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식 개선사업, 암흑까페룰 다녀와서
암흑 까페 입구는 검은 천으로 꽉 닫혀 있었다. 오전 11시 예약자들은 총 6명이었고, 까페 직원의 안내를 따라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이 특별한 이색 까페는 일렬로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들어간다. 커튼이 열리면 캄캄한 내부가 보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에 조금 긴장되었는데 불안한 마음도 잠시, 시각장애인 시낭송가 김민서 선생님이 "제 팔을 잡고 들어오시면 됩니다."라고 안내해 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캄캄한 내부에는 다행스럽게도 아주 희미한 빛이 새어들고 있었다. 완벽한 암흑을 만들기에는 공간의 제약이 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비시각장애인에게는 충분히 안 보일 정도로 캄캄했다. 시간이 좀 더 지나 어둠에 적응이 되면 공간의 윤곽이 서서히 보일 거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의자의 등받이를 잡아 보라는 말씀에 손을 더듬어 의자에 착석했다. 까페에 들어가 의자에 앉는 평범한 행동이 이토록 떨릴 일인가 싶었다. 시각장애인들의 일상 체험이 시작되자마자, 촉각과 청각이 곤두섰다. 시각적 요소들이 아닌 피부에 닿는 느낌과 소리, 냄새 등으로 그 공간을 탐색하고 이해해야 했다.
이윽고 주문한 커피와 아이스티가 도착했다. 내 커피가 과연 무사히 내 앞에 도착할까 싶었는데, 컵에는 '커피'라고 적힌 점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나는 손끝으로 키역과 피읖의 모양을 더듬어 읽어보려 애썼다.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 장애인의 88.1%에 달하는 사람들이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분들이라고 했다. 장애는 그분들에게 후천적으로 벌어진 일종의 사고같은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수 대비 장애인 비율도 5.2%로, 20명 중 한 사람 정도에 해당한다. 선진국의 장애인 비율이 20%에서 30%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적은 수치다.
대한민국 장애인 복지법을 보면 장애인이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제약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 라는 해석과 인식의 차이가 복지의 범위를 결정짓는다. 복지선진국의 경우 에이즈 환자, 암 환자 등도 장애인의 범주에 포함되며, 스웨덴의 경우에는 이민자들도 사회 적응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장애인으로 분류된다.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욕실용품 사용에 관해서는 자신의 칫솔에만 고무줄을 묶어두거나, 본인의 샴푸에 입체감 있는 스티커를 붙여 물건을 구별한다고 하셨다. 무엇보다도 생활 속 안전이 가장 중요해서, 다치지 않기 위해 집 안은 물론, 자주가는 공간의 탁자와 조명, 선반 및 화장실의 위치같은 것도 외우신다고 했다.
체험을 마친 후, 같이 체험했던 울산광역시 남구의회 이혜인 의원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대하여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남구 의회 본회의 회의록에 점자를 추가하고, 회의 참여시 수어 통역사도 동반할 수 있도록 건의한다고 하셨다.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무엇이냐는 내 질문에, 김민서 선생님은 '인식'이라고 답하셨다. 시설이나 설비에 대한 답변을 하실 줄 알았는데 인식이라는 답변에 깨달음을 얻었다. 인식 또한 사회적 환경이 아닌가.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에 투자하는 것 보다도, 장애인들을 향한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환경을 바꾸는 가장 빠른 지름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화 솔루션의 후원으로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암흑까페에 많은 시민분들이 관심가져 주시고 동참해주시기 바란다. 암흑까페는 울산 대학교 사회과학관 1층 112호에서 5월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