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엄마의 정신력

by 글한송이

성희는 건강하다. 만성 편두통을 앓지만 견딜만하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지만 참을만하다. 길고 고왔던 손은 쭈글거리고 거칠어졌고, 손목이 아침저녁으로 시큼 거리지만 이쯤이야 버틸 수 있다. 눈물은 자꾸만 말라 눈이 뻑뻑하고, 무지외반증은 갈수록 심해져 걸을 때마다 발이 무겁지만 괜찮다. 두 아이의 엄마라서, 아프다는 소리를 할 수가 없으니, 건강하다.


의료업계에서 종사하고 있어 부스터 샷을 맞았다. 2차 때만큼 열이 심하진 않았지만 주사 맞은 어깨가 붓고, 겨드랑이에 부작용이 왔다. 그럼에도 큰딸이 오리고기가 먹고 싶다기에 냉큼 마트에서 장을 보고 왔다. 앉아 있을 겨를도 없이 저녁을 준비했고, 다 함께 맛있는 저녁 식사 시간을 가졌다. 타이레놀 한 알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행복한 하루였다.


어렸을 때도 몸이 약했다. 여섯째로 태어나서인지, 동생보다 적은 양의 밥을 먹으며 커서인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세 숟가락만 먹으면 배가 불렀고 덕분에 호리호리한 몸매로 살아왔다. 애 낳고 쉬흔이 넘은 지금은 여기저기 퉁퉁 터져버렸지만. 이제는 살이 조금만 빠져도 몸살이 들고 온몸이 쑤신다. '아구구구'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른들이 왜 일어날 때마다 끙차 소리를 냈는지 이제야 이해된다. 성희는 몸이 늙어간다는 사실에 씁쓸했다. 살이 쪘다며 신나게 흔들어대는 딸내미들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온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게 좋았다. 운동도 되고, 빨리 갈 수도 있고, 퇴근 후 오는 길에 장을 보면 뜨끈한 밥상을 차릴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무릎이 시큰거려서 그만뒀다. 요새는 날이 너무 추워져서 설렁설렁 걷기 시작했다. 다리를 절면서 걷는 할머님을 지나치는데 마음이 짠했다. 머지않아 성희도 동정을 받게 될 날이 오겠지 하는 생각에 한숨이 픽 나왔다. '점심 맛있게 먹기!', '엄마, 칼퇴얌?' 때마다 톡으로 엄마를 챙기는 막내딸 덕분에 광대가 내려올 줄을 모른다. 마음이 달달 해지는 순간이었다.


성희의 엄마는 아파도 아프다고 할 줄을 모르는 분이셨다. 정말 죽을 것처럼 아플 때만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양해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보고 자란 게 그래서 성희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은 괴로워 발버둥 쳐도 성희는 버티고 견뎠다. 다른 사람이 신경 쓰게 하는 건 엄살이라고 생각했다. 점차 감정 말하기도 어려워졌다.

참고 참다 보니 화병이 생겼다. 남편에게, 자식에게, 부모에게 꺼내지 못한 마음이 썩어 문들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정신을 차려봤을 때, 자식들이 성희처럼 속을 감춰두고 있었다. 미안하고, 고맙고, 대견했다.


지금 성희는 가족에게 말한다. 남을 위해서 참고 살지는 말아라. 미련하게 꾹꾹 눌러 담지 말고 솔직하게 표현해라. 결국 사람은 자기 스스로 챙겨야지 누군가가 평생 챙겨주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도 성희는 아프지 않다. 성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성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굿나잇!" 외치는 평온한 밤이 있기에 감사히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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