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rry go round Nov 24. 2021

이 글은 발행되지 않았었고, 그 인연도 그렇게 끝이났다

작가의 서랍속 저장되어있던 내 마음과 생각의 기록.

올 한 해 내가 브런치에 작성한 글들로 연간 기록 수치를 확인하려고 보니

최근 발행된 글이 없어 하나를 작성해야 그 수치 확인이 가능하다는 메세지가 떴다.

그래서 오랫만에 글을 하나 써볼까 싶어 작가의 서랍에 저장된 글의 소재들을 읽어 내려갔다.


내 작가의 서랍 안에는 미처 다 마무리를 짓지 못한 수많은 글들이 저장되어 있는데, 

오늘 보다보니, 그 중 완전하게 다 쓴 글을

발행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서랍에 보관해 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쏟아내고픈 말들이 많았던 어느 날에, 

상대방에게 쏟아내기 싫어, 여기에 한가득 쏟아낸 모양인데

그걸 다 쓰고 나서도 굳이 발행을 하지 않은 건,

아마도 그 사람이 이 글을 보게 되어 내 마음이 내비춰지는것이 아주 싫어서였나보다.

끝끝내 그 사람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던 내 생각.


그렇게 이 글은 발행되지 않았었고, 그 인연도 그렇게 끝이 났었다. 


아주 큰 멍이 들었던 날이었나 보다.

지금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데,

그게 몸에 든 멍인지, 마음에 든 멍인지,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아무튼 그 때의 그 멍이 옅어짐과 함께, 내 마음도 옅어졌던 나의 지난 기록이다. 



멍이 들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크게 넘어졌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 날은

밤샘 작업으로 피곤이 평소의 다섯 배 쯤 되었고,

지금 잠들면 밤에 못잔다고

어거지로 낮 시간을 버티다가

이른 저녁 한 잔 마신 와인으로

금새 취기가 올라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면서 넘어졌던 것 같다. 

그 때는 이렇게 멍이 크게 들었는지 몰랐다. 

그 날도 몰랐고,

그 다음날도 몰랐다. 

넘어진 지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샤워하고 물기를 닦으면서 

왼쪽 팔에 샛노랗게 든 멍과

오른쪽 엉덩이에 새파랗게 든 멍을 발견했다

마치 포스터 물감으로 진하게 칠해 놓은 것 마냥.

마치 포스터를 그리다가, 실수로 아직 채 다 마르지 않은

포스터를 건들여 데칼코마니마냥 물감이 묻은 것 처럼.


지금은 멍이 희미해졌다.

시간은 약 일주일 정도가 흘렀고,

여전히 몸에 멍은 남아 있지만,

그래도 많이 흐려졌다. 

멍도, 그 날의 기억도, 그 때의 기분과 감정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궁금할 수가 없지

이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니까.

말 할 새가 없었다기 보다도

내 일상을 궁금해하며 묻지 않았기에

나도 말해줄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이 멍이 다 사라지고 나면

왠지 내 감정도 그렇게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지워질 것 같다.


혼자여도 충분히 바쁘고

시간이 부족한 나이지만

언제나 사랑에 있어서는 내 시간을 쪼개고 쪼개 썼다.

바쁜 틈틈히 메세지를 보내 두었고

특별히 궁금해하지 않아도 알아서 내 일상을 

종알종알 갖다 바쳤다. 

난 그런 사람이었다. 

내 일상을 공유해주고,

상대방의 일상도 공유받길 원하는.

같이 있지 않았어도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너여야만 공유할 수 있는.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해서

이젠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너 없이도 충분히 난 괜찮고,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다.

누군갈 만나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일 집 일 집 이지만

혼자의 시간이 편해졌고,

너로 인해 쓸데없는 내 감정을 소모하는 시간이

점점 더 아깝게 느껴졌다. 

내 소중한 감정이, 

넘쳐나는 사랑과 온정의 마음이,

너에게 주기엔 좀 많이 아깝게 느껴졌다. 


생각만 하고 말로 표현을 못하는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 

안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로 싫어한다. 

말을 하지 않으며, 알아주길 바라는 

그런 멍청한 생각을 가진 이들을 아주 싫어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조심성이 많고 신중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본인의 마음 하나도 솔직하게 표현하지도 못하는

아주 비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ㅡ 하려고 했었어.

ㅡ하려고 했는데.

ㅡ그렇게 생각하긴 했었어.

ㅡ그런것만은 아니야.

ㅡ말은 안했지만 당연히 알 줄 알았어.


가장. 싫다. 


난 멋진 사람에게 멋있다 이야기를 해주고,

울고 있는 사람에게 힘내라고 토닥이는 사람이다. 

싫은게 있으면 싫다고 이야기를 하고,

잘못이 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보고싶으면 보고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생각이 나면 생각이 난다고 이야기를 한다.

애둘러 말하는 법을 몰라서

그냥 지금 내 마음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더 싫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런 표현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알라는건지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하고 노력해보려고 했으나

이젠 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와 맞지 않음을 안다. 

그로 인해 내가 그런 사람을 바꿀 수도 없다는 것과

나도 그런 사람에게 맞춰 바뀔 생각이 없다는 것.


편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네가 알까.

난 이 감정을 놓아버리고 있다는 것을.


날 좋아하게 하려고 애쓰고 싶지도 않고.

널 좋아할 마음도 남아 있지 않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이런 나를 좋아해 줄 사람

아니 이런 나랑 잘 맞을 사람이 좋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


애쓰지 않아도, 내 마음이 불안하거나 허전하게 느끼지 않게 할 사람.


푼수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 

돌려 말할줄도 모르는, 그냥 푼수처럼 이야기를 조잘조잘 해대는

그런 사람이랑 종일 떠들어도 좋을, 그런 사람들하고만 시간을 보내고 싶다. 


_언제인지도 모를, 지난 어느날엔가의 기록_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때는 글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 얼토당토 않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도, 실수는 하거나 후회를 하는 일도 현저히 줄어드니까.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땐, 반드시 일단 글을 단 몇 줄이라도 써보자.

그만큼 글을 쓰는 행위는, 내 생각의 힘을 길러주고 인생의 실수를 줄여주는 현명함을 기르게 한다. 

플러스로 훗날 이렇게 다시 열어봤을 때, 생각도 결론도 더 잘 정리되고, 불필요한 인연들까지도 정리되니까 ! 


이것이야말로 글쓰는 자들의 최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저 멍은 사라졌고, 저 인연도 먼지처럼 사라졌다. 

이 글은 이제야 발행이 되었고, 저 인연은 정리가 된 것이 천만 다행이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 


#생각 #정리 #작가의서랍 #멍 #브런치 #에세이

작가의 이전글 좋은 습관 기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