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도 궁금해! 지적인 아이 원산지는 부모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직후 뉴스에서는 연일 선거의 성패에 따른 분위기를 전했다. 이를 본 남편과 나는 자연스럽게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통령은 무슨 당이야?”
“우리나라에는 정당이 몇 개나 있어?”
“비례대표는 왜 뽑는 거야?”
“공약대로 일을 안 하면 나중에 어떻게 돼?”
우리 부부의 대화를 조용히 듣던 아이의 갑작스런 질문 세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지지했던 우리 지역 후보는 당선되지 못했다. 예상 외로 아이가 선거에 대해 꽤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이가 궁금한 것과 더불어 선거 후 정당의 좌석수가 늘어나게 되면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는지, 나라 정책을 정하고 예산까지 배정하는 것 등 우리가 아는 지식 내에서 알려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과일을 먹은 후에도 끝없는 질문으로 인해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사실 아이가 어릴 때 부모의 대화에 끼어들면 흐름이 끊긴다는 이유로 제지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와 아이와의 대화 뿐 아니라 부부의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이 크다는 걸 깨닫고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
EBS Culture에서 소개한 유튜브 구독자 174만 명을 보유한 작가 조승연은 이탈리아,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 등 7개 언어에 능통한 글로벌한 인재다.
조승연이 박학다식하게 자란 비결은 바로 어머니와의 끝없는 대화라고 전했다.
어린 시절 사회성이 다소 부족했던 조승연은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어머니에게 설명해 주는 것을 좋아했다. 어머니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이야기를 다 들어 주었고 호응해 주었다.
자신이 알게 된 신기한 것들을 ‘어머니라는 창구’를 통해 쉼 없이 내 보내고 인정받았던 것이다.
조승연 어머니는 듣다가 너무 길어지면 함부로 아이 말을 끊지 않았다. 대신 아이의 호기심이 사라질까봐
“드라마도 끝냈다가 내일 하잖아. 그러니까 2편은 내일 듣자.” 라고 말했다.
그러면 그 다음날 조승연은 절대 잊지 않고 마저 이야기를 했고 어머니는 또 긴 시간 동안 들어줬다고 한다.
같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알게 된 70대 할머니가 계신다.
할머니의 아들은 대전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마침 함께 있던 자리에서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한참을 통화한 후 말씀하신다.
매일같이 전화하는 아들은 할머니에게 단순한 안부전화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사업에 대한 진행상황이나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의견을 묻기도 한다고 했다.
“아들은 나한테 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에요. 속이 답답하니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인 거지요. 내가 아들에게 최선이자 최후의 안식처인 셈인 거죠. 어차피 사업에 대해 더 잘 아는 것은 아들이니까 그저 들어만 줍니다.”
따뜻하고 인자한 미소로 말씀하시는 할머니를 보며 아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는 책으로 얻는 것보다 많은 내용을 습득한다.
작정하고 외운 것처럼 기억에도 오래 남게 만든다. 내치지 않고 들어주는 부모의 반응을 통해 사랑을 느낀다. 이렇게 어릴 때 내면을 채워주고 성인이 되어서도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부모들이 갖춘 것은 바로 ‘경청’과 ‘공감’이었다.
경청과 공감을 지닌 부모와의 대화는 가성비 최고의 공부 방법이자 아이의 평생 삶을 지지하는 기둥이 된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