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 증후군은 마치 깊은 심해의 압력과 같다.
요즘 무기력 해서 무언가에 짓눌린 것만 같은 기분이다.
어떤 취미도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흔히 말하는 번아웃, 소진 증후군이 온 것이다.
보통 소진은 크고 작은 덩어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무기력, 불면, 불안, 자기혐오 같은 친구들이다.
소진이라는 압력의 발생점은 스트레스다.
이 스트레스가 나를 좀먹어서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저번 주에 나는 경주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금요일 하루를 쉬었으나 내 상태는 돌아오지 않았다.
토요일,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다녀왔다.
일요일엔 저 먼 서울까지 다녀오느라 에너지를 쏟고 말았다.
더 이전을 생각해 보면 주마다 작은 소진, 즉 압력을 느낀 것 같다.
내 압력의 주된 원인은 강박이다.
무거운 강박이 나를 짓누르는 과정에서 소진이라는 압력이 생겨난다.
일부터 취미, 그 사이에 있는 것들까지도 강박은 적용된다.
크고 작은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하면 나는 돌처럼 가라앉는다.
깊게, 더 깊게 침잠하는 내 정신은 곧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몸에 힘이 빠진 느낌, 바로 무기력이다.
그렇게 무기력이 찾아오면, 다른 친구들도 하나둘 얼굴을 내민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라고 외치며 내 속을 시끄럽게 만드는 자기혐오.
오늘 아무것도 못 했는데, 당장 내일은 어쩌지 하는 불안.
마지막으로 이 친구들이 샌드위치처럼 쌓여 나를 누르면 불면까지도 찾아온다.
불면에 이르면 다른 위험을 동반하기 쉽다.
그렇게 되기 이전에 먹는 것을 조절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탁구를 좀 쳤다.
탁구를 치는 게 힘들긴 했으나 힘들기만 하진 않았다.
탁구를 처음 치는 S의 귀여운 모습도 보게 됐다.
탁구 자체도 재밌었다.
나 또한 몇 년 전에는 압력에 그대로 짓눌린 적이 많았다.
조울증의 한가운데에서 겪은 압력은 많이 힘들었다.
밤을 새는 날이 이어지는가 하면, 하루 종일 잔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젠 안다.
꾸역꾸역 움직여야 하고, 꾸역꾸역 무언갈 해야 한다.
다만 이 꾸역꾸역 사이에도 에어포켓은 필요하다.
깊은 심해 속 압력을 견디기만 해서는 살아날 방도가 없다.
숨을 쉴 공간, 즉 일상 속 작은 쉼들을 통해 숨을 쉬는 것이다.
숨을 쉬어야 조금이라도 올라갈 수 있다.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면 된다.
한 번에 많이 올라가려다 보면 다시 깊게 빠져버리고 마니까.
바쁜 일정 속 작은 휴식, 대단하지 않은 운동 같은 것들.
나를 망치는 생각에 마침표를 찍는다.
나를 수놓는 바쁜 문장들에 쉼표를 하나둘 찍는다.
오늘은 나를 위해 칭찬 한 문장 써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