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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go round Mar 18. 2016

겨울 캠핑의 낭만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먹방 릴레이


저어기 강원도 깊고 깊은 산속에 근무하시는 우리 군인 동생들(이제 내 나이엔 군인 아저씨 아니니까..)은

쓸고 쓸고 쓸어도 뒤돌면 쌓여있는 눈 때문에 정말 진절머리 나게 싫다고들 하지만 ㅡ


그래도 아직까지는 , 누구나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크리스마스에는 함박눈이 펑 펑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ㅡ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크리스마스가 되면 교회 앞에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봉고차(?)를 타고 등장하시던 산타할아버지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던 생각이 난다.


그 시절의 어린 나는, 루돌프랑 썰매는 어디 있냐고 따지기 보다도 ㅡ

일단 그렇게나 바쁘신 산타할아버지가 봉고차를 타고 우리 동네까지 오셔서,

그다지 엄마 아빠 말씀을 잘 듣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도, 그런 나에게조차 선물을 다 주시니,

그저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만 했던 어린이였다.

아 우리 동네는 눈이 많이 안 쌓여서 루돌프가 썰매를 못 끄나 보다 ㅡ 했지 뭐.


오롯이 추억에 의존하는 기억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산타할아버지를 만나던 크리스마스엔 늘 눈이 왔던 것 같다. 

아니지, 아마도 눈 내린 크리스마스만이 내 추억 속에 남아있는 지도 ㅡ


그래서 지금도 크리스마스 ㅡ 하면 

당연스레 함박눈, 산타할아버지, 그리고 내가 원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선물.

이 세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아있다.


다 큰 어른이 되어 지금은 산타할아버지가 아닌 산타 남자친구가 주는 선물을 받는

어린이 아닌 어른 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하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간절히 , 간절히 빌고 또 빈다.


제발 제발 꼭 함박눈이 펑펑 내려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게 해 달라고.




나의 첫 캠핑은 아는 지인들의 초대로 갔던 강화도 어느 오토캠핑장이었는데,

그런 캠핑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캠핑이 대세고, 아빠따라 아이들이 캠핑을 하는 것을 보긴 많이 보았지만

이건, 나 어렸을 적 장터 천막 같던 텐트 하나 펼치고, 

그냥 코펠 냄비에 밥해먹던 캠핑과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텐트를 치면 거실도 있었고, 주방도 있었고, 잠을 자는 공간 _ 방이라 부르는 곳은 따로 있었다.

물론 해리포터에 나오는 퀴디치 경기장 주변 움막처럼,

들어가는 입구는 쥐 구녕만 한데 들어가 보니 대궐 같은 공간이 펼쳐지더라 ㅡ 하는 것까진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이만한 캠핑도 정말이지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전기가 들어온다니? 아빠따라 갔던 옛 추억 속 캠핑에서의 나는 그냥 후레쉬(?) 라 부르는 

손전등 하나가 다였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게 초대받아 갔던 캠핑이 너무너무 즐거웠어서,

그 해 겨울 크리스마스, 그 지인들한테 캠핑장비를 빌려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캠핑장에서 맞이했었다.

그리고 결론만 간단히 말하자면, 그 크리스마스 또한 눈이 왔고,

어른 이가 되어 처음으로 오롯이 둘이 갔던 캠핑장에서,

우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던 캠핑 첫 날


그렇게 부푼 꿈을 가지고, 또다시 크리스마스에 캠핑장을 찾은 건 ,

그 날 이후 무려  2년이란 시간이 흘러서였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크리스마스의 캠핑, 그리고 심야식당의  대게 구이를 재현했던 바로 그 캠핑.

시간이 지나도 그 날의 추억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고, 결국 5월의 마지막 날 나의 생일 ,

난 딜을 하기에 이르렀다.


"1년 내내 기념일 선물 챙겨달라고 안 할게. 생일선물로 캠핑장비를 사줘. 그리고 앞으로 주말마다 캠핑을 다니자!"

".... 정말 아무 기념일도, 그 어떤 날도 챙기지 않고, 생일선물로 사주는 캠핑장비로 퉁 친다고? "

" 정말! 진짜로!! 완전 퉁치자 정말!! 그리고 _ 말도 잘 들을게요. "


그렇게 설득당한 나의 그분은, 그 날로 캠핑장비 폭풍쇼핑에 돌입하셨다.

