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침대와 넓은 거실이 있는 멋진 집이었다.
오랜 비행의 피로를 풀고 싶었지만,
낯선 아이슬란드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짐을 놓자마자 바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도착하자마자 펑펑 내리는 함박눈
서울에서도 눈을 보기 힘든 요즈음
검은하늘에 하얀 함박눈을 보니 눈의 나라에 온 것이 실감났다.
아직은 아주 늦은 밤
고요한 레이캬비크의 밤풍경
오가는 차와 사람들이 거의 없고
나 혼자 함박눈이 내리는 레이캬비크에 있었다.
생각을 해보면 나는 정말 눈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
눈이 내리면 출퇴근이 너무 불편해지면서 ... 또 여러가지 생활의 불편을 느끼면서
어느새부터 눈이라는 것이 너무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
근데 그런 세상 걱정 없는 여행지에서 눈을 맞으니
눈을 좋아했던 옛날의 나를 다시 떠오를 수 있었다.
얼마나 레이캬비크를 보고 싶었으면 ...
비행기에서 편하게 있으려고 신고 온 발목양말에 유사컨버스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설레는 마음이 더 커서 추운 것도 모르고 돌아다녔는데
시간이 계속 지나다 보니 양말에 눈이 들어가서 엄청 꿉꿉하고
들어간 눈은 물이 되서...점점 차가워지고
발이 차가워지니까 몸도 차가워지고...
몸이 차가워지니 몸은 피곤해지고 ...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그냥 진짜 침대에 뻗어서 잠을 잤다.
시차가 적응이 안된건지, 레이캬비크가 더 빨리 보고 싶은건지 모르겠는데
서너시간만에 잠에서 깼다.
몸이 살짝 나른하고 피곤한데 다시 나가고 싶었다.
원래는 시크하게 슬랙스에 구두에 코트를 가져올까 했지만...
히트텍에 폴라티에 패딩에 ㅋㅋㅋ
추위에 완벽한 코디로만 세팅해서 왔다.
역시 따뜻한게 최고다
발 시려윤 유사 컨버스 대신 등산화를 챙겨온 나 ...
여행에 등산화라니...
코리아 어글리 아저씨들의 넘 촌스런 느낌일 것 같아서 가져올까 말까 엄청 고민을 했는데
아주 나이스한 선택이었다.
깜깜한 하늘 건너편 새벽 통이 트고 있는 그레이 빛 하늘
시간이 지날 수록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큰 눈이 내려왔다.
이런 함박눈은 정말 오랜만이다.
함박눈은 나에게 축복일까 저주일까?
란 고민은 사치다.
현재 내리고 있는 함박눈을 즐기자
레이캬비크의 건물들 안에서 점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아침이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이 건물안에 있는 조명들 왠지 엄청 아름다울 것 같아
한번 들어가보고 싶다.
밖에서 창문을 통해 은근하게 보이는 조명들을 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같은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간만에 느끼는 사람의 인기척이 반갑다.
레이캬비크의 중심이라는 Skólavörðustígur
스콜라비어두스티구르 라고 불러야 하나?
하아 이름이 너무들 어렵다 ㅠㅠ
아직은 거의다 문이 닫혀 있는 거리의 풍경
조명만이 이 메인거리를 밝힐 뿐 이다.
레이캬비크 어디서 보더라도 도드라진
레이캬비크의 북극성 같은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Skólavörðustígur 거리의 끝에 우뚝 서 있다.
하아... 할그림스키르캬 라는 이름은 진짜 몇번을 포스팅하면서
타이핑을 해도 기억이 되지가 않는다.
너무 어려워 ㅋㅋㅋ
그랜드 오르간의 파이프라인을 연결 시켜 놓은 듯한 독특한 디자인의 교회다.
특히 조명을 받은 그레이 컬러의 건물이
보랏빛 새벽 하늘과 만나니까 엄청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게이시르라는 옷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흠... 이번 여행의 기념푼은 바로 너다 !!
이 시간부터 헤어커트라니...
무슨일을 하는 사람일까?
궁금해
아침 뉴스 아나운서일까?
궁금해 궁금해
배가 조금 고팠는데 마침 열어 있는 작은 슈퍼가 있었다.
초코우유를 매우 좋아하는 나
아이슬란드 초코우유는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초코우유 한개랑
유럽은...역시 빵이지 !! 하는 마음으로 빵 두개 ㅋㅋ
원래 집에 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레이켜비크를 돌아다니면서 조금씩 뿌셔 먹다 보니...
곰새 다 먹어버렸다.
배가 고픈거였는지...
빵이 맛있었던 거였는지...
해가 피고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면서
레이캬비크의 본 모습이 조금씩 선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크고 화려한 느낌이 아닌 작고 담백한 도시 분위기를 가진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였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새벽 동트는 아름다운 시간대의 푸른 하늘,
하얀 눈으로 뒤덮힌 도시에 가로등을 통해 은은하게 밝히는 불빛
첫인상이 너무 좋았던 레이캬비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