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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잉 Jul 13. 2024

3년차 수습회계사의 이야기(EP.3)

EP 3. 전산감사팀 분위기는 어때요?

전산감사가 어떤 업무인지는 러프하게나마 소개드렸고, 진짜 실무적인 이야기는 별도의 글로 쓸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전산감사의 직무를 희망하시는 분들이 있으실까요? 원래 그 쪽 업계는 아니지만 전산감사의 직무로 이직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실까요? 그런 분들에게 이번 에피소드는 도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당장 구글에 'ITGC' 혹은 '전산감사'라고 쳐봅시다.

ITGC가 무엇인지에 대한 용어 설명만 피상적으로 잔뜩 나와있고 현직자의 글이나 현직 팀에 대한 정보는 정말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실 용어 설명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결국 우리가 궁금한건 거기 가면 어떤 일을 하게 될 거고, 팀 분위기는 어떠한 경우가 많으며, 연봉 수준은 어떠한 지가 가장 궁금하겠죠.


대외비인 사항은 모든 걸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자세히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글을 읽으시면서 짐작은 하실 수 있게끔 한번 얼마 전까지 현직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정보를 찾기 어려우셨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1. 전산감사 팀에는 어떠한 사람들이 주로 가나요?


A: 회계법인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당연하지만, 다른 분들은 잘 모르실 수가 있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회계법인이라고 해서 회계사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회계법인 내의 총무팀, 인사팀 이런 지원 부서들은 당연한거고, 현장에서 필드 뛰는(속칭 프론트) 분들도 감사본부가 아니라면 회계사가 아닌 분들이 꽤 많습니다.


세무본부는 세무사분 들도 당연히 있고, 공무원을 퇴직하시고 회계법인이나 세무법인으로 넘어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이 분들을 청 출신이라고 부르시더라고요. 국세청 뭐 이런건가 싶습니다). FAS본부는 회계사가 아닌 컨설팅 출신이시거나 MBA, 해외대학 출신 분들도 많습니다. 애초에 FAS 업무는 법적으로 라이센스가 요구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산감사팀도 마찬가지 입니다. 전산감사팀에는 회계사가 아닌 분들이 많다 수준이 아니라, 회계사가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집니다. 


우선, 요새는 이과 분들도 회계사를 많이 준비한다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문과 출신입니다. 따라서 IT는 커녕 IT의 I자도 모르는 사람들이죠. 그런 분들이 전산감사팀에 지원해서 입사한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며, 법인 입사 전까지는 전산감사팀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거기서 연장되는 것으로 그래서 전산 감사본부로 입사한 신입회계사 분들은 대부분 시즌 2바퀴 돌아보고 팀을 떠납니다. 저도 마찬가지의 케이스였고, 시장이 좋으면 법인 내부에서 트랜스퍼로 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저처럼 나갈려고 봤는데 시장이 망해버린 케이스면 로컬로 가기도 하지요.


셋째, 전산감사는 회계사 자격증이 필요없습니다. 차라리 SAP를 하시다 오신 분이거나, 진짜 이공계 분들이 적응을 훨씬 빠르고 쉽게 하십니다. 회계사 자격증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 일반적으로 회계사가 관심을 가질 일도 아니다보니 회계사가 거의 없는 것이죠.


전산감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자동통제에 대해 감사 대상 기간 내내 효과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해놓고, 갑자기 이제와서 자격증이 필요 없다는 건 무슨 궤변이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업무를 진행'하는 것과 '책임의 소재'를 오해하시는 겁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견은 오로지 회계감사를 수행한 사람들이 집니다. 즉, 전산감사팀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의견을 표명하기 위한 근거를 파악하는 일에 일부 참여는 하지만, 그 감사의견에 대한 책임은 전혀 지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게, 예를 들어 회계감사인이 복잡한 파생상품의 공정가치 평가에 어려움을 겪어 타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업무 협조로 의견서 까지 얻어와서 그걸 바탕으로 평가를 했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해서 재무제표 감사 의견에 대한 책임이 그 타 전문사로 확대될까요? 의견서를 작성해준 홍길동 파생상품 전문가도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에 책임을 질까요? 분식회계 터지면 같이 깜빵가나요? 아닙니다.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은 오로지 회계사의 책임이며, 감사기준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 의견 역시 오로지 회계사의 몫인 겁니다. AICPA를 소지하고 계신 분들은 종종 보이는데, 사실 업무 하는 데 KICPA건 AICPA건 단 1%도 쓸 일이 없습니다. 회계적인 지식 자체가 필요가 없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지하고 있는 건 애초에 전산감사 본부를 희망하지 않고 취준생 시절에 따신 분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산 감사본부지만 그래도 회계법인이라고 회계를 좀 아는 사람들을 뽑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최하단 질문에서 후술하려고 합니다.



