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현금흐름표의 공포
두 번째 에피소드입니다. 오늘은 좀 실무적인 부분?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시험에 합격하신 분들이라면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도대체 1년차 회계사는 어떤 역할을 맡을까요? 어떤 업무를 하게 될까요? 입사 전에 여행경비나 벌 겸 파트 뛰려고 하는데 도대체 뭘 시킬까요? 궁금하고 설레고 불안해서 가만있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파트 했던 경험과 현재 지금 하는 업무를 바탕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조금은 실무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이름하여, 이번 에피소드의 주제는 '과연 1년차 회계사는 뭘 하는가?'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파트를 뛰든 입사하든 '중급회계', '회계감사' 과목에 대한 지식을 가장 많이 쓰게 될 겁니다. 연결은 보통 인차지 레벨에서 하거니와 일이 내려온다고 해도 1년차 뉴스탭이 맡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중에 1년차 뉴스탭이 '감사 및 용역'에서 맡을만한 일은 크게 3가지인 듯 합니다.
여기서 상황이 가혹해서 1년차에 비해 높은 Role을 요구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상황이 여유로워서 훨씬 난이도가 낮은 일을 주로 맡게 되실 수도 있으니, 이런 경향성이 있다고만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
1. 중요도가 떨어지는 잡계정과 중요도는 높지만, 위험이 크지 않은 계정 감사를 맡는다.
(ex, 기타유동자산(부채), 기타비유동자산(부채), 재평가를 하지 않고 취득 처분이 빈번하지 않은 유,무형자산, 현금및현금성자산, 인건비(급여 및 퇴직급여), 리스 등)
2. 이슈 거리가 많지 않은 회사(ex,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가 없는 회사 등)의 정산표 및 주석을 그린다.
3. 금융기관조회서, 채권채무조회서, 변호사조회서 등 각종 조회서의 취합 및 정리 등을 맡는다.
여기서 1번은 어느 필드를 가든 예외 없이 하게 되실 겁니다. 2번은 용역 업무를 하시는 과정에서 많이 마주치게 될 일입니다. 3번은 빅펌의 경우에는 요새 조회서 알바를 자체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빅펌에 입사하시는 경우 3번은 제외하시면 됩니다.
1번과 3번은 기말감사 가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고, 오늘은 2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현금흐름표를 버리지 않았었습니다. 오히려 꽤 열심히 한 쪽이죠. 현금흐름표를 가지고 간 덕분에 중급회계외 고급회계에서 모두 부담을 덜 수 있었고, 특히 중급회계 수준에서 나오는 현금흐름표는 모의고사나 시험에서 모두 틀린 적 없었습니다.
근데 역설적으로 현금흐름표에 대해 크게 공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금흐름표 공부를 흔히 말하는 '와꾸' 위주로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문제는 척척 맞힐지 몰라도 현금흐름표의 원리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이 안 납니다. 수험생 시절 때도 잘 몰랐습니다. 문제는 잘 푸는데 현금흐름표에 관해서 설명을 해보라고 하면 말이 턱턱 막히는 신기한 경험도 했었죠.
그런 와중에 파트 업무를 할 시절, 수험서에서 나온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방대한 크기의 엑셀 현금흐름표에 질려버린 기억이 납니다. 규모가 꽤 있는 상장사 현금흐름표였는데 보고 바로 창을 꺼버렸습니다.
빅펌에 입사할 때 우연히 전산 감사로 입사하는 바람에, 현금흐름표에 대한 기억은 저 너머로 잊혀졌고 당분간 할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죠. 저는 회계감사를 배우려고 이직했습니다. 이제는 꼼짝없이 해야 합니다.
중급회계에서 나오는 현금흐름표 문제입니다. 아래와 같이 한번 보실까요?
많이들 익숙하시죠? 저희가 수험생 시절 다룬 문제들은 저런 문제입니다. 우선 각 계정에 관한 증감이 일목 요연하게 표시되어 있으며, 규모 자체도 매우 간단하여 현금흐름표의 원리나 문제 풀이법만 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수준이죠. 감사 한번 안 해본 수험생에게 현금흐름표를 어렵게 냈다간 변별력이 없어진다는 것을 출제자도 아주 잘 알고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저는 딱 저런 문제 정도의 규모와 일목요연함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저희가 만나볼 현금흐름표 샘플 양식은 하기와 같습니다. 하기의 샘플 양식은 '이광민 회계사님'의 블로그로부터 무료로 공유된 K-GAAP 현금흐름표 양식을 퍼왔습니다. 출처는 하기와 같으며 이광민 회계사님께 이 글을 빌려 감사드립니다.
현금흐름표 정산표 양식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파트 했을 때 저거 딱 처음 보고 들었던 감정이 '와...존X 하기싫다' 였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양식과 원리가 똑같아서 몇 번 해보면 전혀 두려워할 게 아니라는 걸 지금은 알지만, 파트 당시와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쳐다도 보기 싫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CB, BW 등 복잡한 계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연히 현금흐름표 정산표를 그리는 것도 정말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PA(Private Accounting) 서비스를 이용하여 회계사들을 고용하고, 복잡한 부분의 정산표나 주석 부분은 별도로 업무를 맡기기도 합니다. 특히 연결 정산표와 주석 같은 경우에는 연결 PA만 별도로 쓰기도 해요.
