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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부터 0고백 1차임까지

by 궤적소년

S랑 사귀기 전 친해지기까지 기간은 꽤나 길었다.


그해 3월, 센터 선생님의 권유로 센터를 자주 다니기 시작했었다.

그 무렵 S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S의 얘기를 들었다.

작년에 신청했지만 하지 못했던 게 생각나 나도 신청했다.

그렇게 청년도전지원사업을 이수해 나가며 나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3월 말에는 S랑 처음 벚꽃축제를 보러 가기도 했었다.

이를 기점으로 혼란이라는 작은 씨앗이 심어진 건 한참 뒤에야 알았다.

내가 S에게 인간적 호감을 품은 건지, 아니면 사랑을 품게 됐는지에 대한 혼란 말이다.


S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4월에는 S에게 일러스트레이션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6월의 일이다.

그전에도 많은 양의 대화를 했으나, 이땐 더 많이 하기 시작했다.

취향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mbti, 연애관, 가치관, 인생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다.


나 먼저 청년도전지원사업 끝냈고, 그 덕에 자주 만나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카페에 가서 몇 시간이고 일러스트레이션 공부를 했다.

S도 청년도전지원사업이 끝났을 때부터는 매일 만났던 것 같다.

평일에는 센터에서 배우고 주말에는 따로 만나서 카페에 갔다.


거의 매일을 만나며 지내느라 이런저런 모습을 많이 봤다.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을 동시에 보는 나였다.

그렇다. 혼란이었다.

나는 내가 진정 그녀를 사랑하는가에 대해 흔들리고 있었다.

결국 마음을 다잡는 데에 성공했으나 결정적인 사건은 7월 말이었다.


사건이 있기 전날, 처음 본 회원에게서 S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에헤이~'하며 넘겼다.

옆에서 이 얘길 들은 S가 ''나는 연애할 생각이 없어'', ''나는 너 친동생으로 생각해''라고 쐐기를 박았다.

장난스럽게 ''나만 상처받는 엔딩이냐'' 하니 S가 장난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듯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더욱 깊은 쐐기였다.

''너가 연애 생각 없다고 했을 때 만족스러웠다고'' 하는 S의 말은 날 복잡하게 만들었다.


사건 당일, S에게 내 마음을 들켰던 날의 일이다.

주변 사람들도 슬슬 내 마음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S에게까지 들키기 전에 이 마음을 전해야만 했다.

그런 생각으로 벤치에 앉아 대화 좀 하자고 했다.


벤치에 가는 길, 까놓고 얘기하자며 S가 내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 너 나 좋아하지.”

심장이 그대로 내려앉을 뻔했지만 애써 수습하려 했다.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고백할 수도 없었다

벤치에 가며 어영부영 얘기 하다가 벤치에 도착해서 한참을 대화했다.

(인용하려다 실수로 이날 일기의 일부를 지워버렸다.)

내가 S를 좋아하는 이유부터 시작해 많은 것을 말해야 했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널 친동생처럼 생각한다, 연애 한 번 하자고 관계를 깨긴 싫다, 오래도록 보고 싶다, 연애할 마음이 없다’고 하는 S였다.


고백도 못 해본 채 1차임을 적립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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