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못한 일 / 양윤미
길을 잘못 들어 산을 넘었습니다
꼬불꼬불한 외길을 한참 달렸지요
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던 꿩탕집
초록 대문 살짝 열어둔 산골 교회와
단풍 흩날리는 한적한 리조트도 지났습니다
고즈넉한 암자들을 보았고
조명 찬란한 사주까페도 봤는데
문득 이 길이 맞나
들어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낯익은 표지판에 안도할 무렵
산 넘어가는 석양을 지나치지 못하고
기꺼이 차를 세웠습니다
멀리서 온 빛은 길을 잃지도 않고
제 이마에 와 닿았습니다
논밭을 가로지르는 찬 바람에
옷깃을 여며도 귓볼 시리던 길이었는데
해가 지고 달이 뜨는 바람에
별빛 더듬어 나아가던 길이었는데
돌아보니 내내 아름답네요
- 월간 모던포엠 2024.12월호 (통권255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