Q2. 신입 채용은 많이 하는 편인가요?


A: 신입채용은 많이하진 않는 편입니다. 전산감사본부는 공채는 없고 사실상 수시채용만 있는데, 시기는 일정하지 않아요. 제가 있었던 법인의 전산감사본부는 4월 경에 신입 채용을 했었던 것 같고, 규모는 5~6명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 그냥 참고만 해두시면 좋겠습니다. 회계법인도 시장을 많이 타서, 모든 회계법인들이 지금 인건비를 줄이려고 안달이 났습니다.


만약 신입으로 전산감사팀에 입사를 희망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주기적으로 공고 체크에 더해서 4월~5월 경에는 보다 간격을 좁혀 집중적으로 체크를 해보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Q3. 워라밸은 어떠한 편인가요?


A: 좋은 편입니다. 회계법인의 감사본부는 정말 극악의 워라밸로 유명해요. 지금은 회계법인들이 워낙 일거리가 없어서 1~2년차들 한달 째 스케줄표가 비어있다는 소리도 흔하게 들려오는 세상이지만, 이건 특수한 경우입니다. 시즌 때는 말할 것도 없고, 3월말 법인 걸리면 4월까지 시즌이 연장되는 충격적인 경험을 할 수도 있다.(옆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진짜 보는 사람이 고통스럽더군요)


그러나 전산감사본부는 2024년 작성 현재 기준으로 보면 워라밸이 타 직장과 비교해봐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좋은 편이며, 대부분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 지켜집니다. 왜 대부분이라고 기재했냐면 전산감사본부도 시즌이 있거든요. 


전산감사 본부의 시즌은 일반적으로 11월 ~ 2월입니다. 감사본부의 시즌이 1월~3월 인 것을 보면 좀 더 빨리 시작하고, 좀 더 일찍 끝나는 편이죠. 기간은 1개월 더 길어서 4개월 정도입니다.


근데 비교하기가 좀 뭣한게, 감사본부 입장에서 보면 전산감사본부의 시즌은 시즌도 아니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실제로 넘어오신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고, 이유는 여러가집니다.


첫째, 감사본부의 시즌 강도가 300이라면, 전산감사본부는 200입니다. 편하다는 의미로 퉁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전산감사 본부도 시즌 때 Due가 몰리면 새벽 4~5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주말에도 13시간씩 일해야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죠.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저렇게 몰아쳐서 일하는게 2주정도? 나머지는 그냥 적당히 밤 11시~ 새벽1시 사이에 일이 끝난다. 주말에도 일은 해야 하는데 적당히 커피마시고 티비보면서 놀다가 오후 2시~7시 정도까지 해놓으면 얼추 됩니다. 막 아침부터 새벽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가 절대 시즌 내내 있진 않아요. 이렇게 요약드릴 수 있겠습니다.


"회계감사본부의 시즌은 일이 몰리기 시작하면(약 1월 중순부터) 인간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정도로 감사보고서 발행할 때 까지 쭉쭉 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전산감사본부의 시즌은 '어우 진짜 정신이 없네' 정도로 시즌 기간 내내 가는 느낌이다"


대충 시속 160km와 100km 정도의 차이라고 표현하자.


둘째, 전산감사본부는 '가두리'가 거의 없다.


'가두리'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가두리 하면 가두리 양식이 생각나죠. 지금 읽으시면서 생각하신 그 표현에서 유래된 것 맞습니다. 회계법인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업무 분야를 막론하고 회의실 하나 잡고 거기서 Engagement에 투입된 인원 전체가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회의실에 몰아넣고 가두리한다고 표현하죠. 당연히 누구 하나 좋아할 사람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휴대폰을 보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컴퓨터로 일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항상 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물론, 실제로 일하다가 가끔 휴대폰 보거나 화장실 가거나 하는 걸 전혀 누가 신경쓰거나 그걸로 꼽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걸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구조 자체에서 오는 말하기 힘든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그리고 가두리 하는 인원 중 헤드(인차지 혹은 EM)이 가두리 장인이거나 가두리 성애자라면 일이 끝났는데도 집에 못가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물론 그 인차지분들도 가두리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닙니다. 모든 인차지 분들 존경합니다)


이렇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게 가두리인데 회계법인의 유구한 역사이고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엎어질 일은 요원하지 않을까요. 근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윗사람들이 일시키고 하기 편하니까 하는 거기도 한데, 가두리의 무시못할 장점이 있죠. 바로 커뮤니케이션을 즉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회계감사의 업무는 비슷하게 흘러가나, '업무의 범위'는 인차지마다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금흐름표 담당자를 따로 만들수도 있구요, 자기가 맡은 계정에 대한 현금흐름표는 본인이 직접 그리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한 사람이 맡고 있는 계정 중 숫자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으면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다 당연히 연쇄적으로 달라질 것이고 현금흐름표도 달라질 것이고 주석도 달라진 다는 것이죠.


