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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한송이 May 03. 2024

170일 나 홀로 밴쿠버

어쩌다 보니 밴쿠버,  D-170

이상하리만치 자신감이 넘칠 때가 있다.

부모님을 등에 업고 당당하게 걸어 다니던 어린 시절처럼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순간들이 찾아온다.

강렬한 그 느낌을 지나치지 못한다. 모험이 시작된다.


오직 직감으로만 일을 벌였는데 높은 성과를 보였고,

사람들과의 대화도 그저 물 흐르듯 이어나갔는데 친구가 생겼다.

찍은 문제가 맞은 덕에 좋은 점수를 얻었다.

그게 여태껏 내가 살아온 삶이었다.


그래서 문제였다.

모험은 흥미진진하지만 일종의 도박이다.

밑판이 잘 깔려있어야 최소한 손해는 안 본다.

내 인생의 기반은, 다만, 휑했다.

찍은 문제를 다시 확인하고 제대로 알아보는 과정이 전부 생략됐기 때문에.

흔히들 나를 칭찬해 왔지만 스스로의 내면은 불안이 지배한다.

별 거 없는 나 자신을 아는 건 나뿐이니까.


가끔 친구가 내게 객기 부리지 말라고 장난칠 때가 있는데, 많이 뜨끔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그리 말해줬다면 달라졌으려나.

자신감이 넘쳤던 작년의 내가 벌인 모험.


2023년 5월 퇴사 후 일 년이 지난 지금

2024년 5월의 나는 캐나다 밴쿠버로 떠난다.


170일 나 홀로 밴쿠버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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