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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저기에, 관계는 여기에

by 궤적소년

본격적으로 썸을 탔던 9월이었다.


8월 말에 술 마시고 안은 이후로 스킨십이 이어졌다.

손 잡고, 안는 것.

그렇지만 아직 S는 나를 부담스러워했다.

내 표현이 너무 앞섰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S랑 나랑 템포가 어긋나 있는 시간이었다.

이때 내 일기장을 돌아보면 충분한 대화 이후 적힌 것들이 있는데, 아래와 같다.

먼저 애정표현하거나 안지 않는 것과 과한 연락, 애정표현 금지.

내 마음만 앞섰기에 S는 적당히 나를 쳐내곤 했다.


평일엔 센터, 주말엔 카페를 같이 다녔다.

옷구경도 같이 가고 놀러도 다녔다.

'데이트'라고 할만한 날은 딱히 없었다.

그래도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


내가 체크무늬 남방을 사고, 그게 예쁘다며 S도 따라 샀었다.

어쩌다 보니 커플티(?)가 생겼고, 이후 첫 데이트에 같이 입었었다.


첫 데이트는 호수공원이었다.

그때 산 체크 남방을 같이 입고 호수공원에 갔다.

비가 내린 탓에 어이없어하며 웃었던 게 아직 기억에 남는다.


점심으로 알쌈 주꾸미를 먹었고 네 컷 사진도 찍었다.

마무리로는 S네 집 앞 편의점 앞에서 하이볼 한 캔 씩 마시고 헤어졌다.


이때의 기억을 돌이켜 보면 되게 아슬아슬하고 불안정했다.

이 시기를 잘 넘기고서야 우리는 사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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