바꿔 말하면, 미시적인 개인의 업무는 타인이 영향을 미치기 힘든 구조이지만(제가 금융자산 담당자인데, 유형자산 담당자가 무슨 일이 안되서 막히고 있다 하더라도 제 입장에서는 알 바 아니지만), 거시적인 구조에서의 업무는 개개인 한 사람씩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어떤 이슈가 생기면 즉시 그 자리에서 공유하고 바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두리가 싫다 싫다하지만 이런 면에서는 효율적이며, 회계법인에서 없어질 수 없는 이유인 것이죠.


그러나, 전산감사본부는 가두리가 거의 없는 편입니다. 퇴사 전까지 가두리 해본 경험이 채 1주일이 안될 겁니다. 그것도 무슨 교육자료 만든다고 회의실 잡고 그런거지 실제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필드 이외 사무실에서 회의실 하나 잡고 모여서 한 경험은 진짜 없는 것 같아요. 인차지 스타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회계감사본부에 비하면 1/4도 안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저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전산감사본부는 숫자를 다루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업무가 다른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을 일이 없습니다. A라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 A말고 다른 팀원들은 그 일에 영향을 받을 일이 없습니다. 진짜 업무 범위가 거의 물리적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는 기분이죠. 단적으로 말하면 어떤 이슈가 있을때 몰아넣고 가두리 한다고 해도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차지는 모든 팀원의 업무를 신경써야 하므로 누가 무슨 문제가 생겼다 하면 그 사람한테만 전화를 하든 비대면 미팅을 하던 하면 되는 겁니다. 굳이 회의실에 모여 앉아 있는 건 비효율적이죠.


또 하나는, 전산감사본부는 회계법인의 분위기와 좀 동 떨어져 있습니다. 외딴섬 같은 곳이라고 저는 비유를 많이 합니다. 전산감사본부는 근속년수가 상당히 짧은 편이며, 인원도 자주 바뀌고, 회계사들이 아니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냥 딱 직장인 마인드입니다. 일할 때 일하고 쉴때 쉬고 비효율적인거 엄청 싫어하는.


회계감사본부와 달리 나가서 영업을 해와야 하는 본부도 아니며(회계감사가 영업하면 내부회계관리제도도 자연스레 영업이 됩니다), 영업을 잘해야 성과급이 잘나오는 본부도 아닙니다. 영업을 하지 않는 지원부서다 보니 성과급도 그냥 평균 수준으로 나오는 걸 어차피 알기 때문이죠.


따라서 인차지 대부분들이 비효율적인거 싫어하고, 굳이 날 안찾았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들 별 일 없으면 찾기 싫어하고, 일반 직장인 마인드와 똑같아서 막 밑에 사람들 갈아넣고 어떻게든 쥐어짜내고 하는 분위기와 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애초부터 영업으로 성과를 판단하는 본부가 아닐뿐더러, 업무 특성상 한 이슈가 다른 사람의 업무 범위에 영향을 끼칠일도 없으니 개인주의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Q4. 조직 분위기는 어떤가요?


일단 제가 있었던 본부는 팀원을 가리지 않고 나이대가 직장인 치고는 어린 분들이 많았어서 분위기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어요. 일단 인차지 레벨까지는 90년대 생들이 95%이상이구요. 엄청 큰 필드는 인차지도 연차가 높은 사람이 맡으니까 그런 경우에는 80년대 생 분들도 계시겠네요. 그리고 PM(Project Manager)정도 레벨 가면 80년대생 초중반이 많습니다.


게다가 아예 신입을 뽑기 보다는 어느정도 경력직 채용을 원하는 전산감사본부 특성상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질 않습니다. 진짜 자기 할 일 다 할테니 안 건드렸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이 대부분이고, 그만큼 최대한 남들도 잘 안건드리려 하는 듯 보입니다. 저는 제가 첫 직장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람에 대해서는 만족을 한 편입니다. 회계법인 특성상 물어보기도 편하고 가르쳐주는 것도 잘 가르쳐줄려고 노력해주시는 편이기도 해요.