장비를 정말 어마 무시하게 한 번에 다 마련하고, 그 해 봄.. 여름.. 가을.. 을 지나 드디어!! 겨울!!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크리스마스 캠핑을 드디어 왔다.


무려 22일부터 25일까지 ,

우리에게는 절대 흔치 않을 (_ 평소 공휴일 쉬는 건 꿈도 못 꾸는 데다 주말만 온전히 쉬어도 큰 복이라 여긴다)

3박 4일의 휴일기간 동안, 먹을 것, 놀 것, 바리바리 또 다 싸들고 22일 금요일 밤 11시! 캠핑장에 도착!


일단 집부터 열심히 지어두고, 가져온 꼬마전구도 설치하고, 키친 정리를 하고 나니

감성적인 이 남자, 나 몰래 미니 트리까지 준비해서 가지고 들어온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예쁜 인사말과 함께.


아니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했데? 감성 열매 한 100개쯤 먹은 상태로 기분은 한 층 더 업! 


어둠 속에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의 불빛만을 안내 삼아 시커먼 어둠 속에 텐트를 치고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두 시. 둘 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틀어두고

우리 집 내 인형들도 말을 할 줄 아는 것 같다는 둥 , 버즈와 우디를 흉내 내며 따라 하며

종알종알 수다를 떨다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렇게 첫날 밤은 깊어만 갔다.



 해는 뜨고, 밝아온 크리스마스날 이브 아침. 

둘째 날 23일 아침 , 가져온 소품들로 조금 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더해가며

사실 이번 크리스마스 캠핑은 우리 둘 만의 캠핑은 아니었다.

그 어느 동네를 가도 절대 뒤지거나 빠지지 않는 빅 손을 가진 , 일명 아지매 손이라 불리는 나이기에, 

이번에도 역시 그릇이며 온갖 식기들이며 식재료를 가득 짊어지고 왔다.


하고 싶은 요리는 넘쳐났고, 절대 둘이서 다 못 먹을 걸 알았다.

그래서 미리 주변 지인들의 크리스마스 스케줄을 조사!

별 다른 계획이 없던, 아니 사실은 빡빡한 스케줄이었지만 우리의 초대를 기쁘게 여기신 (이라고 해두자) 

지인 두 분을 캠핑장에 초대했다.


몇 시에 도착하시는지를 연락드려 물어보고,

바지런히 키친을 정리해가며,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듣는 그 말 "스튜디오를 통째로 들고왔니" 버젼의 키친


날은 추웠고, 바람도 제법 불었지만, 햇살만큼은 끝내줬다.

쨍 하니 뜬 햇살은 따뜻했고,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고 시린 바람 ㅡ

딱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겨울 날씨였다.


" 오빠. 어디쯤 오셨어요? "

" 이제 출발한다. 뭐 더 필요한 건 없고? "

" 오빠 구리 수산물시장에 들러서 해산물 좀 찾아서 가져와주세요. 이미 주문해뒀으니까 찾아오시기만 하면 돼요."

" 알았다. 오빠가 크리스마스 캠핑 내내 마실 와인은 다 챙겼다. "

" 크 ㅡ 역시.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오세요!! "



그렇게 차에 우리가 캠핑기간 동안 마실 와인과 수산물시장에 미리 주문해둔 가리비찜, 각종 해물 친구들, 

그리고 대게를 가지고 오실 나의 귀한 지인님.


날이 차가웠기 때문에, 일단 간단하게 오전 간식으로 (?) 토마토 야채스튜를 맑게 끓여 밥에 얹어 먹기로 했다.


캠핑장에서의 첫 식사. 토마토 야채스튜를 얹은 라이스.

어차피 오후부터는 끝도 없는 먹방이 펼쳐질 테고... 그럼 무얼 해 먹을까 싶어 고민하다가

엄청난 먹방 전에 속을 달래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야채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애호박, 당근, 토마토, 파프리카, 양송이버섯, 양파, 아스파라거스, 훈제 햄..

