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최종화(最終花)

by 궤적소년

차디찬 밤공기에 폐가 시려왔어.

긴 새벽은 밤이 삼켰지.

아침은 잔인할만큼 눈부셨어.

갈 길을 몰라 헤매고 있어.



어느 밤에는 척추가 아파 눕지도 못했지.

그렇게 앉아있는데, 앉아서 하염없이 멍때리고 있는데.

새하얀 네가 다가왔어.



눈이 온 다음 맑은 날에 눈에 비친 햇살 같은 네가.

눈결정만큼이나 투명하게 속을 내비치는 네가.

한겨울 눈보라 속에 눈보라보다 차가울 것 같이 밝은 네가.

내게 걸어와서 이 세상 어느 것보다도 따스하게 나를 안아줬어.



울고 또 울었어.

무언가 눈이 부셨지만 그게 꼭 아침 탓만은 아니었어.

정신을 차렸을 때 눈은 퉁퉁 부어있었어.

아침이었는지 점심이었는지 낮이었는지 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그만큼 너는 눈부셨어.



어느새 너의 곁엔 별들만 가득했어.

우리 사이에는 물이 한참을 들어오고 나갔어.

그땐 그게 밀물인지 썰물인지 구별조차 못했어.



네가 따스한 말들을 귀에 속삭여줬어.

내 울음소리에 전부 파묻혔는데도 계속, 계속해서 끊임없이.

말소리는 하나도 듣지 못했지만, 진심만큼은 내게 전해졌어.

심장 한 켠이 뜨겁게 부풀었지.



끝없던 차가운 밤도 눈이 아플만큼 빛났던 아침도 더는 없었어.

거긴 나랑 너, 고요한 새벽만이 존재했으니까.



너는 새벽이야.

이슬이 맺히고 이슬이 얼어붙고 이슬이 다시 녹는 시간들.



너는 새벽이야.

영영 아침이 오지 않아도 좋을 그런 시간이니까.



너는 새벽이야.

그 끝에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아침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만의 태양인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