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고 있는 나를 향한 따뜻한 시선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한 사람의 성장은 과연 언제 끝나는 것일까? 어린 시절의 나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만 하면 성장이 끝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주민등록증은 성인이 되었다는 증거이며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다 자랐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깨달은 것은 나는 그저 어제의 나와 별반 차이가 없는 여전히 어리숙하고 평범한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서른일곱이 된 오늘의 나 역시 마찬가지다. 스무 살의 나와 오늘의 나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클 만큼 다 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정답 없는 인생길을 헤매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위기 속에서 좌절하기 쉬운 지극히 평범한 여자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단지 오늘의 내가 스무 살의 나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가정을 이뤘고 아내와 엄마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는 것 정도다.
나는 우리 모두가 여전히 성장 중인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이름의 여자사람도 역시 날마다 성장하고 있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순간에 이미 엄마로서 살아갈 준비를 모두 마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엄마는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함께 자라가는새롭게 창조된 또 하나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꽃에 물주는 것을 잊어버린 여자를 본다면
우리는 그녀가 꽃을 사랑한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상대의 생명과 성장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마음과 신경은 온통 내가 사랑하는 대상에게로 향해있다.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온통 내 목숨보다 귀한 사랑스런 아이에게로 집중된다. 제대로 잘 키우고 싶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사랑의 대상 중 가장 첫 번째로 신경 써야 할 사람은 바로 엄마인 나 자신이다. 나라는 사람의 생명과 성장이 내가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을 잠시 잊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거울 앞의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픈 상처로 인해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은 짐이 있다면 더 이상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툴툴 털어버릴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들이 오늘도 자라나고 있는 나 자신을 충분히 아껴주면서 성장하고 있는 또 다른 타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