( 이거 하나 만드는데 이렇게 식재료가 들어갔으니 _ 얼마나 챙겨갔을지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겠다)


먹기 좋은 크기로 야채들을 썰고, 냄비에 먼저 훈제햄을 굽다가 야채들을 넣고 볶아준다.

물을 붓고, 고형 치킨스톡 한 개, 그리고 간은 쯔유로 아주 가볍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토마토를 더하고 뭉근하게 끓이면 완성. 

먹을 땐 수란 하나 만들어서 위에 얹어 준다. 노른자를 톡! 터뜨려 함께 섞어 먹으면 꿀 맛이다. 

만들어 놓고 보니, 스튜라기보다도 야채수프의 비주얼이다. 


" 이거 뭐라 해야 하나 - 삼삼한 맛이 처음엔 별 맛이 없는 거 같았는데, 두 입 세 입 먹다 보니 

자극적이지 않아서 자꾸 당기는 맛이네? 뭔가 계속 먹고 싶은 맛이야! "

"그쵸 ,? 요새 속이 좀 안 좋아서, 때때로 해 먹어요. 이렇게 야채수프처럼 끓여서. 

속도 든든해지고, 편안하고 아주 좋아요. "


약간 뭐랄까... 서양식 국밥이라 해야 하나 // 

무튼 이름도 없는, 그냥 내 멋대로 요리. 이렇게 따끈한 한 그릇으로 속을 데워주고,

본격적인 먹방에 돌입하기로 한다. 


시작은 가리비 버터구이로 하기로 했다. 아직은 해가 쨍 한 낮이니, 와인은 화이트로.

가리비는 수산물시장에서 바로 쪄 온 걸, 팬에 버터 두르고 미국에서 사 온 로스티드 갈릭 분쇄 넣고 페퍼 살짝 갈아서, 팬에 둥글둥글 굴리며 버터로 옷을 입혀주니, 가리비의 달착지근한 향과, 로스티드 갈릭의 향이 코 끝을 마구마구 간질여 준다.


" 아 기가 막히네요. 진짜. 이거 갓 쪄낸 가리비를 그대로 먹는 것도 맛있지만, 버터에 한 번 굴리니 이거 너무 맛있는데요? "

" 아 ㅡ 최고의 낮술이다 정말! "

"와인은 또 왜 이리 맛이 좋데요. 너무 완벽한 크리스마스 휴일의 시작인 거 아닌가요? 크크 "


캠핑장의 첫 번째 원칙은, 모두 함께 놀기보다도 각자 알아서 놀거리를 가지고 오기 ㅡ 였기 때문에,

가리비구이에 낮술을 한 잔 하고 ,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난 슬슬 저녁 준비를 (? 지금 막 점심 먹었는데...) 하기 시작했고, 

지인 분은 곧 떠날 아이슬란드 여행 계획을, 

또 나의 산타 남자친구는 장작을 피우고, 텐트를 재정비하기에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 또 다른 지인 한 분이 도착했다. 


" 어서 오세요 오빠! 여기 뜨끈한 캠핑 장식 국밥 한 그릇 말아드릴게요. 여기 앉으세요. "


내가 한 말에 큭큭 또 웃음은 터져나왔고, 후다닥 한 그릇 만들어 드린 후 , 나는 다시 저녁 준비에 돌입! 

오늘 저녁은, 뷔프 부르기뇽 ( 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음식들!)이다! 


당근, 감자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모서리를 전ㅡ 부 둥글게 깎아준다.

우리네 옛 한정식의 갈비찜을 봐도, 당근이나 무가 둥글게 모서리가 다 깎여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모양새를 예쁘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뭉근하게 냄비에서 익히는 동안, 

야채가 부서지지 않고 그 모양을 그대로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하게 하기 위함이다. 


양파, 방울양배추, 양송이버섯 등도 준비해두고, 

적당한 크기로 썰은 밑간 된 소고기도 팬에 한 번 익힌 후 준비해둔다.

더치오븐용 냄비에 재료들을 잘 볶아주다가, 부르고뉴 와인과 각종 향신료를 더해 장작불에 뭉근히 익혀주면 되는 요리. 


손이 꽤나 많이 가고, 시간도 꽤나 오래 걸리지만,

그만한 정성이 들어간 만큼 맛도 또한 보장이 되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소고기 찜. 뷔프 부르기뇽. 