하지만 규모가 작거나 복잡하지 않은 정산표는 회사가 직접 만들기도 하고, 회사가 역량이 안 된다면 회계사들이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이 암암리에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탭시절때 현금흐름표를 많이 만들어보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선배님들이 말씀하십니다. 실제로 체감상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커다란 엑셀에 대해 공포감이 있는 것은, 수험생 시절 때는 그래서 결론이 뭐야?
영업활동현금흐름 얼마야?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은 얼마야?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이런 식으로 결과만 묻는 문제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뭐가 어찌 되었든 결과만 내면 됩니다. 문제는 풀었는데 답은 없으면 어떡하죠? 찍으면 되죠. 어차피 객관식인 데다 틀렸다고 클레임 걸 클라이언트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 양식을 통해 숫자를 하나하나 '집어넣어'가며, 처음부터 결론까지 쭉 도달해 가는 식으로 만들어 보보려 하니 쉽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현금흐름표를 처음 한두 번 만들어보실 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지, 어떤 순서로 업무를 하면 좋은지 알려드리려 합니다. 물론 제가 천상계 회계사는 당연히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스탭들이 많이하는 업무에 굳이 10년차 이상 되는 선배님들이 나설 필요는 없겠죠. 어차피 그분들은 이 정도는 상식처럼 박혀있는 레벨이라 오히려 설명하시는 게 더 어려우실지도 모릅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쓸 필요는 없으니, 한창 이 문제로 고민을 해본 입장에서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현금흐름표(현금흐름 정산표)를 '그린다'는 게 정확히 무슨 말일까요? 그렇습니다.
'각 계정별로, 그 계정의 증감 내역을,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 비현금거래로 짜갈라서 넣어준다'입니다.
예를 들어, 건설중인자산이 1년 사이에 1억 원이 증가되었습니다. 그럼, 현금흐름표에는 하기와 같이 표시되겠죠? 한번 보시죠.
분개장을 찾아보니 이런 분개가 발견되었습니다.
(차) 건설중인자산 1억/(대) 보통예금 5천만 원, 미지급금 5천만 원 / 적요 : 저장용 탱크 구매
아, 그러니까 이 회사가 저장용 탱크를 샀는데 현금으로 5천만 원 주고, 미지급금으로 5천만 원을 줬나 봅니다.
그러면 현금흐름표에서는 아래와 같이 적어넣을 수 있겠죠?
자 이러고 다시 한번 '건설중인자산'의 정산표를 봐봅시다. 아와 같이 검증이 0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건설중인자산의 계정 증감이 1억 원 있어서 이 1억이 어디서 어떻게 증가한 것인지 검증이 필요했는데, 알고 보니 현금 5천, 미지급금 5천으로 취득하였던 것으로 밝혀져서 검증이 끝났다! 더 이상 검증이 필요한 금액은 0원이다! 라는 뜻입니다.
어떤가요? 저 거대한 현금흐름표 엑셀 양식이 좀 이해가 가실까요? 저게 계정 숫자가 많아서 커 보이는 거지 실제로 수행하는 작업은 다 똑같습니다. 즉, 예시에서 보여드린 건설중인자산의 계정뿐 아니라 다른 계정에도 다 수행 해줘야 하므로 크기가 커 보인는 것이죠.
왜 저희는 수험생때 현금흐름표 문제는 잘만 풀면서 실제로 현금흐름표 정산표 파일을 받았을 땐 숨이 턱 막히는 걸까요? 간단합니다. 수험생때 마주치는 문제는 저걸 누가(문제 출제 시험관) 다 해주고 나서의 작업물을 만나서 그렇습니다. 각 계정의 증감분, 그 증감분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누가 현금으로 얼마 미지급금으로 얼마를 샀는지가 다 적혀있죠(제시해 주죠). 그리고 나서 문제를 물어보면 당연히 일목요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저걸 직접 해야 한다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분개장을 뒤져가면서, 저 검증이 필요한 금액이 어디서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직접' 찾고 '직접' 기재해야 합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진짜 하기 싫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희는 힘없는 스탭입니다. 까라면 까아죠. 그리고 현금흐름표 정산표를 만들다 보면 정말 체감상 도움이 많이 됩니다. 주석을 적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다양한 계정들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정산표에 숫자를 기재할 수가 있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리스 관련 현금흐름을 기재할 때 분개장만 보고 현금흐름을 기재하기에는 리스가 대부분 품목도 많고 규모도 큽니다. 따라서 리스 계정에 대한 세부 분석(Recap이라고 합니다)과 함께 리스료 원금 지급과 계정 상각, 취득, 중도해지 이런 걸 모두 알아야 숫자를 기재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회사 계정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한두 번 만들어보면 똑같은 거 아래와 같은 순서로 해보시는걸 권장드립니다. 원래 무슨 일이든 처음 하는 게 제일 헷갈립니다. 어디서부터 뭘 손대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현금흐름표 정산표 작업하는 순서>
우선, 필요한 자료가 있습니다. 하기의 자료를 회사 담당자로부터 수령하도록 합시다.
