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호가 친절한 이유
위험한 도로에서
방어만 하는 당신을 위한 신호
당신을 지켜주지 않겠다는 진심을 담은
비보호는 친절하다
시험장의 초록 불도 친절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색깔
순발력을 배울 순 없는 이야기
빙산의 일각을 추리하는 문제였다
친절하게도 합법적인 비보호가
정답의 꼬리를 자르고 묻는다
적혀 있지 않은 해설을 읽어 봤느냐고
가르쳐줄 수 없던 답은 찾았느냐고
멈춤이 길면 가지 못하고 섣불리 가면 나를 잃는
실감 나게 믿음직한 비보호 초록 불 앞
때를 보는 충혈된 눈들이
노란 깜빡이에 기대 시간을 번다
천 번의 배신이 각인된 도로 위
빨간 패를 읽는 심호흡은 초록이다
깨달음은 늦어도 오른발은 빨랐다
핸들의 다른 이름은, 돌아보지 않을 준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