냄비에 기초공사(?)를 다 해두고서는, 아까 마저 다 먹지 못한 해산물들을 꺼내 들었다.


" 와인 다 안 마셨죠 화이트? "

" 오빠 이 해산물들 좀 씻어다 주세요. "

" 이건 어떻게 할 건데? "

" 와인 넣고 해산물 찜 하게요. 탄두리 파우더랑 핫커리 파우더 더해서요 "

" 오 맛있겠다! 얼른 씻어올게! "


 후후. 그렇다. 캠핑장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다 나의 보조! 

늘 도와줘서 고마워요 후후후. 



"... 이거 향기가 장난 아닌데? "

" 그쵸. 역시 커리예요 . 미국에서 사 온 이 커리파우더가 향이 , 진짜 장난 아니에요. "

" 저 벌써 다 써가거든요 향신료들. 향신료들 사는 목적으로 미국을 다시가야하려나봐요 흑.. 큭큭 "

" 오, 나랑 같이 가자 ~! 미국 여행 가자니까? 난 언제든지 돼!! "

" 오빠. 제가 언제든지 안돼요. 전 언제든지 가기엔 아직 시작하는 일꾼이라서요 히잉."

" 나도 열심히 일하는 일꾼이야~! 나도 바쁜 사람이 거 든? 크크 "

" 오빠가 제일 한가해 보이시는데... 그나저나 다 먹었네요. 만든 지 한 5분 된 거 같은데. "

" 이거 뒀다가 면 넣고 끓여먹자! "

" 다른 거 먹을 것도 많아요 ~ 면 들어갈 위장이 있을까요? "

" 아냐. 향아. 일단 해 봐. 일단 하면 다 먹게 되어있어. "


몇 마디 이야기도 안 나눈 것 같은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조개찜_

아까 낮에 먹은 캠핑 장식 국밥은 다 야채여서 소화가 빨리 돼서 그런 건가 ㅡ?


아직 우리에겐, 숯불에 구워낼 생갈비도 있었고, 대게 구이도 있었고, 

장작불 위에 보글보글 자알 익고 있는 부르기뇽도 있었다. 



어찌했을까,? 

_ 너무나 당연스럽게도, 면도 끓여 먹었다. 

아 , 정말 이 진정한 먹방이 아니면 이게 무어란 말인가? 

사진으로조차 다 남기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사라진 메뉴들.


생갈비도, 면도, 모두 흡입하고  부르기뇽까지 어느 정도 먹고 나서, 다들 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 와 , 진짜 너무너무 배불러. 진짜 무슨 사육당하는 거 같아. "

" 안 그래도 예전에 아는 언니가 그랬어요 저더러. 너 우리 사육해서 어디다 갖다 팔려고 그러냐고"

"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되죠. 가장 하이라이트인 대게가 남아있는데. "

" 근데 생각해보니, 전에 구워 먹었던 건 킹크랩이었던 거 있죠. 아무래도 살은 킹크랩이 더 많은데. "

" 그래도 대게 살이 달고 부드럽게 맛나니, 조금만 소화시키고 먹어요 우리. "


정말이지 사육당하는 거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지인들을 뒤로 하고,

다시 불씨를 살려 장작을 넣고, 숯을 넣어 불을 지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점점 더 깊어져 가는 밤.


" 우리 , 그냥 대게는 내일 먹을까?  "

" 에이 안되죠. 쟤네 아까 구리에서부터 낮에 고생 고생해서 살아오느라 애썼는데,

내일에서야 먹을 거면 뭐하러 쟤네를 살려서 데려왔겠어요. 밤새도록 쟤네가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그냥 빨리 차라리 우리의 위장에 양보하는 게 나아요. "


잔인(?)하리만큼 생명체보다는 식재료라는 인식으로 말을 내뱉고 나서,

잠시의 고민도 없이, 대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다리를 비틀어 다 떼어내고, 뚜껑을 열어 숯불 위에 얹어주었다.


시간이 지나자 지글지글 끓으며 하얀 속살을 뽐내며 익어가는 대게들.


