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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잉 Jul 13. 2024

3년차 수습회계사 이야기(EP.5)

EP 5. 탈출 작전 본격 시작 - 플랜 A

전산감사본부를 빠져나와 회계감사 업무를 배우기 위해 저는 FY2023년 시즌이 끝나는 2024년 3월부터 계획을 세웠습니다. 탈출 작전이라고 쓰니까 뭔가 빠져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보이긴 하는 표현인데, 오해하시지 말아야 할 게 저는 진짜 전산감사본부가 싫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첫 직장에서 만나기에는 너무 과분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 뿐이었고, 다른 루트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면 아마 배워볼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새로운 경험을 한 것에는 지금도 감사함이 큽니다. 


그냥 표현의 풍부함?을 위해 탈출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생각 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탈출 플랜은 크게 A와 B로 나누어집니다. 


플랜 A. 같은 법인 내에서 다른 본부로 인사 이동하기(통칭 트랜스퍼)

플랜 B. 그냥 다른 법인 가기(이직)


사람에게 선택지는 다양하면 다양할 수록 좋겠죠? 

점심 메뉴는 너무 다양하면 오히려 결정장애가 오기도 하는데 직장을 선택하는 것은 음식 메뉴 고르는 것과 비교할 건 아니니 말입니다.


우선, 플랜 A는 비정기적인 트랜스퍼와 정기적인 트랜스퍼로 구분됩니다. 비정기적인 트랜스퍼는 별건 아니고 그냥 퇴사를 앞둔 사람에게 퇴사하지마라. 원하는 본부 있으면 보내주겠다. 어디로 가고 싶냐 이렇게

회사가 한 사람의 퇴사를 말리면서 계속 있을 것을 종용할 때 내려주는 당근?같은 겁니다.


정기적인 트랜스퍼는 보통 1년에 한 번 있으며, 시즌이 끝나고 나서 전사적으로 공문을 보내 본부 이동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지원을 받습니다. 모든 본부의 자리가 항상 열려있는 것은 아니고, 매년마다 지원서를 쓸 수 있는 본부가 리스트업되서 공개가 되죠. 그럼 그 중에서 골라서 지원서를 쓰면 되는겁니다. 자기가 원하는 본부가 올해 자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순서는 지원서 제출 > 면접대상자 선정 > 면접 실시 > 본부이동 일정 최종 협의 및 확정 순입니다.


말만 들으면 무슨 사기업 신입 채용 절차처럼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 같으나(거기도 마냥 공정한 건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비교적 말입니다), 회계법인의 트랜스퍼는 공정한 입사 경쟁 식으로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인맥이 닿아있으면 확률이 올라가고, 그게 아니더라도 지원서 제출하기 전 사전 접촉은 필수입니다. 자리가 많지 않은데 경쟁자는 많은 구조라 사실 '아는 사람이 있냐' 이게 정말 중요해요.


그럼 과연 어떤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할까요?


모 디렉터님의 말씀에 따르면, 애초에 디렉터 급(이사 급)은 트랜스퍼 인원 결정할 때 정보를 듣지도,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도 회바회겠지만 엄청 특출난 이사가 아닌 이상에야 전반적으로는 똑같겠죠.

따라서 최소 상무 급, 아니면 전무 급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좋습니다. 확실한 걸 원하신다면 전무 급이 제일 확실합니다. 트랜스퍼 인원 합격 결정을 본부장(전무 급)이 하기 때문이에요. 학교 선배다 이런식으로 인연이 닿는다면 금상첨화죠


물론 그게 아니어도 사전접촉은 꼭 하시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조직 내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라인이 있기 때문에, 매니저 급이나 시니어 매니저급한테 말하면 혹시 압니까? 그 분들이 회식자리에서나 파트너랑 술먹는 자리에서 트랜스퍼 이야기 나오면 오고 싶어하는 사람있다고 한마디 해줄지? 이런 걸 기대하고 사전접촉을 하라고 하는 겁니다. 어차피 지원자들 중에서 이야기 나온 사람이나 얼굴 아는 사람에 보다 정감이 가게되어 있습니다. 저런다고 100% 뽑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훨씬 낫다 이거죠.


이번에 시장이 안좋아서 감사 본부에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지만, 당연히 저도 사전 접촉을 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황금인맥은 없고, 해당 본부에서 일 잘하기로 유명하신 분 중에 한 사람이 학교 선배님이셨거든요. 연락드린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었지만 저는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었고, 무작정 이메일을 드리고 찾아뵙고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선뜻 만나주시겠다고 하시더군요. 말이 조언이지 사실 부탁을 하려고 찾아가는 입장이라 도저히 맨 손으로 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친한 사이도 아닌데 다짜고짜 혹시 위에서 트랜스퍼 이야기 나오면 가고 싶어하는 사람있다고 말해달라고 할만큼 뻔뻔한 성격이 못 됩니다. 술 좋아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와인 한병 사서 그냥 덜컥 찾아뵈었죠.


선배님은 파트너들이랑 먹을 이야기나오면 오고싶어 하는 사람 있다고 말이라도 도와주겠다며 선뜻 말씀해주셨지만, 사실 확신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냐면 지금 있는 인원들도 일을 시켜서(일이 없어서) 놀고 있는 마당에 본부가 사람을 추가로 뽑으려 할지를 모르겠다는 거죠.


저도 예상했던 말이었고, 충분히 동감할만한 말이었습니다. 본부에 동기가 한명 있는데, 시즌이고 비시즌이고 날밤 가리지 않고 야근을 했었어요. 그런데 당시 시점 기준으로 최근 1달간은 아예 언어싸인으로 회사에서 놀다시피 하는 보고 진짜 회사가 어렵구나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류에 쓸 자기소개서 멘트도 적어보고 면접도 미리 차츰차츰 준비하고 있었지만 큰 기대는 안하고 있었죠. 시장이 보다 좋았다면 저는 플랜 A만 준비하고 B를 준비하지 않았겠지만, 마음이 불안해진 저는 플랜 A도 준비하면서, 일 안 바쁠때 플랜 B도 같이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가적으로 한공회 구인공고를 뒤적거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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