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옥수수와 수박 한 통을 산 저녁
찰옥수수 찐 것과 작은 수박을 한 통 샀다
출근길 낑낑거리며 들고 가겠지만
왜인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고 싶었다
초여름의 맛을 나누고 싶었다
일이 많이 바쁘다
일에 치이는 일상이 이어지는 요즘
숨 돌릴틈 없이, 팍팍하게
일에 쫓기듯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곁에 있는 동료들에게
옥수수 쪼갠 것 하나, 수박 한 쪽 주면서
달고 시원하고 맛있어요-
라는 인사를 건네고픈 마음이었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 중 이런 글이 있었다
퇴근길 아빠가 치킨을 사왔던 날은
사실 아주 많이 고단하고 지친 날이어서
자식들의 웃음이 보고파 사온 것이었다는 걸
돈 벌 이유를 찾고픈 애처로운 마음이었단 걸
사실 아빠 손에 들린 그 치킨 한 마리는
그 팍팍한 삶 속에서
작은 일상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고 했던가
그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열심히 살고 내일을 더 생각하려 애쓰는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묻혀가며
옥수수에, 수박에, 구워지는 고기에, 와인 한 잔에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내 마음을 묻혀서
그렇게 조금씩 내 주변에 건네본다
난 사람이 참 좋다
돌이켜 생각해보고, 다시 돌아봐도
결국은 다 사람이었다
결국 그 누구도 완전히 미워하지도 못하고
그냥 살아가는 모든 이유를 다 사람에게 둔다
정도 많고 눈물도 많고
내가 아닌 타인을 향하는 마음도
너무 커다랗고 둥글어서
모진 마음은 다 내 몫이요
좋은 마음은 다 그대들 몫이다- 하는
바보천치이기도 하다
사람의 좋은 면만 보려고 하고
그 사람의 안좋은 점이 있어도
그 조차 내 탓으로 돌리려는 바보 천치
신이 있다면, 날 만드실 때
왜 이렇게 사람 좋아하는 정을
이렇게 차고 넘치게 줬는지 모르겠다
한 숟갈만 넣어야 되는데
한 통 다 엎으신건 아닌지 참
이 마음 때문에 최근엔 정말 마음을 굳게 닫고
이 세상 가장 싸가지없고 시니컬한 사람
바로 나야나 나야나 하면서 반 년을 살았다
그래 사람 뭐 다 필요없고, 나나 잘 살자 하면서
말도 일부러 밉게 하고, 넌 너나 신경쓰고 살아
난 나나 잘 살거야 하면서
그런데 뭐, 본능 어디 가나
그러면서도 좋은거 보면 다 입에 넣어주고 싶고
뭐 하나 더 나누고 싶고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내(주변 모두에)게 주고 있는걸
그냥,
자다 깼는데
출근길 들고 가겠다고
현관 앞에 둔 수박과 옥수수를 보니
문득 글이 쓰고 싶어서
별 것 아닌 이 슴슴한 초여름의 단 맛들을
억지로 만든 맛이 아닌
자연적인 초여름의 단 맛들을
당신에게도, 너에게도, 그대에게도,
그 모두에게 다 전해주고 싶다
한 입 가득 베어물게 하고
어때? 맛있지? 이게 바로 여름의 맛이야
얼굴 가득 푸근한 미소가 차오른다
그래, 이거 하고 싶어서 사는 거지 뭐
남 말고 나나 신경쓰며 살라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작고 사소한 일상을 건네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우리 서로 유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p.s : 온갖 오지랖으로 주변 챙기고 먹이고..
이런 내 성격 때문에 나는 못 지키고 남만 챙기느라
그게 싫다고 고치겠다고 지난 반 년 애써 봤는데
안되는건 안되는건가보다
천성이 그렇게 태어나서 이건 못 고치나봐
나보다 남 먼저 챙기는거.
참 이 버릇 어디 안가는 나구나- 라며
지난 반 년간 뭘 그렇게 독해지려 애썼나 싶으면서
허탈한 웃음 지으며 생각이 깊어가는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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