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기다림의 미학

by 글한송이

별이 쪼개져 사람이 되었다는 시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반으로 쪼개진 별이 두 명의 사람을 만들어 다시 하나가 되는 거래요. 그렇게 인연이 생기는 거라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운명을 기다리는가 봐요.

어쩌면 사실일지도 몰라요. 완벽한 사람은 없고, 우리는 불완전하게 살아가니까요.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간미는 보이기 마련이죠. 저 역시 마찬가집니다. 아마 누구보다도 빈틈이 많을 거예요.


저는 K-장녀라는 단어에 철저히 공감하면서도, 연년생 자매는 엄청 싸운다는 말은 갸우뚱해요. 행복한 게 효도하는 거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뭔가 해드리고 싶고요. 동료들은 제가 차분하고 꼼꼼하다는데,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꿈틀거릴 수 있는 흥을 지녔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빈틈이라기보다는 내가 아는 나와 남이 보는 내가 사뭇 다른 것뿐이구나-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일까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어요. 각자의 시선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간절해졌습니다. 같은 시각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독서광 직장인, 퇴근길에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커플, 무심해 보이지만 강아지가 이끄는 대로 쫓아다니는 학생... 그들만의 사연이 집과 회사만 반복하는 제 일상에 활력소가 될 것 같았거든요. 책에서 벗어나 정말 사람 사는 세상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무겁게 늘어나 삶을 달달하고 씁쓸하게, 풍성하게 만들어 줄 거 같아요.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컴퓨터 앞에 앉게끔 도와주신 할머니가 60일 만에 쓰는 브런치의 첫 주인공이십니다.


저는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친구를 사귈 때도 제가 먼저 다가가는 편이고, 연인과 싸웠을 때도 빨리 대화를 하고 싶거든요. 하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저도 지칠 때가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시간을 멍청하게 쓰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죠. 성격이 급한 편인가 봐요. 일이건 사람이건 빨리 빨리를 적용시켜버리거든요. 원하는 대로 일이 안 풀리는 탓에 심란해서, 하루는 햇살에 누워 크게 한숨을 쉬었어요. 그때 강아지와 산책을 하시던 할머니께서 인사를 하셨습니다.


"왜 한숨을 푹푹 쉬고 있어요. 세상에 예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게요, 날은 이렇게 좋은데 왜 저는 자꾸만 축축 처지는 걸까요. 멋쩍고 민망해서 웃어 보였어요. 마음은 급한데 되는 건 없고 불확실한 내일만 보여서 그런 것 같다고, 처음 보는 어르신께 속내를 내비쳤어요. 할머니께서는 인자하게 미소를 지으셨죠.


"기다려 봐요. 그게 본인과 모두를 존중하는 일이에요."


기다림의 미학. 다 아는 얘긴데, 왜 이때는 몰랐던 걸까요. 사람은 자기 잘난 맛에 산다는데, 저도 제 자신에게 취해 모르는 게 없다고 자만했었나 봐요. 따뜻한 말씀을 전하고 유유히 떠나시는 할머니의 멋진 뒷모습을 보면서 짧은 대화였음에도 여유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27살의 저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해요.


지금도 기다리고 있는 연락이 하나 있는데요, 불안하고 답답하지만 그래도 기다려보려고요.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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