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늘 미루고야 마는걸까?
내 생각에 많은 경우, 완벽주의가 문제다.
INTP는 P(인식형)이라서 완벽주의에 빠지기 쉽다.
인식형의 특성상 많은 정보를 얻어야 움직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 SNS를 하려면 세이브를 미리 만들어야 한다.
퀄리티 또한 타협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속이 될리가 없었다.
지금은 조금 내려놓고 내 100%를 다하진 않으려고 한다.
브런치 작가를 하고 싶던 어느 날이었다.
그래서 그냥 넣었고 신경 썼다.
이틀 뒤 승인 메일을 받고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됐다.
우연히 승인 된 브런치 작가는 쌓아뒀던 글로 세이브를 대체했다.
100%로 내 전력을 다해 글을 써서 올리는 대신, 100%에 가깝게 내려고 한다.
그간 브런치를 떨어지기도 했으나 미뤘던 이유는 단순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서였다.
그냥, 엉망진창으로 조금 부족하게 시작해야 잘 되는 것 같다.
완벽주의를 그렇게 조금씩 버리는 거다.
다른 일도 있었다.
바로 운동이었는데, 나는 운동 전에 운동하는 법부터 루틴 만들기까지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서 운동을 하려고 했다.
이제와서 보면 안 봐도 뻔한 결과가 나왔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첫 다이어트는 1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
4키로를 뺀 건 좋았으나 문제는 기초대사량만큼도 먹지 않았던 것이다.
건강에 좋은 다이어트일 수가 없었다.
이렇듯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해도 완벽하지 않은 일이 대부분이다.
프로그램 하나 참여하는 것도 어려웠다.
내가 수면 패턴을 잡지 못할까봐, 혹은 잘 해내지 못할까봐 미뤄왔다.
이런 생각을 미처 하기 전에 시작해버린 적이 있었다.
그 일로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됐고 아슬아슬하게나마 이수에 성공했다.
이후로 프로그램 사후관리로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내 생활 습관도 많이 고쳐졌다.
완벽하게 준비해야 할 수 있을줄 알았던 내가, 일단 해봐야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단 걸 몸소 느낀 것이다.
이제는 미루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일단 시작하고 보는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작의 힘을 믿는다.
일단 하고 나면 그제서야 보이는 것들이 달라진다.
완벽에 가까워지는 길은 완벽해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완벽하지 않은 시작을 통해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