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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Apr 21. 2022

마주보다

추진력이 이루어낸 감사한 첫 개인전.

예술인 월간 활동 보고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예술 창작소를 간다. 전시회가 진행중인 A동 메인 갤러리를 둘러보고 나올 때마다 내 눈에 띄는 건 반대편 B동 건물이었다. B동은 예술창작소를 세우기 위해 추가로 매입한 부지였는데, 매입한 주택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공사가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텅 빈 방방마다 진행중인 행사도 없었고,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일정도 없었다. 그나마 B동 2층을 레지던시 예술가의 입주 공간으로, 1층 첫 번째 룸을 직원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썰렁한 B동도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활용가능하단 생각이 들어서 용기내어 전화를 걸었다.


“큐레이터님, 양윤미 작가입니다. 혹시 B동 1층 공간에서 대관이 진행된 적이 있었나요?

“네, 작가님. 대관을 한 적도 있고 모임을 한 적도 있지만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잠시 중단하고 비워둔 상태입니다.”

“네네. 그럼 지금 백신 패스도 해제되고, 사적 모임도 완화되는 상황인데. 혹시 예약된 일정이 없다면 제가 103호 룸을 대관 해봐도 될까요?”


너무나 운좋게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심지어 대관비도 무료였다. 사실은 무대포처럼 언젠가는 내가 반드시 전시회를 열리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미리 만들어둔 상태이기도 했다. 필요하다면 전시 관련 포스터 제작을 해주겠노라 약속했던 디자인 업체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다. 삼일 안에 모든 것을 마무리 지어달라는 나의 당돌하고 무리하고 촉박한 일정에 대표님은 마침 본인이 한가하다며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이토록 촉박하게 일정을 잡은 이유는 출간 시점과 맞물려 책도 홍보하고 디카시 전시도 홍보하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였다. 대표님은 너무나 스윗하게도, 서울에 거주하는 디자이너님이 평균적으로 받는 페이를 심하게 후려친 나를 예쁘게 봐주셨고 심지어 인쇄비는 받지 않으셨다. 새벽 2시까지 이어진 포스터 피드백 끝에 탄생한 나의 첫 전시회 포스터는 마음에 쏙 들었다. sns용 정사각형 포스터와 세부사항을 적은 카드뉴스도 그냥 만들어 주셨다.






먼지낀 창틀을 닦고 거미줄을 치웠다. 이케아에 가서 페이카를 여러개 샀고, 그래도 부족해서 집에서 키우는 제라늄 화분을 몇 개 추가했다. 작품을 걸어두기 위해 꼭꼬핀을 스물 다섯개 꽂았다. (스물 다섯 작품이다.)  입구의 허전한 벽 쪽에는 그림 엽서를 붙였다. 갤러리에서도 공간 활용을 위해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참에 조명을 교체하시겠다는 것이었다. 천장에 달린 주택용 형광등보다 레일 조명이 훨씬 더 예쁠테니 내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시간을 내어 소품을 실어나르고 설치하는 것을 도와준 든든한 남편이 가장 큰 공로자였다.





그렇게 4월 19일 화요일, 양윤미 시인의 1st 디카시 개인전시회가 시작되었다. "감성갱도2020"이라는 갤러리가 외진 곳에 있어서 많은 분들이 보진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직원분들 말씀으로는 지나다니는 주민들이 종종 들어와서 읽어보신다고 했다. 1층 유리창에 붙은 시트지와 활짝 열린 문 앞에 붙어있는 예쁜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던 걸까. 어쨋든 많은 분들이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예술을 마주보면 좋겠다는 기획의도대로 되고 있었다.


일상을 예술로 바라보고 예술같은 삶을 사는 일은 어쩌면 정말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무심히 지나쳐버릴 지금 이 순간, 가만히 멈춰서서 마주볼 용기를 내보시길. 우리의 오늘을 사랑하고 지금이순간의 나와 너를 품는 작품 전시회는 5월 4일까지 이어진다. 3가지의 세부 주제 "꿈을 품다, 나를 품다, 너를 품다"로 나뉘어진 작품들의 해설을 돕기 위해 작가노트도 비치해 두었다.  


전시회 첫 날, 은은한 피아노곡을 세팅해두고 혹시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둘러본 후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이 정도면 이제 정말 준비가 다 끝났겠지 하는 마음으로 뿌듯해 하던 때에 때마침 까만색 승용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꽃다발을 들고 내리신 처음보는 여성분께서 갑자기 양윤미 작가님을 찾는것이 아닌가. 전시 첫날에 맞춰 포천에 계시는 진샤작가님이 응원차 보내신 꽃다발이었다. 세상에. 말잇못이었다. 며칠 후에는 천사같은 글향 작가님도 바쁘신 와중에 먼길을 달려 전시를 응원하러 와주셨다. 작가님을 닮은 예쁜 꽃과 함께. 나는 또 말잇못이었다.


출간 과정과 전시회 준비 과정이 전부 다 좋기만 했다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그냥 그 모든 과정의 업앤다운과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나쳐온 수많은 경험들이 오늘도 축적되고 퇴적되고 있노라 말하고 싶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허투루 보내지 않은 하루하루가 우리 인생의 실적이다.


알라딘- 오늘이라는계절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업로드 되었습니다.






온라인 전시를 하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아... 짧은 영상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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