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밴쿠버, D-170
이상하리만치 자신감이 넘칠 때가 있다.
부모님을 등에 업고 당당하게 걸어 다니던 어린 시절처럼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순간들이 찾아온다.
강렬한 그 느낌을 지나치지 못한다. 모험이 시작된다.
오직 직감으로만 일을 벌였는데 높은 성과를 보였고,
사람들과의 대화도 그저 물 흐르듯 이어나갔는데 친구가 생겼다.
찍은 문제가 맞은 덕에 좋은 점수를 얻었다.
그게 여태껏 내가 살아온 삶이었다.
그래서 문제였다.
모험은 흥미진진하지만 일종의 도박이다.
밑판이 잘 깔려있어야 최소한 손해는 안 본다.
내 인생의 기반은, 다만, 휑했다.
찍은 문제를 다시 확인하고 제대로 알아보는 과정이 전부 생략됐기 때문에.
흔히들 나를 칭찬해 왔지만 스스로의 내면은 불안이 지배한다.
별 거 없는 나 자신을 아는 건 나뿐이니까.
가끔 친구가 내게 객기 부리지 말라고 장난칠 때가 있는데, 많이 뜨끔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그리 말해줬다면 달라졌으려나.
자신감이 넘쳤던 작년의 내가 벌인 모험.
2023년 5월 퇴사 후 일 년이 지난 지금
2024년 5월의 나는 캐나다 밴쿠버로 떠난다.
170일 나 홀로 밴쿠버 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