2024년 2분기의 현금흐름표를 작업해야 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계속적 업무가 아닌 초도라서 완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가정할게요.
2024년 2Q 자료: 분개장, 재무제표, 제조원가명세서, 계정명세서
2023년 자료: 2023 2Q 분개장(필수는 아님), 2023년 말 재무상태표, 2023년 2Q 손익계산서, 2023 2Q 제조원가명세서, 계정명세서(필수는 아님)
*DART에는 전기 숫자와 비교해서 올라가야 하므로, 비교되는 전년 동일 기간에 대한 자료도 필요합니다
<기본 셋팅>
1. 현금흐름표 양식에 2023년 말 재무상태표, 2024년 2Q 재무상태표, 2023년 2Q 손익계산서, 2024 2Q 손익계산서 숫자를 모두 기재한다.
2. 2023 2Q 제조원가 명세서, 2024 2Q 제조원가 명세서 숫자를 모두 기재한다.
<업무 시작>
숫자 세팅이 끝났으면 일을 시작해 봅시다
3. 감가상각비, 외화환산손익 등 현금유출이 없는 비용 항목을 가산하고, 외화환산손익, 금융자산평가손익 등 현금유입이 없는 수익 항목을 차감해 줍니다. (어떤 항목이 현금유출이 있고 없는지 헷갈리신다면 손익계산서 항목 중 '영업외손익' 항목과 '판관비', '기타포괄손익' 항목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4. 3번이 끝났으면, 영업활동에 속하는 계정들의 나머지 검증 금액은 '자산부채의변동' 란에 직접 기재해 줍니다.(현금흐름표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간접법으로 표시하기 때문입니다)
5. 투자활동에 속하는 계정들(투자자산, 단기금융상품자산, 대여금, 유형자산, 무형자산, 건설중인자산, 리스 사용권자산 등)에 대해 기초, 증가, 감소, 기말 잔액이 담겨있는 Lead Sheet을 그리고, 원장을 통해 '취득, 처분, 계정 대체'에 해당하는 숫자를 찾아놓습니다.
그리고 예시에서 보여드렸듯, 그 금액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유출과 비현금거래에 적절히 짜갈라서 넣어주시면 됩니다. 비현금거래의 대표적인 항목은 미지급금으로 건물을 취득했거나, 건설중인자산에서 타 계정으로 계정대체가 이루어진 부분일 것입니다.
6. 재무활동에 속하는 계정들(차입금, 사채, 우선주 발행 등)도 마찬가지로 Lead sheet을 그리고, 원장을 통해 취득, 상환 등에 해당하는 숫자를 찾아놓습니다. 그 후 마찬가지로 금액을 짜갈라서 넣어주시면 됩니다. 재무활동은 1년에 영업활동 마냥 빈번하게 일어나는 항목이 아니다 보니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7. 그 후 조정사항(수정분개)가 필요한 항목은 별도로 찾아서 끊어주고, 차대변 수정 항목이 반영되도록 현금흐름표 엑셀 시트 자체에다가 수식으로 끌어와 줍니다. 샘플 양식을 아래와 같이 이렇게 고쳐주면 되겠죠?
8. (IFRS 한정) IFRS는 이자의 수취, 이자의 지급, 배당금 수입, 법인세 납부는 직접법으로 표시해야 함을 기억하실 겁니다. IFRS 양식은 K-GAAP 현금흐름표 양식과는 좀 다르게 하기의 사항이 더 표시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IFRS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실 때는 직접법으로 표시할 저 4개의 항목에 대해서는 별도로 숫자를 기재해 주시면 됩니다(이런 종류의 숫자를 편하게 찾기 위해 Lead Sheet을 그리고 숫자를 미리 찾아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면 끝입니다. 아직 현금흐름표를 그려보시지 않으셨나요? 그러면 지금 이걸 봐도 뭔소린가 싶으실 겁니다. 엑셀은 뭐 저렇게 커다래 보이고, 아니 무슨 일하는 단계는 또 8단계나 있는지....
만약 그러시다면 지금 이 글은 잊어버리세요. 그리고 처음으로 현금흐름표를 만들어보라고 하는데, 현금흐름표를 단 한 번도 직접 그려본 적이 없다면, 뭘 물어보고 싶은데 너무 기본적인 걸까 봐 물어보기 두려우시다면, 선배들이 일이 바빠서 가르쳐줄 여유도 없어 보인다면 그때 이 글을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때는 시야가 지금과 다를 것이기 떄문에 '아 이게 이런 의미였어?', '아 그래서 이렇게 하라는 거구나', '아 이게 이런 말이었구나' 느끼실 겁니다.
낮은 수준이지만 나름 처음으로 적어 보는 실무적인 글인지라 읽기 싫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만약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수험생분들이 계신다면 지금 당장 도움은 안 돼도 필드 나가셨을 때 덜 헷갈릴 수 있도록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