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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Jan 15. 2021

비엔나 커피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마음

온갖 잡념이 
까맣게 탄 콩과 함께 부서진다

시커먼 가루 
탈탈 털어 앉히고
머리칼 곱게 빗듯
사뿐히 일렬로 줄을 세운다

바글바글 끓어오른 물을
차분한 한숨으로 주전자에 담는다

세상은 모름지기 둥글게 사는 것
모락모락 김이 나는 뜨거운 물로
동그랗게 원을 그려본다

갈색 거품을 물고
봉긋한 나의 청춘이 끓어오른다

켜켜이 물을 머금고
까만 진액을 뽑은 들판이
마지막 한 방울을 떨군다


칠흙의 눈물 위에 
하얀 생크림을 연고처럼 바른다.

온 몸을 불사른 까만 들판이
한 잔의 위로로 남아있다

고뇌와 번민까지 다 갈아마신 
생을 사랑하는 자 하나가
비엔나 커피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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