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힘을 내어

다가오는 봄을 위하여

by 글한송이

손과 심장과 두뇌가 영하의 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은 요즘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괜찮아지겠지, 다독이고 있어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쉴 새 없이 떠들어댔었는데, 회사에 다녀오면 그저 지쳐 잠들어버려요. 낙엽 굴러가는 모습만 봐도 깔깔 웃곤 했는데, tv 프로그램 화면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훑기만 하죠.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도 시끄럽기만 하고, 친구들의 안부 인사도 귀찮아 며칠 째 답장하지 않았어요. 퍽퍽한 닭가슴살 같은 인생에 숨이 막혀옵니다.


이러지 말아야지, 계속해서 되뇌면서 정신을 다잡으려 하지만 다짐을 지켜낼 힘이 없어요. 어떤 모습이든 나를 사랑해 줄 것 같았던 사람들이 먼지처럼 사라지자 갈가리 찢기는 기분이었죠. 실수해도 용서받았던 나이가 지나자 어깨가 결릴 정도로 무거운 책임감이 짓누르고 있었어요. 그런 제게 다 얘기해보라며 마음을 내어준 동생과, 고생이 많다며 자리를 비켜주던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고립된 채 숨만 뻐끔뻐끔 쉬고 있었을 거예요.


회색빛 세상에 알록달록한 사람들이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만났음에도 코끝 알싸한 하루로 마무리됨에 얼마나 따스하던지요. 여전히 무기력했지만, 여기는 너무 어둡고 추워서, 조금 더 밝고 따뜻한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몸을 질질 끌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 때가 종종 있어요. 해야 한다와 하고 싶다가 다를 때도 그중 하나죠. 이성과 감성이 동일한 선상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를 바라기에 아직은 여유가 부족합니다. 그래도 일어나야죠. 일어나고 싶어요. 일어나야 해서 일어나고 싶은 건지, 일어나고 싶으니까 일어나려고 하는 건지 순서가 헷갈릴 정도로 혼돈이지만, 일어날 겁니다.


벌써 입춘이 지났어요. 마치 제게 희망을 주려는 듯 좋은 타이밍에 찾아와주었습니다. 사계절 중 가장 반기는 계절이 봄이거든요. 봄이 가장 좋은 이유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니까요.


올해 새로운 시작은, 각박하던 저를 지나친 인연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열어볼까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노력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