" 캬 ㅡ "

" 이거 누가 내일 먹자 그랬어? "

" 푸하하하하. 그쵸? 제가 이러실 줄 알았어요. "

" 와 진짜 비주얼이.. 기가 막힌다!! 야 여기에 눈만 딱!! 내려주면 진짜 완전 금상첨화인데 그치! "

" 그러게요 ㅡ 정신없이 먹느라 잠시 깜박 잊고 있었는데, 오늘 크리스마스이브잖아요. "

"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ㅡ 내일 오려나.. "


그렇게 정신없이 대게를 흡입하던 중 , 



정말. 거짓말같이 , 눈이 , 사락사락 내리기 시작했다. 


" 와 거짓말 같아!!! 세상에나 대박!! 진짜 눈이에요!! "

" 엇 진짜? 진짜네? 와 진짜잖아!! 야 눈이다 ~ 크하하하하하하 "


다들 어린아이마냥 신나 했고, 쭈그려 앉아 먹던 대게는 역시 이대로는 안 되겠어서

안에 들어가 전부 의자를 들고 나와 불 핀 주변에 둘러앉아 먹기 시작했다. 


" 와... 진짜 눈이 내리다니. 진짜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었어!"

" 꿈같아요. 눈 내리는 게 뭐 별거냐 할 수 있지만.. 진짜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길 엄청 간절히 바랬거든요. "


기분이 한 껏 업 된 우리 일행들.


" 샴페인 따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었고, 대게는 다 구워졌고 , 이런 순간이면 샴페인 따야지! "

" 꺄ㅡ 샴페인!! 너무 좋아요!! "


한껏 기분이 업 된 우리는, 그렇게 샴페인을 열었고, 

대게와, 샴페인과, 내리는 눈을 보며 그 밤을 마음껏 즐겼다.


" 이거, 한 마리는 옆 텐트 갖다 드려도 돼요? "

" 그래 그러자! 샴페인도 같이 갖다 드리자! "

" 오 그래도 돼요? 나눠주시는 거면 정말 더 감사하구요 !!! "


우리 바로 옆 텐트의 가족은, 우리가 텐트를 사고 처음 갔던 충북 보은의 어느 폐교 캠핑장에서였는데,

이 집 딸아이가 너무너무 인형처럼 예쁘게 생겨서 내가 온통 반한 터였다.

그래서 이 아이의 엄마 아빠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워 하며

늘상 아이 사진을 보며 예쁘다 예쁘다 감탄을 해댔는데,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라, 벌써 몇 번 캠핑장에서 우연히 마주하며 친해지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을, 옆 텐트와도 나누고 싶었다. 

비록 서울에선, 옆 집 사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고들 많이 하지만,

여기서 만큼은, 캠핑장에서만큼은 이웃과 함께 하고 싶었다.



정성스레 한 마리를 구워  먹기 좋게 살을 발라서, 

뚜껑에 밥까지 잘 비벼, 샴페인 두 잔과, 예쁜 아이에게도 줄 사과주스 한 잔을 따라 가져다 드렸다.


" 안녕하세요 ㅡ 잘 쉬고 계세요? 지금 밖에 눈이 와서요 ㅡ "

" 어머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

" 저희 ㅡ 대게를 좀 구웠거든요. 드시기 불편하실까 봐 살은 잘 발라서 밥이랑 함께 섞었구요."

" 이건 저희 지인분이 가져오신 샴페인인데, 같이 드시라구요. "

" 세상에 ㅡ 너무 고마워요. 우린 뭐 드릴게 마땅치 않은데 ㅡ "

" 아녜요. 지금 저희가 이렇게 먹다 보니까 함께 나눠먹고 싶어서 ㅡ 양은 많지 않지만, 맛있게 드세요. "

" 너무 고마워요 ㅡ "


그렇게 달달하고, 감성 포텐이 팡 팡 터지던 크리스마스이브는

어마어마한 먹방과, 한창 방영 중이던 응답하라 시리즈 시청과 함께, 

지난 추억과 버무려져 그렇게 밤이 깊고, 깊어만 갔다. 





다음날. 크리스마스 날 아침이 밝았다. 


