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는 건 어렵다. 선택으로 인해 파생되는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괴로움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자신감을 얻고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성취감을 즐길 수 있다. 즉, 선택은 결과를 만들고, 결과는 감정을 좌우한다. 아쉽게도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성희는 판단이 빠르다. 고로 너무 오랜 시간 결정을 내리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없었다. 뒤탈이 생기면 책임감 있게 수습했고, 바라던 바를 얻어내면 한껏 솟은 어깨로 햇살과 바람을 만끽했다. 순탄치 만은 않은 삶이었지만 남에게 피해 주지 않게 바르게 커왔고, 남편과 두 딸로 가정을 이룬 어엿한 엄마다. 딸들의 고민을 들을 때면 그 나이대에 느낄 수 있는 심각함에 공감하면서도 선택의 기로에서 무너지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할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하곤 한다. 순리에 반항하는 첫째의 말이 이해되면서도, 어쩌면 순리대로 사는 게 나은 일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 같은 거 안 하고 살고 싶어!”
누군가가 정해준 삶을 산다면 재미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이따금씩 지칠 때에는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을 때도 있다. 요지는,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그만큼 수용이 어렵다는 거다. 방향을 잘못 잡았다면 돌아가거나, 다른 길을 걸으면 된다. 하지만 나는 원하지 않는데, 내게 권리가 없기 때문에 직진만 해야 할 때면 그만큼 발이 무거울 수가 없다. 성희는 하루하루를 간신히 연명해 나가는 어머니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언제나 함께일 것만 같았던 딸이 제 짝을 찾아 떠나가는 모습은 여전히 낯설다. 업무 스트레스, 점점 팍팍해지는 일상들 모두 선택권 없이 흘러온 물이다. 잠식되지 않으려 힘껏 발버둥 쳐야 하는 코스다.
50대에 접어들면서 그러려니 하는 법을 배웠다. 차분해졌고, 인내심을 길렀고, 여유를 갖게 됐다. 아직 배워야 할 인생이지만, 여태껏 쌓아온 경험으로 봤을 때 흘러온 물은 흘러가게 둬야 한다. 어머니의 임종은 결국 겪을 일이다. 아이들의 독립은 축하해줘야 할 기쁨이다. 이 나이에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팍팍한 세상 속에서도 훈훈한 이야기들은 전해져 온다. 사실은 물놀이를 하기에 딱 좋은 정도다.
성희는, 이번에는 선택의 고통에서 벗어 나와 마음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