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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Oct 04. 2021

비보호 초록 불

비보호가 친절한 이유

위험한 도로에서

방어만 하는 당신을 위한 신호

당신을 지켜주지 않겠다는 진심을 담은

비보호는 친절하다


시험장의 초록 불도 친절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색깔

순발력을 배울 순 없는 이야기

빙산의 일각을 추리하는 문제였다


친절하게도 합법적인 비보호가

정답의 꼬리를 자르고 묻는다

적혀 있지 않은 해설을 읽어 봤느냐고

가르쳐줄 수 없던 답은 찾았느냐고


멈춤이 길면 가지 못하고 섣불리 가면 나를 잃는

실감 나게 믿음직한 비보호 초록 불 앞

때를 보는 충혈된 눈들이

노란 깜빡이에 기대 시간을 번다


천 번의 배신이 각인된 도로 위

빨간 패를 읽는 심호흡초록이다

깨달음늦어도 오른발은 빨랐다

핸들의 다른 이름은, 돌아보지 않을 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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