" 메리 크리스마ㅅ........ 뭐하세요? "


" 뭐하긴, 아침 먹지. "

" 술은 원래 모닝 술이야. "


".... 아......... 모닝 술....... "


눈뜨자마자 다시 장작불을 지펴, 어제 미처 다 못먹은 부르기뇽과 함께 와인을 즐기는 나의... 애정하는 지인들


뭐 그렇게 놀란 토끼 같은 눈으로 보는 거냐며, 의아해하는 오라버니들.

너도 한 잔 하라며, 이게 진정한 캠핑(?)이라는 의문스러운 대화를 뒤로하고,

난 주전자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 전 그냥 커피나 한 잔 하면서, 밀린 매거진이나 신나게 볼래요. "

" 그래? 그럼 뭐... 그래라 그럼 "


같은 하늘 아래 이렇게 다른 기분일 수도 있는 걸까.

스튜디오에서는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보는 책들이, 전부 일처럼 느껴지기만 했는데_

차가운 겨울바람에 코 끝이 시린 , 그리고 늘어지게 앉아있을 수 있는 캠핑의자와,

한 손엔 지금 막 내린 커피 한 잔 들고, 엉덩이 시리지 않게 담요를 휘휘 감고 앉아선

매거진 펼쳐 들고 읽기 시작하니, 정말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구나 ㅡ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거 보면 참, 우리네 사는 하루하루에 행복 이란 걸 느끼게 하는 것들이 별 거 없구나 싶다. 



".. 향아, 근데 우리 아침 뭐 먹어? "


가장 뒤늦게 깬 또 다른 지인 한 분께선, 너무너무 춥다며 전기장판이 깔린 이너텐트 안에 이불을 꼭꼭 싸 메고 앉아 눈을 비비며 물어보셨다.


" 아침? 아침이라... 아침 , 뭐 먹을까요.? "

" 근데 저 어제 끝도 없이 계속 음식 했더니, 오전 시간은 좀 쉬고 싶은데 ㅡ 아, 여기 백숙된다고 했어요. 백숙 주문할까요? "


" 그래, 그럼 , 백숙 먹자!! "


.... 대답은 모닝 와인 하시는 오라버니들로부터. 


아 네에. 그럼요. 그건 그저 간식이신 거죠? 허허.. 


캠핑장 주인 분께 카톡을 보내 백숙을 주문했다. 

그리고 _ 백숙 주문한지 한 시간이 채 안되었을 때 ㅡ 


하루종일 집 안에만 갇혀있다가 산책나온 강아지마냥 들떠서 뛰어다니는 나


거. 짓. 말. 처. 럼.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캠핑장 주인장님께서 딱 마침 백숙을 가져다주셨고 

이대로는 너무 부족하다며 또 그 와중에 종이 냅킨을 접어 세팅을 열심히 했다.


여전히 코 끝은 시렸고, 양 볼이 찬바람에 발그레 해졌지만,

함박눈은 펑펑 쏟아졌고, 백숙은 뜨끈했으며, 백숙이 보글보글 계속 끓든지 말든지

우리는 사진 찍고 동영상 찍느라 혼이 나간 사람들 같았다. 



아침으로 뭐 먹냐 물어보셨던 지인분께서 찍으신 옆 텐트를 배경으로 한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날 아침


함박눈이 아주 잠깐 동안 내렸지만, 그로 인해 크리스마스가 더욱 환하고 예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사실 전날 옆 텐트의 가족분들은 근처에 5일장이 열린 데가 있어 다녀오셨다며 

도루묵을 사 와서 나눠주셨다.

장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계속 권하셔서 사 오긴 했는데 , 혹시 드시는 법을 아냐고 물어보시며

도루묵을 꽤 여러 마리 건네주셨다.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받아 들고 보니, 내가 알던 , 배가 빵빵하게 알이 차 있는 도루묵은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 구워 먹어 봐야지 ㅡ 하고 추운 날씨에 밖에 보관해 두었다

그 다음날 점심때나 되어서 꺼낸 것이다. 

배가 홀쭉한 도루묵. 그래도 불을 지펴 구우면 맛있기를 기대해보며 ㅡ 

혹시라도 비린내가 날 것을 염려하여, 화이트 와인을 부어 살짝 절여두었다가,

앞 뒤로 오일을 살짝 바르고, 핑크 쏠트와 타임을 살짝 뿌린 후, 라임을 더해 구워주기 시작했다.


와인은 내가 너무나도 사랑해 마지않는 비오니예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서.

