한 골목을 헤매며 숙소를 예약해서 들어갔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는 국밥을 먹었다.
광안리에 가서 발 담그고, 뜨거운 모래와 아스팔트 위를 달려가서 발을 씻기도 했다.
깡통시장까지 어찌어찌 가서 작은 김밥 하나 나눠먹었던 것.
행여 열차를 놓칠까 탔던 택시.
정신없이 돌아와서 깔깔거리고 웃었던 기억.
내 처음 부산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올해도 부산을 다녀왔다.
이번엔 좀 달랐다.
ktx도, 숙소도, 시티투어 버스도 예매하고 계획도 느슨하게나마 짜고 갔다.
전날 친구집에서 놀다 자고 아침에 모여서 넷이 역으로 갔다.
ktx를 타고 가는 동안 친구들이 뻗어서 할 게 없었다.
다들 잠을 설치고 온 모양이었다.
부산역에 도착해서 선크림 사려고 왔다 갔다 하니 시티투어 버스 출발 시간이었다.
시티 투어를 타고 사진을 왕창 찍다가 광안리에 내렸다.
처음엔 발 담글 생각이 없었다.
나랑 이전에 부산 갔던 친구랑 광안리에 있자니 옛 생각이 났다.
그렇다. 또 했다. 그 미친 짓거리를.
발 담그고 사진 찍고 영상도 찍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달궈진 모래와 아스팔트 위를 달려서 저번에 발 씻었던 곳에서 발을 씻었다.
이후 점심으로 국밥을 먹으려 세 군데를 돌았지만 전부 꽉 차있었다.
결국 프랜차이즈 닭갈비집에서 볶음밥을 먹었다.
원래 가려던 독립서점이 그 근처라서 가봤다.
한참을 책을 고르고 이것저것 보고 사진 찍고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기다리던 친구들과 같이 카페로 갔다.
잠시 쉬고 다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부산 곳곳을 돌았다.
역으로 돌아왔다가 국제 시장, 깡통 시장, 자갈치 시장을 돌았다.
자갈치 시장에서 저녁을 먹고 회를 하나 포장해 온 뒤 숙소에서 신나게 놀았다.
둘째 날에는 교보문고와 전날 갔던 독립서점을 갔다.
그런데 선물을 사려던 독립서점은 휴무였고, 근처 소품샵을 돌아 겨우 선물을 샀다.
마지막으로 광안리가 보이는 카페에서 광안리를 한 번 더 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책을 읽으며 행복한 마무리를 했다.
선물 줄 목적으로 S를 만났는데, S가 냉면 얘기 하며 냉면을 사준 데서 같이 먹었다.
S를 집 근처에 데려다주며 삼일 간의 여정을 끝맺었다.
S는 선물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게 정성스레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여행에서 크게 깨닫거나 한 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행을 다녀오니 환기된 기분은 있었다.
S와 사이가 더 좋아진 것 같았고,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기도 했다.
이런 게 여행의 목적이지 않을까?
처음 부산 갔을 때도, 두 번째로 갔을 때도 나는 너무 행복했다.
사실 처음 부산 갔을 때는 처음엔 추억하지 못했었다.
국밥을 안 좋아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그때 발을 담그고, 모래와 아스팔트 위를 뛰었던 그게 즐겼던 일이고 곧 추억이었단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