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리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7월의 1차임 이후로 한 달 정도 더 같이 시간을 보냈다.
멀어지기는커녕 미묘한 관계를 이어나가며 플러팅도 했다.
‘센터에서 만난 사람만 아니었어도’라고 S가 말하기도 했다.
‘어차피 안 될 사랑’이라는 생각에 홀로 운 날들도 꽤 많았다.
나만 플러팅 한 게 아니었다.
S도 플러팅을 했다.
S가 다니는 병원에 같이 간 어느 날이었다.
버스에 자리가 한 자리씩 남은 상황에 내가 S에게 앉겠냐고 물어봤었다.
그러자 S는 ‘너 옆에 있고 싶어’라고 했다.
그땐 정말이지, 귀여워서 미쳐버릴 뻔했었다.
8월 말, 고민이 쌓여 일기장에 적어두곤 다음 날 S랑 대화하려고 했다.
그다음 날은 옛적 지인의 결혼식을 다녀온 날이었다.
다녀와서 집에 있자니 우울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우울해지기 전에 나왔고 S랑 카페에 갔다.
카페를 나와서는 근처 공원에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오피스텔이 모여있는 동네의 공원으로 장소를 옮겨서 얘기하기도 했다.
어쩌다 보니 술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는 처음으로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술자리에서 S는 내게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나는 하나하나 짚어가며 얘기를 했다.
분위기가 익어가자 S도 속내를 털어놨다.
취한 척하며 나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S였다.
돌아보면 그 어설픈 취한 척이 꽤나 사랑스럽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S는 단호하기도 했다.
집안의 반대라든가 자신이 강하게 믿고 있는 신념 탓에 사귈 수는 없단 입장이었다.
한 번 S의 집에 내가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S의 아버님은 나를 보고 너무 어리다고 하셨었다.
어린것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어린것도 한몫했고 다른 여러 이유들도 많았었다.
또 한 번 쓴 맛을 봤단 생각을 하기도 전에 S가 진짜 취해버렸다.
거의 쓰러져가듯 걷는 S를 붙잡고 집에 데려다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되었다.
열대야가 이어지는 한여름에 서로의 뜨거운 손을 잡고 있자니 더웠다.
하지만 더위의 진짜 이유는 손보다 뜨거운 내 심장 탓이었으리라.
집 앞 버스 정류장까지 가니 더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근처에 사람 하나 없는 고요한 밤 속에서 S는 내게 폭 안겨왔다.
돌아보면 참 모순되는 일이었던 것 같다.
같이 술을 먹은 날, 나를 좋아한다고 밝힌 날, 사귈 수는 없다던 날 이후로 우리는 더 가까워졌다.
흔히들 말하는 썸을 타게 된 것인데, 본격적으로 썸을 타면서 손을 잡고 다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