비록 구워내고 나니 더욱 앙상해져 버린 도루묵이 살짝 불쌍해 보이기도 했지만 ㅡ 

그래도 손수 나눠주신 마음에 감사하며, 그렇게 또 생선구이와 와인을 곁들인 점심 즈음이었다.


사실 맛있게 먹기보다도, 이미 이 때는 이틀 동안 먹은 음식들로 배가 부를만치 불러서

먹는 것보다 사진 찍는 것에 더욱 집중하긴 했었다. 


눈이 내렸던 땅은 어느새 따사로운 햇살에 얼마 쌓여있지 않던 눈이 녹아내려 젖어 있었고,

우리 텐트 앞에는 잔뜩 쌓여있는 젖은 나뭇잎들이, 

마치 여기다 잔뜩 펼쳐놓고 멋진 상차림 한 번 해봐!라고 하는 것만 같은

자연의 테이블 러너가 펼쳐져 있었다. 


아 , 이런 걸 보면 정말이지 자연 그 자체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테이블 아닌가 싶다.

여럿 챙겨 왔던 테이블 러너 그 무엇보다도 최고의 스타일링의 완성은 눈이 녹아내려 젖은 땅과 나뭇잎이었다. 


옆에서 지인들은 마저 열심히 도루묵을 굽고, 가시를 발라 어미새마냥 내 입 속으로 생선살 바른걸 넣어주고

난 미리 챙겨 왔던 크리스마스 카드를 열심히 적어서 하나씩 나누어 드렸다.

별다른 말은 쓰여 있지 않지만, 그래도 카톡이나 메시지로 보내는 인사보다는 이게 더 즐거우니까.

무슨 무슨 기념일이 되면 늘 즐겨하는 나의 취미 중 하나이다. 손글씨 써서 카드나 편지 전해주기.

크리스마스 기간동안 우리가 마신 와인들. 지금은 텐트 옆으로 더 많은 병들이 쌓여있다. 


정말 24일 점심부터 25일 점심때까지, 모든 알코올의 곁들임을 와인으로 할 수 있었던 건

와인업계에 종사하시며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신 우리 지인 분 덕분이었으리라.

크리스마스 연휴기간 내내 우리 텐트에서는 와인 향기가 끊이지 않았고, 

그로 인해 누구보다 더 즐겁게 음식을 하고 , 테이블을 차릴 수 있었다. 



어느덧 점심 즈음이 지나면서 지인분들은 모두 가시고 ㅡ 이제부터 우리 둘 만의 크리스마스 연휴가 남아있었다.

배부르다 배부르다 하면서도, 간단히 뭐라도 입가심 정도만 하자며 만들기 시작한 메뉴들은

또 콘치즈에, 숯불에 구운 닭갈비에, 또다시 밥도 볶아서 끝도 없이 먹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먹을 때마다 물론 너무나 즐겁지만, 음식할때마다 늘 생각한다.


" 아 , 난 신명 나게 요리하고 누가 와서 대신 이것들 좀 다 먹어줬으면 좋겠다 ㅡ! "


라고.  



그렇게 떠나는 날 아침이 밝았고 ㅡ 

만들어 두긴 크리스마스이브날 만들어두고, 그때까지 먹지 못했던 어묵탕을

거의 의무감으로 먹어치우며(?) 우리의 크리스마스 먹방은 그렇게 끝이 났다.


사실 하고 싶었던 요리들이야 더 끝도 없이 많았지만, 역시나 다 하지 못했다.

돌아갈 때 아이스박스를 보니, 아직도 식재료가 가득 차 있어서 너무 놀랐다.

도대체 내가 이 3박 4일 동안에 식재료를 안 쓴 건가.. 아니면 식재료가 아이스박스 안에서 자라났나 싶어서 말이다.


와 주셨던 지인분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먹을 수 있도록 선물을 주고 가신 덕에

마지막에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까지 먹고, 책을 읽으며 마무리를 지었던 나의 크리스마스 캠핑.