요약하면, 젊은 나이대 + 조직에 대한 낮은 충성도 + 평균이상 되는 인성 + 개인주의의 분위기가 혼합되어 있어서 조직 문화에 대해서는 다니는 동안 정말 만족했다 정도기 되겠네요.




Q5. 연봉 수준은 어떤가요?


A: 이건 진리의 회바회긴한데, Big4 회계법인도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연봉 테이블이란 게 있습니다. 근데 이게 회계사 연봉 테이블과 전산감사 팀 연봉 테이블이 같은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따라 연봉 수준은 좀 다를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말씀드려보면 연봉 수준은 결코 낮다고 말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테이블이 똑같은 경우면 말할 것도 없죠. 위에 언급드린 업무 강도로 일하는데 회계법인 전문직군에 해당하는 연봉 테이블이랑 똑같다 생각해 보세요. 솔직히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근데 똑같지 않은 경우라고 하면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래도 회계법인인 이상 어느 정도 연봉은 다 보장해주기 때문에(보장 안해주면 탈주하니까), 연봉 수준은 막 신입이 1억 번다는 반도체나 그런 분야는 아니더라도 문과가 갈 수 있는 직종 중에서는 평균 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편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6. 전산감사팀 직무를 희망 한다면 어떤 걸 준비하면 도움이 될까요?


A: CISA + AICPA 조합이 제일 신입으로 취업하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우선, 프로그래밍 지식같은 깊은 IT지식이 없어도 되냐는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전산감사본부니까요. 네 필요 없습니다. 코딩 하실 필요 없구요. 본부 내부에서도 코딩할 줄 아는 사람 거의 못봤습니다. 있어봤자 개인의 흥미 때문에 배우는 경우지 업무상 필요해서 배우는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근데 이유가 있습니다. IT의 꽃은 개발이 맞지만, 전산 감사의 목적은 '재무제표 감사의 관점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의견을 표명하기 위한 근거 마련 작업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회게관리제도에 대한 업무이기 때문에 결국 '회사는 이 위험에 대해서 어떠한 통제를 구축하고 있고', '그게 설계 및 이행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를 검증하는게 전산감사라는 업무의 목적입니다. 결국 회사의 시스템을 유지보수할 일도 없는 것이고, 회사에 직접 코드를 짜줘야하는 업무도 아닐뿐더러, 저희가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따라서 전산감사본부에 입사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지식을 익혀야 한다거나, 파이썬을 해야한다거나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네트워크 보안에 대해 현업 담당자 수준으로 알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알면 적응하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솔직히 이거 모른다고 취업에 전혀 지장 없습니다)


CISA와 AICPA는 있으면 왜 좋으냐?라고 물어보신다면 CISA는 저도 이유를 모르겠고, AICPA는 회계법인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CISA. CISA(Certified Information System Auditor)로 정보시스템 감사인을 의미하는 말이며, 정보시스템을 감사하는 자격증입니다. 주로 IT감사 자격증과 관련해서는 CISSP와 많이 비교되는 자격증이죠.

차이점은 비유하자면 CISSP는 보다 이과스러운 자격증이고, CISA는 보다 문과스러운 자격증이라는 데 있습니다. 


CISA가 정보시스템 감사인 자격증이라 전산감사와 접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취득해본 입장에서는 그닥 실무와 접점도 없었고, 도움되는 부분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Big Firm의 전산감사본부에서는 이 CISA를 취득하도록 장려하고 있는 본부도 있고, 취득하면 소정의 Incentive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죠. 

아마 실무에 엄청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라는 의미 보다는, 그래도 몇 안되는 정보시스템 감사 자격증인데다가 그래도 따고나면 좀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따면 취업할 때 좋겠지만, 내부회계관리제도 ITGC 실무에서 도움은 안됩니다.


AICPA는 내부회계관리제도 ITGC에서는 CISA보다도 접점이 없습니다. 애초에 숫자를 다루는 직무가 아니기 때문이죠. 당장 ITGC를 전담하는 전산감사본부는 회계사도 거의 없으며, 회계 지식이 전혀 없어도 일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근데 회계법인이라는 조직의 분위기인지, '그래도 회계법인인데 회계를 아는 사람이 좋지'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산감사본부는 ITGC, 소수의 ITAC, DA 이렇게 세 가지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DA(Data Analysis)에서도 회계적인 지식은 그닥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쓰는 ERP 시스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면 필요한거죠.


따라서 요약하면, 'CISA나 AICPA나 전산감사본부에서 그닥 별 도움 안되는 자격증인데, 취업할 때 저 조합을 가장 선호하는 것 같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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