그렇게나 바랐던 눈이 내려주었고, 

하고 싶은 요리는 그래도 뭐... 나름 마음껏 했으며,

징징 졸라서 플러스알파 선물로 받았던 레고 블록을 조립하고 놀았으며,

보고 싶던 미드, 시리즈, 영화 들을 실컷 봤고,

누구는 여행 계획을 짰고, 누구는 낮잠을 실컷 잤으며, 누구는 신명 나게 책도 보고, 누구는 사진을 실컷 찍었던,


나의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갔다. 

이게 벌써 작년의 일이라니 ㅡ 

그리고 벌써 나에겐 봄 날씨가 왔다니 ㅡ


전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일들은 너무 또 가득 쌓여있다. 

그래도 뭐 어때, 조금은 늦더라도. 차근히 기록해 나갈 수 있으면 되는 거지 뭐 ㅡ 


기록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또 곧 다가올 캠핑장의 초대에 응할 메뉴를 정리해보아야겠다. 


[ 뷔프 부르기뇽 boeuf bourguignon ]

재료 : 소고기 (우둔살, 찜 부위) 600g, 당근 1개, 감자 2개, 양파 1개, 방울양배추 10알, 양송이버섯 6개, 토마토 2개, 월계수 잎 2개, 와인(피노누아) 1병, 고형 치킨스톡 2개, 소금, 후추, 밀가루, 각종 허브 (로즈마리, 바질, 타임, 오레가노)


1. 먼저 소고기는 키친타월로 핏기를 잘 제거한 후, 한 입 크기로 썰어 소금, 후추 밑 간을 해 둔다. 

2. 양파와 토마토도 고기와 비슷한 사이즈로 썰고, 감자, 당근도 크기를 비슷하게 맞춰 썰어준 후, 모서리를 둥글게 돌려 깎아 준비해준다. 방울양배추와 양송이버섯은 통으로 넣어도 되고, 반으로 컷팅해서 넣어도 좋다. 

3. 달군 팬에 오일을 두르고, 잘라두었던 소고기를 밀가루(혹은 부침가루여도 괜찮다)에 굴려 팬에 구워준다. 보통은 소고기를 그냥 굽고, 나중에 조리과정에서 밀가루를 1-2스푼 더하는 레시피로 하지만, 손이 좀 더 가서 약간은 귀찮더라도 , 먼저 밀가루에 앞 뒤 옆면을 고루 굴려준 고기를 팬에 구워서 하길 추천한다. 이렇게 할 경우 겉 면이 한 번 더 밀가루로 코팅이 되면서, 훨씬 더 맛을 배가 시킨다. 

4. 집에서 해먹을 경우 오븐용 주물냄비에, 캠핑장일 경우 더치오븐 냄비에, 야채들을 볶아주다가, 구워두었던 소고기를 더하고, 와인 반 병 (재료가 어느 정도 잠길 수 있도록), 고형 치킨스톡, 각종 향신료들과 월계수 잎을 넣고, 마지막으로 토마토 썬 것을 더해서, 2시간에서 넉넉하게 3시간 뭉근하게 익혀준다. (오븐일 경우 190도에서 2시간 정도)


* 뷔프 부르기뇽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가정식 소고기 찜이다. 그렇기에 와인은 되도록이면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 거기까지가 힘들면 적어도 피노누아 품종으로만 만든 와인으로 만드는 게 좋다. 까베르네 쇼비뇽 같은 품종의 와인으로 하면 맛이 텁텁해지기 때문이다. 피노누아 100% 품종 와인은 일반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좋은 와인으로 하면 맛이야 더 좋겠지만, 1-2만 원대의 피노누아 품종 와인이어도 충분하다. 

* 치킨 고형 스톡은 말 그대로, 고형화 되어있는 치킨스톡이다.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나, 마트에 계신 이모님들께 물어보면 잘 모르신다. 수입식품 코너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사진을 참고해서 구해보도록 하자. 

* 소고기는 꼭 우둔살로 안 해도 된다. 여유 있다면 등심부위로 하면 훨씬 더 부드러운 찜이 된다는 것! 취향이니 레시피에 크게 좌우되지 말자. 꼭 우둔살로 해야만 한다는 법칙은 없다. 참고로 나는 보통 코스트코에서 파는 호주산 부채살 스테이크 한 팩을 사서 , 구워도 먹고, 이렇게 부르기뇽도 해 먹는다. 

*토마토는 방울토마토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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